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10월 29일 토요일

인생은 오십부터...

인생은 오십부터...





벌써 가을이 깊었습니다.
발바닥이 부은 탓으로 아침 산보를 몇일간 쉬었더니, 그새 거리의 나뭇잎들이 온통 제멋대로 때깔자랑입니다.
기온은 약 영상 7도.
새벽비에 포도도 촉촉히 젖고 하얀 구름들 사이로 햇빛도 간간히 내비치는게, 오늘은 걷기에 최상의 조건을 다 갖춘 듯 합니다.
허리와 다리의 근육들도 잘 쉰 덕분에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아침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뿐한 걸음걸이로 가을길에 나섭니다.




얼마전 국민학교 친구 E와 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다니던 대기업을 나온 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중에 있습니다.
옛날 푸른 나뭇잎들이 우리집 앞 젊은 나무들 가지마다 가득 나부끼던 시절, 꿈 많던 무길도한량과 밤을 새며 이야기하던 그 청춘이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멀리 타국의 이름도 모르는 깡촌에서 세월을 낚고 있는 무길도한량을 측은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요지는 한마디로 이런거 였습니다.
"너 거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




거기에 대한 저의 반론은 이러했습니다.
"나 스스로의 꿈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빠를 따라 온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펼칠 수 있는 때가 다가오고 있으므로, 그 때까지 뒷바라지하는 것이 나의 가장으로서의 책임이다.
가장의 형편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제멋대로 휘둘려진다면, 그건 가장이 아이들을 망치는 꼴이 되고 만다.
너에겐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다."
아하, 이렇게 글로 쓰니 좀더 명확해지는데, 아마도 그날은 전화 상태가 안좋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우리 서로 나이가 들어 서론, 본론, 결론, 할 말이 많아져 그랬는지,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오늘은 컨디션이 정말 받쳐주는 것 같습니다.
빗물에 살짝 젖은 낙엽들 사이로 내딛는 발걸음도 먼지가 일 만큼 힘차고, 이마 위로 땀도 적당히 배어 나오고, 나무들이 내뿜는 싱그러움도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오늘 같으면 평상시 걷는 12 km 보다도 더 많이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엔 속보(速步)에 쾌보(快步)로, 빨리 걷고 즐겁게 걸을 수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걸음폭도 좁아지고, 속도도 떨어지고, 심지어는 걷기 조차 싫어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간 때문에 고생했던 30대 초반에도 무지 걸었지만, 오십이 가까운 이제서야 걷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건강 상의 문제로 몇 번의 굴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거기엔 하나님의 사랑하심이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존재하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 때 노란불을 켜고 강제로 스톱시키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여유로운 마음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가족의 절실함을 모를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꿈의 소중함을 모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무절제함과 과욕으로 더 크게 건강을 해치고 지금쯤 어느 공원묘지 한 켠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벌써 세 바퀴가 다 되어갑니다.
딴 때는 두번째 바퀴 후 중간 지점 정도에 오면 다리에 피로감이 느껴지는데, 오늘은 아직도 그런 기척조차 없습니다.
에라이, 내친 김에 한바퀴를 더 돌기로 마음 먹으며 우리 아파트 입구를 외면하듯이 홱 지나쳐 버립니다.
한바퀴가 4.2 km 인 이 코스의 좋은 점은 중가운데 가로지르는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완전히 한 바퀴 돌던지 아니면 포기하고 돌아오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아니, 어쩌면 나쁜 점일 수도 있군요. ^^
여하간 오늘은 처음으로 네 바퀴에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같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던지 아니면 말던지...




결국 무길도한량은 16.8 km 를 걷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정하고 이루어냈다는 그 성취감은 제법 즐길만 했습니다.
허리를 다친 이후 2-3년 내 이렇게 많이 걸어본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이렇게 계속하다보면 무길도한량이 오십살 쯤 되었을 땐 한 번에 한 20 km 도 쉽게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혼자 싱긋이 웃어봅니다.

아, 그리고...
젊었을 적에 꾸었던 꿈들은 언젠간 꼭 이루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단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구요. (조금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오십부터니까 아직도 준비할 시간은 남아있지요.
그 땐 정말 꼭 한 번 날아보고 싶습니다.



(2011.10.30)

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Here I Am Lord

Here I Am Lord


                                                        by Dan Schutte




하나님이 부르실 때 결연히 일어나 그 길을 좇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 어려운 일을 망설임 하나 없이 벌떡 일어나 나서는 것을 보면, 그것이 사람의 일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과연 나는 하나님이 부르실 때 준비가 되어있을까?
단연코 말하건대, 난 절대 아니다. ^^
저... 하던 일이 남았거든요... (헤벌쭉)
저... 애들은 어떻하지요?...  (긁적긁적)

그때에 "주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하고 대답하며 나서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이 노래를 들어보자.
동영상엔 2절이 없으므로 참고하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EcxOkht8w7c (클릭)


          이사야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은즉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그 때에 이사야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이사야 6장 8절)


I, the Lord of sea and sky,
I have heard My people cry.
All who dwell in dark and sin,
My hand will save.


I who made the stars of night,
I will make their darkness bright.
Who will bear My light to them?
Whom shall I stand?


     Here I am Lord, Is it I Lord?
     I have heard You calling in the night.
     I will go Lord, if You lead me.
     I will hold Your people in my heart.


I, the Lord of snow and rain,
I have born My people pain.
I have wept for love of them,
They turn away.


I will break their hearts of stone,
Give them hearts for love alone.
I will speak My word to them,
Whom shall I send?


     Here I am Lord, Is it I Lord?
     I have heard You calling in the night.
     I will go Lord, if You lead me.
     I will hold Your people in my heart.

I, the Lord of wind and flame,
I will tend the poor and lame.
I will set a feast for them,
My hand will save.


Finest bread I will provide,
Till their hearts be satisfied.
I will give My life to them,
Whom shall I send?


