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멍해져야 하는 시간

멍해져야 하는 시간







        멍하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새로 글 쓴 것 있어?"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중언부언 하며 매끄럽지 못한 글일 망정, 그래도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뭘 하길래 그리 바빠 글 올리는 것이 뜸 할까?' 하고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보기도 한다.
한 번 물어보자.
바쁘요?
쯧...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쩝. ^^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시간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새벽별 보며 일어나 12km 를 걷고, 출근하여 잔소리 두어 마디 하고, 돌아와 집안일! --;
아이들 맞이하여 멕이고 공부 좀 감독하고, 저녁 준비하고 멕이고 치우고...
멀리 떨어져 있는 집사람과 스카이프 좀 하고, 곧 이어 한국에 계신 오마니가 로그온 상태이시면 또 스카이프 좀 하고...
그렇게 바쁜 일정은 아닌데 말이지.
더더군다나 나 보다 더 바쁜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그 정도를 불평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 뿐만이 아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적당히 멍해지는 시간인 것 같다.
일상으로 부터의 오만 가지 상념으로 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해지는 시간 말이다.
멍하게 높푸르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고, 멍하게 끝없는 외침을 쏟아내는 바다를 바라보고, 멍하게 시간을 색칠하는 나뭇잎들을 바라보고, 멍하게 먼 기억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바라보고, 그리고 멍하게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그런 멍한 시간이...




하기야 멍해질 수 있는 것도 축복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인생사 생활고로 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끝 없는 번민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경우는 또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
나도 좀 멍해지는 시간이 있고 싶다구요...
하고 외치고 싶은 영혼이 얼마나 많을 지는 안봐도 훤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멍하게 있지 않도록 철저한 훈련과 윽박지름 속에 살아오지 않았던가.
"어이, 무길도한량! 공부시간에 딴 생각야? 이리 나왓!"




물론 아무 때나 멍해지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작업을 하다가 등의 경우엔, 중간에 멍해졌다간 충분히 위험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들이므로 피해야 하겠지만, 이런 때를 제외하곤 누구든지 아주 잠시만의 시간이라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조심은 하여야 한다.
직장 상사는 근본적으로 멍해져 있는 직원들을 싫어한다.
아내들은 저 양반이 또 여왕봉다방 김마담 생각하고 있나 의심할 수도 있다.




멍해지는 시간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머리 속에 찌든 상념의 때를 털어버려야 한다.
가슴 속 틈바구니 마다 골골이 맺힌 감정의 찌끄러기들을 청소해내야 한다.
자신을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격리하여 쉴 틈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두가 잠시만이라도 멍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무길도한량의 모두를 위한 소소한 생각이고... ^^




무길도한량도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멍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무길도한량은 멍해지는 시간이 없이 극도로 긴장된 생활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고... --;
문제는, 요즘 들어 무길도한량은 멍해지는 시간 끝에 곧잘 정신줄 놓고 코를 골아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는 사실이다. (어... 나이 탓인가? ^^)  
이곳 저곳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들여다 보다가, 지난 이야기들을 엮을 모티브들을 정리하다가, 인터넷으로 소재거리들을 찾다가... 잠시 멍한 상태로... 그리고 곧 이어서... 쩝. --;
그러니까 멍해지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

자주 글 못쓰는 이유를 만들다 봉께 별 말도 안되는... ^^;;
아주 팔자가 늘어진다고 자랑을 하지요? ^^;;
무길도한량이었습니당~ ^^




(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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