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10월 6일 목요일

청춘에 곱던 양자



靑春에 곱던 양자 님으뢰야 도 늙거다
이제 님이 보면 날인 줄 아르실가
진실로 날인 줄 아라 보면 고대 죽다 셜우랴


                                          (강백년)


청춘에 곱던 모습이 님으로 인해 다 늙었다
이제 님이 보면 난 줄 알아나 보실까
진실로 난 줄 알아보면 당장 죽어도 무엇이 서러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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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하고 시작하는 민태원선생의 수필 청춘예찬(靑春禮讚)은 이상(理想)으로 빛나는 젊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이다... (후략)"

그리고 그는 이상(理想)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며 청춘을 청춘답게 만드는 핵심요소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 그의 유명한 표현 '청춘의 끓는 피',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 과는 조금 동떨어지기 시작하는 비(非)청춘들은 어찌 하여야 하는가?
폐부를 찌르도록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젊은 날의 꿈을 안고 스러져야만 하는가?

이양하선생의 수필 신록예찬(新綠禮讚)을 들여다 보자.
"...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 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三伏炎天)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후략)"
장년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잖은가.
늙어간다고 코만 쑥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숙미? 노련미? 그런 것들일까?
하기야, 갓 담아내는 보졸레누보 와인도 유명하지만, 그래도 역시 와인은 좋은 환경에서 오래도록 푹- 숙성된 와인이 진국이고, 김치도 금새 담근 겉절이 보단 동토의 지하에서 겨우내 숙성과정을 거친 김장김치라야 김치의 참맛을 보여줄 수 있는거 아니겠는가.
청춘도 좋지만 역시 중요한 건 세월을 따라 농담을 더하고 깊이를 더한 우리 이맘 때가 아닐까 싶다.


오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돌려진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받으소서
......

봐라!
서러워 말고 그 속에 간직한 힘을 찾으라 안카나.
아직도 괜찮다 아이가...
거, 고개를 들자카이!
어깨 펴고!
이 악물고!
우리 아직 게임 안끝났다고! ^^

인생도 한 50쯤 되어야 세상 단맛, 쓴맛, 매운맛, 신맛... 등등, 여하간 그런 거 골고루 맛보고 이리저리 잘 스며들어 좀더 인간다워지는 거 아닌가?
옛글에도 나이 50이면 하늘의 뜻을 알고(知天命) 거기에 순응한다고 했다.
잘 익은 곡주처럼 진한 맛을 풍기는 묵직한 어른이 되자스라.
청춘에 곱던 모습들 다 잃어버렸어도, 질그릇처럼 투박한 삶 속에 숨은 오묘한 힘을  잊지말자.


(2011.10.06)

댓글 2개:

  1. '청춘예찬'이나 '초원의빛'을 쓴 시점은 모두 작가들이 젊은 시절 다 보낸 뒤 아닐까? 그 때 돌이켜 보니 아름다운 시절이었던 것 같다는 거지. 우리네 젊은 시절에 타오르는 눈을 하고 빛과 영광을 발하는 자가 몇이나 있었는지...

    오히려 이런저런 풍파 다 겪은 지금이 하늘의 뜻도 어느 정도 알아 포복할 때 포복하면서 숨죽이며 기다릴 줄도 알고, 구겨져 가는 외모에도 감사할 줄 알고,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진리도 날마다 체험하고...
    난 50이 지난 지금이 더 좋으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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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n youth we learn; in age we understand'
    by Marie Von Ebner-Eschen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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