     Here I am Lord, Is it I Lord?
     I have heard You calling in the night.
     I will go Lord, if You lead me.
     I will hold Your people in my heart.


     I will hold Your people in my heart.



(2011.10.19)

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가더니 니즌 양하야



가더니 니즌 양하야 꿈에도 아니 뵌다
엇던 님이 현마 그 덧에 니졋시라
내 생각 아쉬운 젼차로 님의 탓을 삼노라


                                    (무명씨)


떠나가더니 잊었는지 꿈에서 조차 볼 수가 없다
어떤 님이 설마 그동안에 벌써 날 잊었을까
내가 아쉬워하다 보니 괜히 님의 탓으로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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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짙어 끝내는 날 벌써 잊었는가고 하는 것이 어째 많이 들어본 듯한 스토리다.^^
너무 지나치면 의심까지 하게 되고 종국엔 의부증까지 생기는 거 아닐까 싶다.
현마? (설마?)
무길도한량이 두눈으로 그런 케이스를 똑바로 봤다니깐...?
그 집은 의부증이 심해지다 못해 결국 이혼까지 가고 말았다.
처음엔 세상에 둘 밖에 없을 정도로 사랑을 하더니만...

에효~, 남의 집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닌데...
여하간 남녀 간에도 적당한 선에서 사랑지수(指數)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매달리기 시작하면, 그만큼 상대방에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게 사랑이라잖는가?
부담스러워지고 싶다고?
그럼, 그걸 즐기시던지... ^^

사랑타령은 남는 게 없다.
에이, 노래나 한곡조 듣고 넘어가야겠다.
가사에 묘미가 있으므로 집중하시길...
노래야, 나오너라~
꽝!

http://www.youtube.com/watch?v=nnZzGkVAx4Q (클릭!)


그리움만 쌓이네


                              여 진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그대 지금 그 누구를 사랑하는가
굳은 약속 변해버렸나


예전에는 우린 서로 사랑했는데
이젠 맘이 변해버렸나


아- 이별이 그리 쉬운가
세월 가버렸다고
이젠 나를 잊고서
멀리 멀리 떠나가는가


아- 나는 몰랐네 그대 마음 변할 줄
난 정말 몰랐었네
난 너 하나 만을 믿고 살았네
그대만을 믿었네   


아-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2011.10.18)

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멍해져야 하는 시간

멍해져야 하는 시간







        멍하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새로 글 쓴 것 있어?"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중언부언 하며 매끄럽지 못한 글일 망정, 그래도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뭘 하길래 그리 바빠 글 올리는 것이 뜸 할까?' 하고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보기도 한다.
한 번 물어보자.
바쁘요?
쯧...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쩝. ^^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시간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새벽별 보며 일어나 12km 를 걷고, 출근하여 잔소리 두어 마디 하고, 돌아와 집안일! --;
아이들 맞이하여 멕이고 공부 좀 감독하고, 저녁 준비하고 멕이고 치우고...
멀리 떨어져 있는 집사람과 스카이프 좀 하고, 곧 이어 한국에 계신 오마니가 로그온 상태이시면 또 스카이프 좀 하고...
그렇게 바쁜 일정은 아닌데 말이지.
더더군다나 나 보다 더 바쁜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그 정도를 불평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 뿐만이 아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적당히 멍해지는 시간인 것 같다.
일상으로 부터의 오만 가지 상념으로 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해지는 시간 말이다.
멍하게 높푸르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고, 멍하게 끝없는 외침을 쏟아내는 바다를 바라보고, 멍하게 시간을 색칠하는 나뭇잎들을 바라보고, 멍하게 먼 기억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바라보고, 그리고 멍하게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그런 멍한 시간이...




하기야 멍해질 수 있는 것도 축복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인생사 생활고로 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끝 없는 번민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경우는 또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
나도 좀 멍해지는 시간이 있고 싶다구요...
하고 외치고 싶은 영혼이 얼마나 많을 지는 안봐도 훤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멍하게 있지 않도록 철저한 훈련과 윽박지름 속에 살아오지 않았던가.
"어이, 무길도한량! 공부시간에 딴 생각야? 이리 나왓!"




물론 아무 때나 멍해지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작업을 하다가 등의 경우엔, 중간에 멍해졌다간 충분히 위험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들이므로 피해야 하겠지만, 이런 때를 제외하곤 누구든지 아주 잠시만의 시간이라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조심은 하여야 한다.
직장 상사는 근본적으로 멍해져 있는 직원들을 싫어한다.
아내들은 저 양반이 또 여왕봉다방 김마담 생각하고 있나 의심할 수도 있다.




멍해지는 시간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머리 속에 찌든 상념의 때를 털어버려야 한다.
가슴 속 틈바구니 마다 골골이 맺힌 감정의 찌끄러기들을 청소해내야 한다.
자신을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격리하여 쉴 틈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두가 잠시만이라도 멍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무길도한량의 모두를 위한 소소한 생각이고... ^^




무길도한량도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멍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무길도한량은 멍해지는 시간이 없이 극도로 긴장된 생활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고... --;
문제는, 요즘 들어 무길도한량은 멍해지는 시간 끝에 곧잘 정신줄 놓고 코를 골아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는 사실이다. (어... 나이 탓인가? ^^)  
이곳 저곳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들여다 보다가, 지난 이야기들을 엮을 모티브들을 정리하다가, 인터넷으로 소재거리들을 찾다가... 잠시 멍한 상태로... 그리고 곧 이어서... 쩝. --;
그러니까 멍해지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

자주 글 못쓰는 이유를 만들다 봉께 별 말도 안되는... ^^;;
아주 팔자가 늘어진다고 자랑을 하지요? ^^;;
무길도한량이었습니당~ ^^




(2011.10.16)




                                                           

2011년 10월 6일 목요일

청춘에 곱던 양자



靑春에 곱던 양자 님으뢰야 도 늙거다
이제 님이 보면 날인 줄 아르실가
진실로 날인 줄 아라 보면 고대 죽다 셜우랴


                                          (강백년)


청춘에 곱던 모습이 님으로 인해 다 늙었다
이제 님이 보면 난 줄 알아나 보실까
진실로 난 줄 알아보면 당장 죽어도 무엇이 서러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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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하고 시작하는 민태원선생의 수필 청춘예찬(靑春禮讚)은 이상(理想)으로 빛나는 젊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이다... (후략)"

그리고 그는 이상(理想)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며 청춘을 청춘답게 만드는 핵심요소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 그의 유명한 표현 '청춘의 끓는 피',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 과는 조금 동떨어지기 시작하는 비(非)청춘들은 어찌 하여야 하는가?
폐부를 찌르도록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젊은 날의 꿈을 안고 스러져야만 하는가?

