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님을 바리고 어드러로 가쟛 말고
마음아 너란 잇거라 몸만 몬저 가리라
(송순)
나도 늙었으니 이제 물러나야지 하고 마음과 의논하였더니
이 님을 버리고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한다
마음아 너는 그럼 남아 있거라, 몸만 먼저 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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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은 중종때 과거에 올라 명종때 벼슬이 우참찬에 이르렀다.
하지만 윤원형 일파의 모의로 피비린내 나는 을사사화(乙巳士禍)를 목격하게 되니, 정치판의 이런 꼴 저런 꼴 보기 싫고 어디 깊은 두메산골에나 숨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간절도 했겠다.
하지만 모리배에 휘둘리는 임금을 버리고 떠나려니 속마음은 편치 않고...
그래서 그는 시조로 표현한대로 마음은 님과 함께 두고 몸만 떠나버리기로 하고, 전남 담양으로 내려가 은거하며 자신이 지은 면앙정(人+免仰亭)에서 시를 지으며 세월을 낚았다고 한다.
무길도한량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
어제는 두 아이들이 아빠의 생일을 미리 당겨서 차려준다고, 생일케이크에 무지개 초도 무려 마흔 아홉개나 꽂고 카드니 선물이니... 해서 나름대로 용돈을 털었다.
둘째는 아빠 모르게 준비한다고 비를 맞으며 한시간을 넘게 걸어 케익을 사오고...
마흔 아홉번째 이빨 빠진 날.... (이빨이 많기도 하네...^^)
별로 이루어낸 것 없이 또 한 살을 덜컥 먹어버리고 만다.
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
몸 떠나온 지 이제 몇 년이나 되었을까나?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는 하고 있지만 마음은 항상 먼 그곳을 그리워 하며 살고 있다.
못난 칠득이 같은 무리들이 나라를 망치든, 쓰레기 같아 경멸해 마지 않는 또 다른 무리들이 세상을 휘젓든, 그곳은 아직도 무길도한량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지 않을 수 없고, 듣고 싶지 않아도 귀 기울이는 그곳.
하지만 그것은 내가 태어난 지리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나의 부모 형제가 아직도 정 붙이고 살고 있는 감성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려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시인이 마지막에 노래했듯 그려지길 소원한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나의 마음 속에도 소박한 면앙정(人+免仰亭) 한 채를 지어본다.
(2012.02.10)
life is a lonely journey. It was great to meet you as a co-traveler. Happy birthday to my human GPS.
답글삭제"네,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 되겠습니다.
답글삭제삑삑!... 30미터 전방에 교통단속카메라 작동 중입니다."
인간 GPS 물러갑니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