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8월 30일 화요일

넙으나 너른 들회




넙으나 너른 들회 흐르느니 물이로다
人生이 뎌르로다 어드러로 가는게오
아마도 도라올 길히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무명씨)


넓으나 넓은 들에 흐르는 것이 물이구나
인생도 저렇게 흘러가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아마도 돌아올 길이 없으니 그것이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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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최희준은 '하숙생'을 부를 때 인생을 음미하는 듯, 지긋이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런 모습이 이 노래에 깊이를 더했던 것 같다.
한 번 동영상으로 보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WktYRl9WpSY&feature=related (클릭)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없이 흘러서 간다

요즘 새로운 787 여객기를 열심히 만들어내고 있는 이곳 조립공장 활주로 건너편에는 여러곳에서 날아온 비행기들이 한 떼 모여있다.
무길도한량이 비행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한눈으로만 봐도 그들은 꽤 오래 전에 생산된 비행기들임을 알 수가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조종설비를 제외한 의자니 천장에 붙은 수납캐빈이니 하는 모든 내장재를 떼어내고 깨끗이 청소를 한 뒤 모든 창문과 출입구를 밀봉을 한다.
그리곤 비행기 전체를 하얀색으로 다시 페인트 칠을 하여 과거를 지워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비행기는 어느날 활주로를 차고 올라 아리조나주의 모하비사막까지의 마지막 비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재활용 콜을 받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이제 그들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영면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장 한귀퉁이에서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탈바꿈을 하며 변해가는 비행기들.
그리고 십중 팔구 마지막일 그 비행을 위해 막상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 구름 사이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Well done, good and faithful servant."


인생도 또한 그러하리라.
충성하고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에 그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그 인생 헛되진 않았으리라.
......

오늘도 아침길을 걷다가 하얀 옷을 입은 한 비행기의 마지막 비상을 본다.
그곳에서 편히 쉬길...
굿바이.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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