이양하선생의 수필 신록예찬(新綠禮讚)을 들여다 보자.
"...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 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三伏炎天)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후략)"
장년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잖은가.
늙어간다고 코만 쑥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숙미? 노련미? 그런 것들일까?
하기야, 갓 담아내는 보졸레누보 와인도 유명하지만, 그래도 역시 와인은 좋은 환경에서 오래도록 푹- 숙성된 와인이 진국이고, 김치도 금새 담근 겉절이 보단 동토의 지하에서 겨우내 숙성과정을 거친 김장김치라야 김치의 참맛을 보여줄 수 있는거 아니겠는가.
청춘도 좋지만 역시 중요한 건 세월을 따라 농담을 더하고 깊이를 더한 우리 이맘 때가 아닐까 싶다.


오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돌려진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받으소서
......

봐라!
서러워 말고 그 속에 간직한 힘을 찾으라 안카나.
아직도 괜찮다 아이가...
거, 고개를 들자카이!
어깨 펴고!
이 악물고!
우리 아직 게임 안끝났다고! ^^

인생도 한 50쯤 되어야 세상 단맛, 쓴맛, 매운맛, 신맛... 등등, 여하간 그런 거 골고루 맛보고 이리저리 잘 스며들어 좀더 인간다워지는 거 아닌가?
옛글에도 나이 50이면 하늘의 뜻을 알고(知天命) 거기에 순응한다고 했다.
잘 익은 곡주처럼 진한 맛을 풍기는 묵직한 어른이 되자스라.
청춘에 곱던 모습들 다 잃어버렸어도, 질그릇처럼 투박한 삶 속에 숨은 오묘한 힘을  잊지말자.


(2011.10.06)

2011년 10월 4일 화요일

열 일곱해 동안

 
열 일곱해 동안






이제 바야흐로 가을은 본격적인 듯 하다.
아침산보를 돌 때 마다 마주치며 인사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하얗게 '하-이-' 하며 뿜어져 나오는 걸 보면 기온도 얼추 10도 내외까지 떨어진 듯 하고, 빨간색으로 변한 나무들의 숫자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구름 가득한 은회색 하늘가로 뿌옇게 동은 터오르고 또 하루의 흔적 없는 시간은 시작된다.
Where did you go?

이맘때엔 TV 속의 기상통보관은 매일 똑같은 예보를 계속하곤 한다.
"네, 월요일엔 흐리고 비, 화요일엔 흐리고 비, 수요일엔 흐리고 비, 목요일에도 흐리고 비, 금요일에도, 네, 별로 특별한 거 없습니다. 역시 흐리고 비. 토요일에도 마찬가지로 흐리고 비...
헤헤, 아, 일요일엔 한 두어시간 햇빛이 드는 곳도 있겠습니다만, 전반적으론 흐리고 비가 오겠습니다. 이상, 일기예보를 마치겠습니다."
참 돈 많이 받고 할 일 없는 직업이다. ^^
"아, 잠깐, 일기예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퀴즈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헤헤."
궁시렁대는 내 말을 알아들었나보다.
"우리 지방이 10월 중 하루종일 해가 쨍쨍했던 마지막 해는 언제였을까요?"
아이구~, 차암 퀴즈 재미있다.




엊그젠 수만리 거리를 두고 웹캠 속에 마주 앉은 두 비(非)청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오늘이 그날이네?"
"올핸 잊지 않고 기억했네..."
"그래도 몇 번째인지 잘 모르지?"
"열 몇번째지, 아마?" ^^
우린 유치원 아이들 마냥 손가락으로 한해 한해 꼽아가며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와-, 벌써 열 일곱번째네?"
"그렇지? 세월도 참..."
"하나도 안늙은 기분인데..."
"그러게, 그래도 벌써 17년이야."




그랬다.
벌써 열 일곱해가 흐른거였다.
뭐... 그래도 아직 이십년도 안되었잖아?
용케들 잘 살고 있다. ^^
"수고했네, 십 칠년 동안."
"고마웠어, 십 칠년 동안."
그래, 그동안 고마웠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지...
십 칠년이란 세월이 한 번을 더 지나갈지, 두번을 더 지나갈지, 세번을... (이건 좀 너무 많은가?) ... 여하간 같이 가야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세상 많고 많은 돌멩이들 중 두 모진 돌멩이가 어느날 만나, 서로 부딪치고 깨어지고 갈아지고 부숴지면서 십 칠년이란 시간을 버텨냈다.
물론 우리 부모님 금혼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험한 세상에 서로 믿고 의지하며 6205날을 지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게 여겨졌다.
기념 노래라도 한 곡...?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어? 이건 그걸 기념하는 노래가 아닌데... ^^
가만 있자... 어, 이런게 있네?




There's lots of things         
With which I'm blessed,      
Tho' my life's been both sunny and blue, 
But of all my blessings,
This one's the best:
To have a friend like you.
내 인생고락 간에
수 많은 축복을 받았지
하지만 그 중 제일은
당신과 같은 친구를 가졌다는 거.


