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8월 3일 수요일

미나리 한 펄기를



미나리 한 펄기를 캐여서 싯우이다
년대 아니아 우리님께 바자오이다
맛이아 긴지 아니커니와 다시 십어 보소서


                                    (유희춘)


미나리 한 포기를 캐어서 씻겠습니다
다른 데 아니고 우리 님께 바치겠습니다
맛이 좋지 않더라도 자꾸 씹어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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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명한 애처가(愛妻家)였다.
어느 겨울 승지의 직책으로 대궐에서 숙직할 때 모주 한동이가 생기자, 따로 남기어 일필휘지 시 한 수와 함께 아내에게 보낸다.

눈 내리고 바람 불어 더 추워지니
냉방에 앉아 있을 당신 생각이 나는구료
이 술이 변변치는 않은 술이지만
찬 속을 덥히기엔 충분하리이다.

오버. 애처가 올림

그의 아내는 또 당대 둘째 가면 서러워 할 여류시인 송덕봉.
즉시 마른 붓 끝에 침 묻혀 남편에게 답시를 쓴다.

국화잎에 눈발이 날려도
은대에는 따뜻한 방이 있겠지요
추운 집에서 따뜻한 술을 받아
감사한 마음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여기서 '은대'는 승정원을 이야기 한다.

유희춘이 을사사화에 엮이어 19년 동안 함경도 종성에 유배 되었을 때, 그녀는 그를 돕고자 아득한 북쪽 땅으로 그를 찾아가 유배생활을 같이 한다.


行行遂至 摩天領   (행행수지 마천령)
東海無邊 鏡面平   (동해무변 경면평)
萬里婦人 何事到   (만리부인 하사도)
三從意重 一身輕   (삼종의중 일신경)


걷고 또 걸어 마천령에 오르니
끝없는 동해가 거울처럼 평평하다
만리길을 아녀자가 무슨 일로 왔을꼬
삼종의 길은 중하고 일신은 가벼웠을 뿐.

19년 + 보너스 1년...
무슨 프로선수 계약조건도 아닌 것이, 길기도 참 길었다.
그녀 나이 스물 일곱에 고생길은 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함께 한 아내에 유희춘은 감동, 더더욱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선조임금이 들어서면서 그는 복직, 승진...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된다.
숙직하다 아내에게 쪽지도 살짝 보내면서... ^^

그래서 우리도 이같이 사랑하며 잘 살리라...
하고 교훈적인 끝맺음으로 오늘 이야기를 맺으리라고 예상하시는 분들, 잠깐!

허허... 그 이야기엔 반전도 있지비.
그 시대의 사대부라면 대부분이 그랬듯이, 유희춘은 첩을 두고 두 집 살림을 했다지?
자식도 여럿 낳고 말이지...
하지만 그녀는 그들마저도 잘 보살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네.

하여간 여자의 팔자라는 건, 차암.... ㅉㅉ


(2011.08.03)

댓글 2개:

  1. 고생스럽지만 함께 하는 건....오우케이.
    첩? never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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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도 첩 두고 사는 사람이 있나? ^^
    나 살아가기도 바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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