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Flight No. 292


Flight No. 292































Flight No. 292
동체 길이 47.3m, 높이 13.6m 의 날렵한 모습의 너는 보잉 757-200 기종이다.
San Francisco 에서 이륙, 총 2,600 mile (4,183 km) 을 평균고도 35,000 ft, 평균속도460 kts (850 km/h) 로 약 5시간 동안 날아 목적지 Orlando에 도착할 것이다.
과연... 여름 성수기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좌석들은 빈 곳 하나 없이 채워졌다.
꽁치보일드 마냥 가득 채워진 사람들의 낼숨에서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로 인해 기내의 산소가 고갈되어갈 무렵, 넌 선심쓰듯 에어콘을 틀어주었다.
그나마 이코노미석 보다 몇 인치 여유있는 Economy-S석을 배정받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
이런 말 한 마디도 없이 기장은 다짜고짜 기내 방송을 시작한다.
스피커가 문제 없이 잘 나오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기로 한다.
"승객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올랜도까지 모시게 될 기장 아무개 올시다...."
사람들은 그의 인삿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각자의 정수리를 겨냥하고 있는 에어콘 노즐을 조정하기 바쁘다.
그와 마찬가지로 승무원들도 승객들의 무관심 속에 구명동의 착용법과 비상탈출 요령을 시연해보인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이 현대인의 생존방법 이란 사실을 일깨워 주듯이...



아, 난 참 플로리다 올랜도로 향하고 있다.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무섭게 팔자 좋은 여행이다.
플로리다에 올랜도... 좋지?
디즈니 월드가 있는 곳, 입 큰 악어도 있고, 차창을 뿌옇게 채색 해주는 러브버그 (love bugs)도 있고, 빠르기가 번개 같은 새끼손가락 만한 도마뱀들이 개미 만큼이나 우글대는 곳, 제대로 된 나무가 없고 검불들만 우거진 곳...
매일 매일 한낮의 수은주가 섭씨 35도를 넘어서는 고온다습의 날씨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곳.
노래가 절로 나오나? 마나?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를 지나가면은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그리고 그 언저리에서 우리 집사람이 고군분투하며 앵벌이하고 있는 곳. ^^
집사람이 2년 동안 한 20번이 넘게 무길도를 와줬으니, 나도 한 번 쯤은 답방을 주어야... ^^



























하여, 나는 아이들과 함께 너를 타고 하늘을 난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너의 흰 날개깃이 아름답다.
너의 날개 밑으로 산맥들과 협곡들이 구름 사이 사이로 언뜻 언뜻 나타나고, 이름 모를 플래토(plateau)와 평원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간혹 실가닥처럼 얇은 도로 곁으로 손톱처럼 작은 크기로 마을의 모습들도 보이고...
인간의 소치가 이리도 보잘 것 없는 것이리라.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바벨탑을 쌓는 인간들을 내려다보시던 그 시선을 상상해본다.

저 멀리 뭉개뭉개 일어나는 것들은 끝 없는 평원을 수놓는 양떼들의 대이동, 희망봉을 끼고 도는 바돌로뮤의 하얀 돛, 깨어져 나온 남극의 빙산 조각...
상상의 깊은 골에서 너는 약간의 터뷸런스(turbulence)에 몸을 움찔한다.
하지만 강력한 쌍발엔진과 날렵하게 광채나는 기체와 잘 훈련된 조종사의 기술로 무장한 너는 별 문제 없이 계속 나아간다.
이렇게 철저하게 내가 아닌 다른 무엇에게 나를 내맡긴다는 것을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으랴.
우린 그저 커다란 엔진을 단 채 하늘 높이 던져진 깡통 안을 가득 채운 고기덩어리들에 불과할 뿐이다.



























인생도 이와 같은 것인가?
외줄타기 처럼 위태위태한 오늘을 살아가기에 우린 심지어 지푸라기라도 한가닥 잡으려 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이렇게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빽이 필요한 시점이다.
눈을 지긋이 감아본다.
해답은 바로 그 순간 머리를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When the worries of life lead us to despair, we are not trusting you.
When we seek answers everywhere but from you, we are not trusting you.
When your word to us is clear, but fail to act, we are not trusting you.
Forgive us.

Help us always to turn to you in faith, knowing that you know what is best for us.


아내도 비행기 창밖을 내다보며 수 많은 기도를 올렸으리라.
타박타박 한걸음씩 메마른 사막을 걸어가는 우리의 삶을 위하여...
그리고 한잎 두잎 이제 막 피어오르는 어린 나무들처럼 일어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또 멀리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원과 애정을 담아 우릴 감싸주는 가족들의 안위를 위하여...
절대자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하는 뜨거운 기도를 말이다.




























이제 너는 황금빛으로 불을 밝힌 올랜도의 밤 자락 끝에 우릴 안착시킨다.
우리 집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집에 올 적마다 비행기값을 절약하기 위해 600불짜리 직항을 안타고 절반 가격도 안되는 원스탑 노선을 이용한다.
우리도 오늘 원스탑노선으로 엄마 따라하기를 해보았다.
아침 6시 무길도를 떠나 10시 비행기를 타고, 샌스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연결편까지 5시간을 기다리고, 또 5시간을 비행하여 이제 올랜도에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도착을 하고 있다.
물론 시차가 끼어있기는 하지만 꼬박 하루가 걸린 여정이었다.
우리를 한 번 보기 위해 매달 그녀가 걸어왔을 그 힘든 발길을 생각하며 목이 깔깔해짐을 느낀다.
이제 저 문을 나서면, 그녀는 또 밤 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표정에도 기쁜 얼굴을 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팔을 크게 펼치며 달려와 우리들과 포옹을 나눌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오늘을 기억할 것을 바라 마지 않는다.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그들의 미래를 위해 아낌 없는 수고와 사랑을 바치는 그녀를 만나러 온 이 날을 말이다.
물론 그녀의 곁엔 항상 하나님의 든든한 빽이 함께 있었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수고하고 짐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
며 항상 두 팔을 벌리시는 하나님의.

























(201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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