In times of trouble
Friends will say,
"Just ask... I'll help you through it."
But you don't wait for me to ask,
You just get up
And you do it!
어려울 때 친구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지
"말만 해... 내 끝까지 도울께."
하지만 당신은 나의 부탁을 기다리지 않고
그 즉시 일어나 날 도왔지


And I can think
Of nothing in life
That I could more wisely do,
Than know a friend,
And be a friend,
And love a friend... like you.
생각컨대 내 인생에서
당신과 같은 친구를 사귀게 되고,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것 보다
더 잘 했던 일도 없었던 것 같아.


                       (Author Unknown)





맞지... 이만한 친구 보내주심에 감사드리고...
또 이만큼 자리잡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고...
워낙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지겹지는 않았음에 감사드리고...
부모님 슬하를 떠나 한 가정을 세우고 두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음에 감사드리고...
공황으로 가진 돈이 바닥나, 호숫가에서 츄러스 하나씩 들고 기념만찬을 대신했던 2년전의 기념일도 즐겁게 추억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고...
비록 떨어져 있지만, 매일 웹캠으로 얼굴이나마 보고 웃을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아직도 함께 할 수 있는 더 많은 날들이 남아있음에 감사드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감사드릴 일들은 더더욱 많아짐에 또 감사드리고... ^^

힘들어도 잘 참아내고 이겨내는 나의 친구를 위하여 건배!
더 좋은 날이 올거야...
웹캠 너머 어두운 방에서 그녀가 화이팅을 외친다.
화이팅!
나도 화이팅!




(2011.10.04)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청산도 절로절로



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
山 절로 水 절로 산슈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김인후)


푸른 산도 저절로 푸른 물도 저절로
산도 저절로 물도 저절로 되듯 자연 속의 나도 저절로
자연 속에서 저절로 자란 이 몸, 늙기도 저절로 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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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집 뒷간 뒤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두엇 있었다.
전기도 없이 깜깜하던 밤그늘에 바람이 불 때 마다 밤나무들은 쉬이- 하고 온 잎들을 흔들어대면, 엊그제 잠자리에서 들었던 빨간 보자기 귀신에 파란 보자기 귀신도 나올 듯 무서웠다.
판자쪽을 이어 붙인 문 틈으로 노오란 별들은 쏟아지고 흔들리는 촛불은 금새라도 꺼질 듯 위태 위태 불안 불안하기만 했다.

"아직 밖에 있는거지?"
소년는 몇 번이고 누나가 밖에 서있는질 확인했다.
"빨리 안나오면 나 가버린다."
짖궂은 누나가 재미로 소년을 얼러대면 소년은 징징대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잉잉~, 그러면 엄마한테 이를거야."
"그러니까 서두르라고!"
"나도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상황은 역전되기 마련이었다.
"야, 너 아직 밖에 있지?"
누나는 쪼개진 판자문 사이로 내다보며 묻는다.
"그래~, 빨리 안나오면 가버린다."
"어우, 야아~"

소년은 발 밑으로 떨어진 푸른 밤송이를 쪼개려고 두발로 밟아 본다.
너무 어린 눔이었는지 연한 밤송이는 갈라지지 않고 뭉개지기만 할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밤나무는 잘 익은 밤들이 꽉 찬 갈색 밤송이를 떨구기 시작할 것이다.
짧은 오후내 가을햇살에 밤송이들은 절로 벙그러질 것이고...

바람이 밤나무를 한 번 더 으스스스 떨게 만들며 지나가는 끝엔 별들이 가득하다.
"북두칠성이 큰곰자리라고 했었나?"
"그래, 북극성 건너 W자가 카시오페아자리이고..."
소년은 손가락을 들어 하늘에 W자를 그려본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소슬바람에 가을의 바삭함이 묻어난다.
계절도 밤나무도 소년도 그렇게 절로 절로 익어갔다.


(2011.09.28)

 

2011년 9월 20일 화요일

무길도 바닷가에 서서

무길도 바닷가에 서서






바다로 내려갔다.
아침 산보를 할 때 마다 멀리서 슬쩍슬쩍 한자락씩 비춰주는 바다의 푸른 치맛깃을 따라 오솔길을 내려갔다.
지난 이삼일 동안의 스산했던 날씨를 언제 그랬냐고 비웃기라도 하듯이, 오늘은 쨍! 이다.
맑은 하늘에 흰구름 몇 점 떠가고 무길도의 바다는 파랗게 시린 빛을 뿜고 있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카메라를 꺼내 어깨 너머로 휘딱 들쳐메고 숲 사이 바다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갔다.




엊그제였던가?
두 달 내내 구름 한 점 없던 아침 하늘에 은회색 구름이 뒤덮이고, 좀처럼 볼 수 없던 강한 바람까지 들더니 종내에는 빗방울마저 서너 시간 동안 뿌려댔다.
이제 다시 우기(雨期)의 시작인가 싶을 정도로 공기도 냉랭해지자 특별히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재킷을 꺼내 입었다.
하긴, 내가 느끼지 못하던 사이 벌써 우리 아파트 앞 연못엔 열두마리 오리가족이 날아들었고, 골프장 주변의 몇몇 나무 끝이 빨그스름하게 변한 것이며, 걸을 때 마다 발길에 채이는 낙엽들이며...
자연은 그렇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도 때를 맞춰 순행하고 있었다.




엊그제였던가?
웹캠 너머 부석부석한 얼굴로 부시시한 머리를 집게손가락으로 몇 번 긁적이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야아, 내 이삼일 병원에 검사 들어가니까 핸드폰 하지 마라."
내가 언제 핸드폰으로 전화 드린 적이 있던가? ^^;;
"내 말은 이삼일 컴퓨터에 안나오더라도 궁금해 하지 말란 이야기다."
이 정도 말씀하면 좀 알아들었어야 자식놈인데...
워낙 센스가 느린 동네사람이라 무길도한량은 그 말씀의 뜻을 읽지 못했다.




엊그제였던가?
어머닌 물으셨다.

