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10월 4일 화요일

열 일곱해 동안

 
열 일곱해 동안






이제 바야흐로 가을은 본격적인 듯 하다.
아침산보를 돌 때 마다 마주치며 인사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하얗게 '하-이-' 하며 뿜어져 나오는 걸 보면 기온도 얼추 10도 내외까지 떨어진 듯 하고, 빨간색으로 변한 나무들의 숫자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구름 가득한 은회색 하늘가로 뿌옇게 동은 터오르고 또 하루의 흔적 없는 시간은 시작된다.
Where did you go?

이맘때엔 TV 속의 기상통보관은 매일 똑같은 예보를 계속하곤 한다.
"네, 월요일엔 흐리고 비, 화요일엔 흐리고 비, 수요일엔 흐리고 비, 목요일에도 흐리고 비, 금요일에도, 네, 별로 특별한 거 없습니다. 역시 흐리고 비. 토요일에도 마찬가지로 흐리고 비...
헤헤, 아, 일요일엔 한 두어시간 햇빛이 드는 곳도 있겠습니다만, 전반적으론 흐리고 비가 오겠습니다. 이상, 일기예보를 마치겠습니다."
참 돈 많이 받고 할 일 없는 직업이다. ^^
"아, 잠깐, 일기예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퀴즈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헤헤."
궁시렁대는 내 말을 알아들었나보다.
"우리 지방이 10월 중 하루종일 해가 쨍쨍했던 마지막 해는 언제였을까요?"
아이구~, 차암 퀴즈 재미있다.




엊그젠 수만리 거리를 두고 웹캠 속에 마주 앉은 두 비(非)청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오늘이 그날이네?"
"올핸 잊지 않고 기억했네..."
"그래도 몇 번째인지 잘 모르지?"
"열 몇번째지, 아마?" ^^
우린 유치원 아이들 마냥 손가락으로 한해 한해 꼽아가며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와-, 벌써 열 일곱번째네?"
"그렇지? 세월도 참..."
"하나도 안늙은 기분인데..."
"그러게, 그래도 벌써 17년이야."




그랬다.
벌써 열 일곱해가 흐른거였다.
뭐... 그래도 아직 이십년도 안되었잖아?
용케들 잘 살고 있다. ^^
"수고했네, 십 칠년 동안."
"고마웠어, 십 칠년 동안."
그래, 그동안 고마웠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지...
십 칠년이란 세월이 한 번을 더 지나갈지, 두번을 더 지나갈지, 세번을... (이건 좀 너무 많은가?) ... 여하간 같이 가야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세상 많고 많은 돌멩이들 중 두 모진 돌멩이가 어느날 만나, 서로 부딪치고 깨어지고 갈아지고 부숴지면서 십 칠년이란 시간을 버텨냈다.
물론 우리 부모님 금혼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험한 세상에 서로 믿고 의지하며 6205날을 지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게 여겨졌다.
기념 노래라도 한 곡...?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어? 이건 그걸 기념하는 노래가 아닌데... ^^
가만 있자... 어, 이런게 있네?




There's lots of things         
With which I'm blessed,      
Tho' my life's been both sunny and blue, 
But of all my blessings,
This one's the best:
To have a friend like you.
내 인생고락 간에
수 많은 축복을 받았지
하지만 그 중 제일은
당신과 같은 친구를 가졌다는 거.


In times of trouble
Friends will say,
"Just ask... I'll help you through it."
But you don't wait for me to ask,
You just get up
And you do it!
어려울 때 친구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지
"말만 해... 내 끝까지 도울께."
하지만 당신은 나의 부탁을 기다리지 않고
그 즉시 일어나 날 도왔지


And I can think
Of nothing in life
That I could more wisely do,
Than know a friend,
And be a friend,
And love a friend... like you.
생각컨대 내 인생에서
당신과 같은 친구를 사귀게 되고,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것 보다
더 잘 했던 일도 없었던 것 같아.


                       (Author Unknown)





맞지... 이만한 친구 보내주심에 감사드리고...
또 이만큼 자리잡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고...
워낙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지겹지는 않았음에 감사드리고...
부모님 슬하를 떠나 한 가정을 세우고 두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음에 감사드리고...
공황으로 가진 돈이 바닥나, 호숫가에서 츄러스 하나씩 들고 기념만찬을 대신했던 2년전의 기념일도 즐겁게 추억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고...
비록 떨어져 있지만, 매일 웹캠으로 얼굴이나마 보고 웃을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아직도 함께 할 수 있는 더 많은 날들이 남아있음에 감사드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감사드릴 일들은 더더욱 많아짐에 또 감사드리고... ^^

힘들어도 잘 참아내고 이겨내는 나의 친구를 위하여 건배!
더 좋은 날이 올거야...
웹캠 너머 어두운 방에서 그녀가 화이팅을 외친다.
화이팅!
나도 화이팅!




(2011.10.04)

댓글 2개:

  1. I thought love(between man and woman) is the most important value in the world. But now, I believe there are s o many more important values than love between man and woman, such as faithfulness,patience,listening to each other,forgiveness etc... Well, these are connected each other anyway. Happy 17th anniversary to my A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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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브께선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모양...^^
    17년 동안 참고 지내느라 수고가 많으셨다.
    다가올 17년은 좀 더 평안한 17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너무 욕심이 많은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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