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청산도 절로절로



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
山 절로 水 절로 산슈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김인후)


푸른 산도 저절로 푸른 물도 저절로
산도 저절로 물도 저절로 되듯 자연 속의 나도 저절로
자연 속에서 저절로 자란 이 몸, 늙기도 저절로 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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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집 뒷간 뒤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두엇 있었다.
전기도 없이 깜깜하던 밤그늘에 바람이 불 때 마다 밤나무들은 쉬이- 하고 온 잎들을 흔들어대면, 엊그제 잠자리에서 들었던 빨간 보자기 귀신에 파란 보자기 귀신도 나올 듯 무서웠다.
판자쪽을 이어 붙인 문 틈으로 노오란 별들은 쏟아지고 흔들리는 촛불은 금새라도 꺼질 듯 위태 위태 불안 불안하기만 했다.

"아직 밖에 있는거지?"
소년는 몇 번이고 누나가 밖에 서있는질 확인했다.
"빨리 안나오면 나 가버린다."
짖궂은 누나가 재미로 소년을 얼러대면 소년은 징징대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잉잉~, 그러면 엄마한테 이를거야."
"그러니까 서두르라고!"
"나도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상황은 역전되기 마련이었다.
"야, 너 아직 밖에 있지?"
누나는 쪼개진 판자문 사이로 내다보며 묻는다.
"그래~, 빨리 안나오면 가버린다."
"어우, 야아~"

소년은 발 밑으로 떨어진 푸른 밤송이를 쪼개려고 두발로 밟아 본다.
너무 어린 눔이었는지 연한 밤송이는 갈라지지 않고 뭉개지기만 할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밤나무는 잘 익은 밤들이 꽉 찬 갈색 밤송이를 떨구기 시작할 것이다.
짧은 오후내 가을햇살에 밤송이들은 절로 벙그러질 것이고...

바람이 밤나무를 한 번 더 으스스스 떨게 만들며 지나가는 끝엔 별들이 가득하다.
"북두칠성이 큰곰자리라고 했었나?"
"그래, 북극성 건너 W자가 카시오페아자리이고..."
소년은 손가락을 들어 하늘에 W자를 그려본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소슬바람에 가을의 바삭함이 묻어난다.
계절도 밤나무도 소년도 그렇게 절로 절로 익어갔다.


(2011.09.28)

 

2011년 9월 20일 화요일

무길도 바닷가에 서서

무길도 바닷가에 서서






바다로 내려갔다.
아침 산보를 할 때 마다 멀리서 슬쩍슬쩍 한자락씩 비춰주는 바다의 푸른 치맛깃을 따라 오솔길을 내려갔다.
지난 이삼일 동안의 스산했던 날씨를 언제 그랬냐고 비웃기라도 하듯이, 오늘은 쨍! 이다.
맑은 하늘에 흰구름 몇 점 떠가고 무길도의 바다는 파랗게 시린 빛을 뿜고 있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카메라를 꺼내 어깨 너머로 휘딱 들쳐메고 숲 사이 바다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갔다.




엊그제였던가?
두 달 내내 구름 한 점 없던 아침 하늘에 은회색 구름이 뒤덮이고, 좀처럼 볼 수 없던 강한 바람까지 들더니 종내에는 빗방울마저 서너 시간 동안 뿌려댔다.
이제 다시 우기(雨期)의 시작인가 싶을 정도로 공기도 냉랭해지자 특별히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재킷을 꺼내 입었다.
하긴, 내가 느끼지 못하던 사이 벌써 우리 아파트 앞 연못엔 열두마리 오리가족이 날아들었고, 골프장 주변의 몇몇 나무 끝이 빨그스름하게 변한 것이며, 걸을 때 마다 발길에 채이는 낙엽들이며...
자연은 그렇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도 때를 맞춰 순행하고 있었다.




엊그제였던가?
웹캠 너머 부석부석한 얼굴로 부시시한 머리를 집게손가락으로 몇 번 긁적이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야아, 내 이삼일 병원에 검사 들어가니까 핸드폰 하지 마라."
내가 언제 핸드폰으로 전화 드린 적이 있던가? ^^;;
"내 말은 이삼일 컴퓨터에 안나오더라도 궁금해 하지 말란 이야기다."
이 정도 말씀하면 좀 알아들었어야 자식놈인데...
워낙 센스가 느린 동네사람이라 무길도한량은 그 말씀의 뜻을 읽지 못했다.




엊그제였던가?
어머닌 물으셨다.