"요즘은 왜 글 쓰는게 좀 뜸하다?"
"사진은 잘 안찍냐?"
글쎄 아이들이 개학하고 그러니까 뭔지 모르게 덩달아 마음만 바빠져서...
통 마음 잡고 앉아서 글 쓸 시간도 없고, 사진 찍으러 나갈 시간도 없고...
두런두런 쓸데 없는 핑계만 주어 섬기고 말았다.
"무길도 앞바다도 안가냐?"
아, 무길도 앞바다!
갑니다, 갑니다용~ ^^;;





삐리리리~
소리도 방정 맞게스리 나의 핸드폰이 몸을 배배 꼬며 징징거리며 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빠 나야."
몇 십년 전, 학교앞 문방구에다 잊고 두고 왔었던 첫째 동생이다.
"엄마가 인공심장판막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잘되어 상태가 좋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했어."
무무...무슨 수술???
"혈관을 통해서 뭘 집어넣고 하는 수술인데 성공적인 모양이야. 3일, 일주일, 한 달... 이런 식으로 경과를 체크한대..."
무길도한량도 모르는 사이에 울 어머니는 심장수술을 하셨단다... ^^;;;
하나 밖에 없는 아들도 천리 만리 밖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길도 앞바다는 그렇게 파란 모습을 하고 오늘도 하늘을 향해 있었다.
예전 내가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며 뿌연 의식의 주변을 헤매일 때는 어머니께서 곁에서 끝없는 기도로 날 지켜주셨다.
어머니께서 어려우실 때를 함께 못해드리는 이 아들내미를 용서하소서.
어머니 옆에서 바싹바싹 마르는 목으로 서계셨을 연로하신 아버지께도 미안함이... --;;
그동안 낙엽이 떨어지고 계절이 바뀌는 줄은 알았어도 부모님의 세월은 세지 못하였다.
나는 시리도록 파란 무길도의 바닷가에 서서 어머니의 쾌유를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어머니를 지켜주세요.

하얀 조약돌 하나를 들어 힘껏 파란 바다를 향해 날려본다.





(2011.09.20)

2011년 9월 5일 월요일

힘써 하는 싸홈




힘써 하는 싸홈 나리 위한 싸홈인가
옷밥의 뭇텨이셔 할일업서 싸호놋다
아마도 조티디 아니하니 다시 어이하리


                                   (이덕일)


힘써서 하는 저 싸움이 나라를 위한 싸움인가
옷, 밥이 풍족하다 보니 할 일 없어 싸우는 모양이지
아아 그치지 아니하니 이를 어쩔 것인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데다가, 작은 나라에 인구는 과밀하여 생존경쟁을 위하여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고학력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 중 지식은 많으나 현실은 모르는 사람들을 '헛똑똑이' 라고 칭하면 틀린 말일까?
여하간 이러한 헛똑똑이들은 얼마나 많은지...
마치 누가 누가 더 미련한지 시합하는 경연장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불과 60년전의 참상을 잊어버리고 그 강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빠진 헛똑똑이들.
정치세력에 이용되는 줄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이벤트에 참여하는 헛똑똑이들.
몇 번을 속고도 또 그래도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까 하는 미련으로 투표하는 헛똑똑이들.
자신을 왜 뽑아주었는지도 모르는 채 저 잘났다고 아우성치는 헛똑똑이들.
무엇을 위한 투표를 하는지도 모르고 떠들기만 하는 헛똑똑이들.
...

너무 종류가 많고 다양하여, 하나 하나 예를 들자면 밤을 새도 부족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도대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헛똑똑이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정치적 선동가에 의해, 매스콤에 의해, 블로거에 의해 이용 당하며 이리 저리 휘몰리는 그들은 단지 고학력의 고성능 통신수단으로 무장된 쥐떼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행동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은 좀 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나의 행동이 힘써 하는 저 싸움에 돌멩이 하나로 어떻게 작용할지 하는 정도의 생각은 있어야 되지 않나 싶다.
걸그룹이니 기쁨조니 이런거만 관심을 갖지 말고 말이다.

이렇게 우왕좌왕 갈팡질팡 패싸움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굴욕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 과거 우리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것도 아니잖은가.
아마도 조티디 아니하니 다시 어이하리...
어이하리...

에이~, 무길도한량이 정녕 나서야 한단 말인가? ^^


(2011.09.05)

 

2011년 9월 4일 일요일

Hosanna

Hosanna

                                            by Hillsong United




http://www.youtube.com/watch?v=UXCoHxX1OC8 (클릭!)


호산나 : ('우리를 구하옵소서'의 뜻) 예수가 예루살렘에 마지막 입성할 때에 군중들이 외친 말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이르는 말. - 야후! 국어사전

Hosanna : a cry for salvation; while at the same time is a declaration of praise - from Wikipedia

Hillsong United 는 Hillsong Church 라는 유명한 교회의 youth ministry에 속한 4개의 연령별 소그룹이 함께 모였을 때에 스스로를 지칭하던 이름이었다.
1998년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선교팀으로 재탄생, 매년 음반을 발표하고 세계순회연주도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밴드.
2006년에 이어 올해에도 내한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무길도한량이 이들의 목소리로 듣길 좋아하는 'Hosanna' 도 불렀는지 모르겠다.