"요즘은 왜 글 쓰는게 좀 뜸하다?"
"사진은 잘 안찍냐?"
글쎄 아이들이 개학하고 그러니까 뭔지 모르게 덩달아 마음만 바빠져서...
통 마음 잡고 앉아서 글 쓸 시간도 없고, 사진 찍으러 나갈 시간도 없고...
두런두런 쓸데 없는 핑계만 주어 섬기고 말았다.
"무길도 앞바다도 안가냐?"
아, 무길도 앞바다!
갑니다, 갑니다용~ ^^;;





삐리리리~
소리도 방정 맞게스리 나의 핸드폰이 몸을 배배 꼬며 징징거리며 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빠 나야."
몇 십년 전, 학교앞 문방구에다 잊고 두고 왔었던 첫째 동생이다.
"엄마가 인공심장판막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잘되어 상태가 좋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했어."
무무...무슨 수술???
"혈관을 통해서 뭘 집어넣고 하는 수술인데 성공적인 모양이야. 3일, 일주일, 한 달... 이런 식으로 경과를 체크한대..."
무길도한량도 모르는 사이에 울 어머니는 심장수술을 하셨단다... ^^;;;
하나 밖에 없는 아들도 천리 만리 밖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길도 앞바다는 그렇게 파란 모습을 하고 오늘도 하늘을 향해 있었다.
예전 내가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며 뿌연 의식의 주변을 헤매일 때는 어머니께서 곁에서 끝없는 기도로 날 지켜주셨다.
어머니께서 어려우실 때를 함께 못해드리는 이 아들내미를 용서하소서.
어머니 옆에서 바싹바싹 마르는 목으로 서계셨을 연로하신 아버지께도 미안함이... --;;
그동안 낙엽이 떨어지고 계절이 바뀌는 줄은 알았어도 부모님의 세월은 세지 못하였다.
나는 시리도록 파란 무길도의 바닷가에 서서 어머니의 쾌유를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어머니를 지켜주세요.

하얀 조약돌 하나를 들어 힘껏 파란 바다를 향해 날려본다.





(2011.09.20)

2011년 9월 5일 월요일

힘써 하는 싸홈




힘써 하는 싸홈 나리 위한 싸홈인가
옷밥의 뭇텨이셔 할일업서 싸호놋다
아마도 조티디 아니하니 다시 어이하리


                                   (이덕일)


힘써서 하는 저 싸움이 나라를 위한 싸움인가
옷, 밥이 풍족하다 보니 할 일 없어 싸우는 모양이지
아아 그치지 아니하니 이를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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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데다가, 작은 나라에 인구는 과밀하여 생존경쟁을 위하여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고학력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 중 지식은 많으나 현실은 모르는 사람들을 '헛똑똑이' 라고 칭하면 틀린 말일까?
여하간 이러한 헛똑똑이들은 얼마나 많은지...
마치 누가 누가 더 미련한지 시합하는 경연장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불과 60년전의 참상을 잊어버리고 그 강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빠진 헛똑똑이들.
정치세력에 이용되는 줄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이벤트에 참여하는 헛똑똑이들.
몇 번을 속고도 또 그래도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까 하는 미련으로 투표하는 헛똑똑이들.
자신을 왜 뽑아주었는지도 모르는 채 저 잘났다고 아우성치는 헛똑똑이들.
무엇을 위한 투표를 하는지도 모르고 떠들기만 하는 헛똑똑이들.
...

너무 종류가 많고 다양하여, 하나 하나 예를 들자면 밤을 새도 부족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도대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헛똑똑이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정치적 선동가에 의해, 매스콤에 의해, 블로거에 의해 이용 당하며 이리 저리 휘몰리는 그들은 단지 고학력의 고성능 통신수단으로 무장된 쥐떼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행동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은 좀 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나의 행동이 힘써 하는 저 싸움에 돌멩이 하나로 어떻게 작용할지 하는 정도의 생각은 있어야 되지 않나 싶다.
걸그룹이니 기쁨조니 이런거만 관심을 갖지 말고 말이다.

이렇게 우왕좌왕 갈팡질팡 패싸움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굴욕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 과거 우리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것도 아니잖은가.
아마도 조티디 아니하니 다시 어이하리...
어이하리...

에이~, 무길도한량이 정녕 나서야 한단 말인가? ^^


(2011.09.05)

 

2011년 9월 4일 일요일

Hosanna

Hosanna

                                            by Hillsong United




http://www.youtube.com/watch?v=UXCoHxX1OC8 (클릭!)


호산나 : ('우리를 구하옵소서'의 뜻) 예수가 예루살렘에 마지막 입성할 때에 군중들이 외친 말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이르는 말. - 야후! 국어사전

Hosanna : a cry for salvation; while at the same time is a declaration of praise - from Wikipedia

Hillsong United 는 Hillsong Church 라는 유명한 교회의 youth ministry에 속한 4개의 연령별 소그룹이 함께 모였을 때에 스스로를 지칭하던 이름이었다.
1998년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선교팀으로 재탄생, 매년 음반을 발표하고 세계순회연주도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밴드.
2006년에 이어 올해에도 내한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무길도한량이 이들의 목소리로 듣길 좋아하는 'Hosanna' 도 불렀는지 모르겠다.


I see the king of glory
Coming on the clouds with fire
The whole earth shakes, the whole earth shakes


I see the His love and mercy
Washing over all our sin
The people sing, the people sing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I see a generation
Rising up to take their place
With selfless faith, with selfless faith


I see a near revival
Stirring as we pray and seek
We're on our knees, we're on our knees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eal my heart and make it clean
Open up my eyes to the things unseen
Show me how to love like You have loved me
Break my heart for what breaks Yours
Everything I am for Your Kingdom's cause
As I walk from earth into eternity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Hosanna, Hosanna
Hosanna in the highest


(201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