I see the king of glory
Coming on the clouds with fire
The whole earth shakes, the whole earth shakes


I see the His love and mercy
Washing over all our sin
The people sing, the people sing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I see a generation
Rising up to take their place
With selfless faith, with selfless faith


I see a near revival
Stirring as we pray and seek
We're on our knees, we're on our knees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eal my heart and make it clean
Open up my eyes to the things unseen
Show me how to love like You have loved me
Break my heart for what breaks Yours
Everything I am for Your Kingdom's cause
As I walk from earth into eternity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2011.09.04)

2011년 8월 30일 화요일

넙으나 너른 들회




넙으나 너른 들회 흐르느니 물이로다
人生이 뎌르로다 어드러로 가는게오
아마도 도라올 길히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무명씨)


넓으나 넓은 들에 흐르는 것이 물이구나
인생도 저렇게 흘러가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아마도 돌아올 길이 없으니 그것이 슬프구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가수 최희준은 '하숙생'을 부를 때 인생을 음미하는 듯, 지긋이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런 모습이 이 노래에 깊이를 더했던 것 같다.
한 번 동영상으로 보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WktYRl9WpSY&feature=related (클릭)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없이 흘러서 간다

요즘 새로운 787 여객기를 열심히 만들어내고 있는 이곳 조립공장 활주로 건너편에는 여러곳에서 날아온 비행기들이 한 떼 모여있다.
무길도한량이 비행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한눈으로만 봐도 그들은 꽤 오래 전에 생산된 비행기들임을 알 수가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조종설비를 제외한 의자니 천장에 붙은 수납캐빈이니 하는 모든 내장재를 떼어내고 깨끗이 청소를 한 뒤 모든 창문과 출입구를 밀봉을 한다.
그리곤 비행기 전체를 하얀색으로 다시 페인트 칠을 하여 과거를 지워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비행기는 어느날 활주로를 차고 올라 아리조나주의 모하비사막까지의 마지막 비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재활용 콜을 받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이제 그들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영면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장 한귀퉁이에서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탈바꿈을 하며 변해가는 비행기들.
그리고 십중 팔구 마지막일 그 비행을 위해 막상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 구름 사이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Well done, good and faithful servant."


인생도 또한 그러하리라.
충성하고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에 그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그 인생 헛되진 않았으리라.
......

오늘도 아침길을 걷다가 하얀 옷을 입은 한 비행기의 마지막 비상을 본다.
그곳에서 편히 쉬길...
굿바이.



 (2011.08.31)

2011년 8월 26일 금요일

그믐달 뜬 새벽


그믐달 뜬 새벽





새벽녘 푸른 어스름 자락 위로 연노랑 하루가 갓 밝아오는데,
까맣게 키가 큰 나무 왼쪽 어깨 위엔 그믐달 하나 간들 걸려있다.
참 예쁘기도 하다.
그 휘어진 곡선의 단아함이며 금가락지처럼 빛나는 색깔하며...
황진이의 눈썹이 저러 하였을까? ^^

옛적 중국 주나라에선 여인들이 본래의 눈썹을 제거하고 검푸른색으로 눈썹을 다시 그려넣는 것이 유행하였는데, 여기서 누에나방(蛾)의 더듬이 모양의 눈썹(眉)을 최고로 쳤다.
여기서부터 아미(蛾眉)라는 단어가 미인(美人)의 상징어가 되었다.
누에나방의 더듬이를 보면 그 모습이 마치 초승달 같은 모습(아래 사진 참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인=아미=초승달 눈썹', 이런 공식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사진출처: http://www.123rere.com/File/Board/200407)

무길도한량이 새벽녘 동쪽 하늘에서 본 것이야 초승달이 아닌 그믐달이 틀림없지만, 그 예쁘기가 초승이니 그믐이니 따질 것도 없는 것이라서 이야기를 내어봤다.
뭐, 어차피 초승달 뒤집으면 그믐달 아니겠는가? ^^
여하간 그 달이 한 남정네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아름다웠다는 얘기.

아름다운 달을 보며 이런 감상에 젖는 이가 세상에 어디 무길도한량 뿐이랴?
유명한 소설가 나도향은 '그믐달' 이란 제목으로 '조선문단' 이란 잡지에 짧은 수필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은 이렇게 시작을 한다.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후략)"

과연 그는 당대의 문장가이다.
무길도한량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다 표현해버렸으니...
아, 어찌 하늘은 무길도한량을 세상에 내고 또 나도향을 내었단 말인가? --;;;
같은 하늘은 아니라고...?
에헴, 여하간, 좌우지당간에 그의 표현에 삐침 하나 더하고 뺄 곳이 없다.

얼마전 조선의 화가 신윤복의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에 나타난 달의 모습을 보고 그림의 제작시기를 밝혀낸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독특하게 표현된 달의 모습을 보고 천문학자는 월식 때일거라는 추측 아래 중요 천문현상까지 기록한 '승정원일기' 와 대조, 정확한 배경날짜를 알아낸 것이다.
한편, 우리의 그믐달은 그의 또 다른 그림 '야금모행도(夜禁冒行圖)'에 등장한다.


신윤복, 야금모행도(夜禁冒行圖)

보시다시피, 그믐달은 동산 위에 깔린 푸른 어스름 위로 떠올라 있고 밤 사이 기생과 거나하게 마시던 한량은 야금(夜禁: 야간통행금지)를 무릅쓰고(冒) 길을 나서는(行) 모습이다.
밤 열시(2경)쯤에 통금을 알리는 인정(人定)을 치고 새벽 4시경 (5경)에 파루(罷漏)를 하였으며 위반자는 시간 때에 따라 곤장 10~30대의 형을 받았으니 '무릅쓴다'는 표현이 적절도 하겠다.
왼쪽엔, 궁인(宮人) 중 홍의를 입은 사람은 야금위반 곤장을 면케 해주었다는 규칙이 있었던 바, 술 취한 한량과 기생의 2차 나들이에 편의를 봐주어 한량이 감사의 표시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저 달은 알고 있다,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
아마도 저 한량의 부인은 지금쯤 빨래방망이나 다듬이 방망이 하나 곧추 세우고 안방문 앞에 좌정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 안으로 드시지요. 나으리."
"네, 부인."
퍽! ^^

또 가슴이 숨뿡 닳아버린 애절한 그믐달을 보며 시인 천양희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믐달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산(山)번지
따오기 날아가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진 어머니


어머니...
그 어머니의 등에 엎히어 가면서 아이는 달을 본다.
엄마, 달이 자꾸 따라와.
엄마의 걸음이 빨라지면 달도 빨리 쫓아오고, 엄마의 걸음이 늦어지면 달도 천천히 쫓아오고...
아이는 자신의 갈 길을 가지 않고 자꾸만 따라오는 달을 불안한 표정으로 올려다 본다.
엄마, 달이 자꾸 따라와.
어머니는 아이를 업고 달을 업고 밤길을 갔다.




그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달은 얼음칼처럼 날카로와졌다가도 호박처럼 둥그래졌다간 다시 스러지면서 잊혀질만 하면 또 다시 소생하길 반복한다.

아이는 지금 달보다 육펜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달은 여전히 보이건 보이지 않건 언제나 저만치의 자리에서 아이를 따라온다.
길바닥에 떨어진 육펜스를 찾으려 숙였던 고개를 들고 이제 다시 달을 바라볼 것인가?
낡고 깃털이 다 빠져버린 날개를 펼치고 달을 향해 휘적휘적 어깨짓을 할 것인가?
달이 저만치서 내려본다.

예쁜 그믐달이 뜬 새벽이다.

(2011.08.26)

2011년 8월 21일 일요일

Sweetly Broken

   Sweetly Broken


                                                                  by Jeremy Riddle


"broken" 이라는 단어는 '부러진', '꺾인' 하는 뜻으로 사용되어진다.
예를 들자면,
broken arm : 부러진 팔
broken dream : 꺾인 꿈
등등 인데, 예에서 보듯이 육체적인 고통, 심적인 고통을 수반한다.
그런데, 부러지고 꺾어지긴 했는데 아프지 않고 달콤한, 기분 좋은 느낌이 있을 수 있을까?
Sweetly Broken 이란 결국 자신을 꺾어버리고 하나님께 항복하고 순한 양이 됨을 이야기 한다.
조용히 듣다보면 눈물이 흐르는 노래.
...? 
들어도 안흐른다고?
그럼 흐를 때까지 계속 듣도록! ^^


http://www.youtube.com/watch?v=O5_Z3ZZYLDc (클릭!)




TO THE CROSS I LOOK AND TO THE CROSS I CLING
OF ITS SUFFERING I DO DRINK
OF ITS WORK I DO SING


ON IT MY SAVIOR BOTH BRUISED AND CRUSHED
SHOWED THAT GOD IS LOVE
AND GOD IS JUST


AT THE CROSS YOU BECKON ME
YOU DRAW ME GENTLY TO MY KNEES, AND I AM
LOST FOR WORDS SO LOST IN LOVE
I AM SWEETLY BROKEN WHOLLY SURRENDERED


WHAT A PRICELESS GIFT UNDESERVED LIFE
HAVE I BEEN GIVEN
THROUGH CHRIST CRUCIFIED


YOU CALLED ME OUT OF DEATH
YOU CALLED ME INTO LIFE
AND I WAS UNDER YOUR WRATH
NOW THROUGH THE CROSS I'M RECONCILED

AT THE CROSS YOU BECKON ME
YOU DRAW ME GENTLY TO MY KNEES, AND I AM
LOST FOR WORDS SO LOST IN LOVE
I AM SWEETLY BROKEN WHOLLY SURRENDERED

AT THE CROSS YOU BECKON ME
YOU DRAW ME GENTLY TO MY KNEES, AND I AM
LOST FOR WORDS SO LOST IN LOVE
I AM SWEETLY BROKEN WHOLLY SURRENDERED

IN AWE OF THE CROSS I MUST CONFESS
HOW WONDROUS YOUR REDEEMING LOVE AND
HOW GREAT IS YOUR FAITHFULNESS


AT THE CROSS YOU BECKON ME
YOU DRAW ME GENTLY TO MY KNEES, AND I AM
LOST FOR WORDS SO LOST IN LOVE
I AM SWEETLY BROKEN WHOLLY SURRENDERED


AT THE CROSS YOU BECKON ME
YOU DRAW ME GENTLY TO MY KNEES, AND I AM
LOST FOR WORDS SO LOST IN LOVE
I AM SWEETLY BROKEN WHOLLY SURRENDERED

I'M BROKEN FOR YOU
I'M BROKEN FOR YOU MY LORD
JESUS, WHAT LOVE IS THIS
I AM SWEETLY BROKEN


(2011.08.21)

Amazing Grace

Amazing Grace (My chains are gone)


                                                                by Chris Tomlin







두 말이 필요없는, 무길도한량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우리가 한국에서 아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편집하고 더 첨가하여 새롭게 만들었다.
My Chains Are Gone 이란 부제도 덧붙이고...
원곡도 좋지만 새 버전도 어메이징하기 이를데 없다.
약간 깔깔한 Chris Tomlin의 목소리도 좋고...
나도 좀 저런 목소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아마 지금쯤 어느 시골 교회 한 귀퉁이에서 기타 치고 있을까? ^^


http://www.youtube.com/watch?v=Y-4NFvI5U9w (클릭)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That saved a wretch like me
I once was lost, but now I'm found
Was blind, but now I see


'Twas grace that taught my heart to fear
And grace my fears relieved
How precious did that grace appear
The hour I first believed


My chains are gone
I've been set free
My God, my Savior has ransomed me
And like a flood His mercy reigns
Unending love, Amazing grace



The Lord has promised good to me
His word my hope secures
He will my shield and portion be
As long as life endures


My chains are gone
I've been set free
My God, my Savior has ransomed me
And like a flood His mercy reigns
Unending love, Amazing grace

My chains are gone
I've been set free
My God, my Savior has ransomed me
And like a flood His mercy reigns
Unending love, Amazing grace



The earth shall soon dissolve like snow
The sun forbear to shine
But God, Who called me here below
Will be forever mine
Will be forever mine

(2011.08.21 re.)

2011년 8월 16일 화요일

둘째의 오믈렛



둘째의 오믈렛








"아빠, 어서오세용~"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둘째 녀석이 부엌에서 기웃하며 소리지른다.
말 끝이 올라가는 걸 보니 기분이 좀 나아진 모양.
아침에 나가면서 늦잠 잔다고 야단치고 나갔는데, 그새 좀 풀어진 듯 하다.
하기야 나도 저 땐 틈만 나면 낮잠 자고, 늦잠 자고, 저녁밥만 먹고 나면 잠들고...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안된게 신기할 따름이다.

녀석은 그동안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발휘를 하겠다고 두 팔을 걷어부쳤다.
"아빠, 조금만 기다려. 내가 맛있는 오믈렛 해줄께..."
슬쩍 부엌을 들여다보니 도마 위에 양파와 햄을 잘게 썰고 있었다.
밥 공기 안에 날계란 두 개를 담아놓고...
그 정도 양이면 계란 두 개론 좀 부족할거다 하고 얘기를 해줄까 하다가 그냥 놔두기로 한다.
무길도한량도 이젠 요리실력이 웬만큼 늘어서 탁! 보면 척! 안다. ^^





나는 우리 부모님께 무엇을 해드린 적이 있었던가?
슬하에 있을 땐 아마도 한 번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은 우리집엔 워낙 층층으로 여자가 많았기도 하지만, 사내녀석이 고추 떨어질라고 부엌에서 얼씬거린다고 힐난하시던 할머니의 반(反)페미니즘적 사고의 발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멀리 플로리다에 가 한동안 있을 때에, 우리 부모님께선 노구를 이끌고 열여섯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우리를 위안하러 와주셨다.
인턴생활로 매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집사람을 대신하여 정의의 사도 무길도한량, 후라이팬 손잡이는 잡았으나...

아마 리포터가 있었다면 이렇게 인터뷰를 했을 것이다.
리포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되었습니까?
무길도한량: 아, 예. 우덜은 그저 이가 없으면 잇념으로 한다는 거쥬, 잇념으로...





분명한 것은 잇몸은 분명 이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무길도한량은 나름 자신의 아이디어를 짜내어 식단의 규격화를 추구하였다.
아침: 쏘세지 데친 거, 계란 후라이 또는 삶은 거, 밥, 국물은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먹는다.
점심: 라면 (반론 없음), 김치
저녁: 뭐든지 무길도한량이 만드는 거, 김치, 밥, 부모님이 가져오신 김. 이상.
그리고 넉살 좋게 이렇게 말하였다.
먹는게 중요한 건 아니잖유?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중요하지... ^^

당시 주방장 무길도한량의 저녁메뉴는 이러했던 것 같다.
카레, 카레, 김치볶음밥, 계란볶음밥, 카레, 계란국, 오뎅국, 다시 계란국, 오뎅국(이번엔 계란 풀어서), 카레, 짜장, 부대찌게...
열흘쯤 지나자 무던하게 견디시던 백성들 사이에 분란의 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 암만 식당 가면 다시다 많이 넣는다 해도 한번 가보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네가 해주는 밥, 괜찮긴 한데 좀 맛이 없다.(???)"
아니, 무길도한량이 열심히 만드는데 만족하지 못하신단 말씀인가?




여하간 한식당에 가자는 제안은 무길도한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구성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결국 우리는 차를 몰아 그 동네 제법 한다는 한식당을 찾아갔다.
된장찌게도 시키고 갈비도 굽고 탕수육도 시키고 오징어볶음도 시키고...
둘째녀석의 대표 기도가 끝나고 석쇠에서 지글지글 갈빗살이 익어가자, 비리리리 하시던 부모님의 안색에 화기가 다시 돌기 시작하고 아이들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으며 온 가족에게 생기가 넘쳐 흘렀다.

무길도한량?
저도 왜 안먹고 싶었을까...
단지 부모님 앞에서 꿋꿋하게 잘 살고 있다는 표를 내기 위해 고집을 부린거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역시나 중요했다.




"아빠, 맛 없으면 안먹어도 돼."
녀석은 조금 불안한 모습으로 오믈렛 접시를 내쪽으로 내민다.
"맛있어 보이는데, 뭐."
반달 모양으로 접힌 오믈렛은 제법 들어간 양파와 햄 덕분으로 두둑해 보인다.
계란은 태우지 않고 노릇노릇 잘 부쳐 내었다.
오믈렛 위에 토마토케챂을 갈짓자로 짜얹으면서 마음을 다져 먹는다.
잔소리 하지 않기. 잔소리 하지 않기. 잔소리 하지 않기...
무조건 칭찬하기. 무조건 칭찬하기. 무조건 칭찬하기...

그리고 녀석에겐 입속에 침이 고이는 시늉을 하며 오믈렛을 젓가락으로 크게 잘라낸다.
한 입을 벌려 오믈렛을 가져오는 동안 오믈렛에서 양파와 햄 조각들이 마구 떨어져 내린다.
계란이 부족하니 양파와 햄이 따로 놀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입 안으로 쑤욱 집어넣는다.
싱거워... 소금, 소금... 파도 좀 넣어주지...
칭찬하기, 칭찬하기, 칭찬하기...




녀석은 여전히 씹고 있는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나는 한쪽 눈을 실눈으로 뜨면서 볼따귀에 가득한 오믈렛으로 입을 열지 못하는 척, 녀석에게 천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녀석의 입가에 그리고 눈가에 미소가 번져간다.
"정말?"
"오, 정말 맛있네... 이건 진짜 와우인데?"
나는 순식간에 오믈렛 한덩이를 먹어버린다.
게걸스럽게...
그리고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와, 인제 오믈렛은 아빠보다 더 잘 만드는 걸...?"
"다음에 또 해줄께. 먹고 싶을 때 이야기 해."
오호! 그건 생각 좀 더 하기로 하자... ^^
여하튼 칭찬하기, 칭찬하기, 칭찬하기....
칭찬은 코끼리도 춤 추게 만든다고 하잖은가.




(201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