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K1000 (10)
먼젓번에 황진이와 얽힌 시조 중 임제의 것을 읊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남정네의 시조를 읊어보겠다.
왜?
심심하니까...^^
주인공은 다름아닌 송도삼절(松都三絶) 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화담(꽃이 있는 연못)이라는 멋진 호를 가지신 분.
마음이 어린 後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萬重雲山에 어늬 님 오리마는
지는 닙 부는 바람에 행혀 긘가 하노라.
뜻을 새기면,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짓이 모두 어리석다
구름 겹겹이 싸인 이 깊은 산을 누가 찾아올까마는
지는 낙엽과 바람소리에 혹시나 그 님인가 마음 설레인다.
(캬~^^)
바로 이거다.
film speed/ shutter speed dial 을 다시 붙이고 좌우로 으드드드 돌려주니, 뷰파인더 안의 미터계 바늘도 덩달아 위 아래로 슝슝 마구 오르내린다.
결국 이 친구의 meter 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었다. --;
카메라상의 'meter not working' 한마디에 계속 헛다리만 짚고 있었던 것이었다.
배터리홀더 캡만 끼워주면 아무 문제가 없던 것이었다.
배터리의 유일한 용도가 meter 작동인데... 배터리홀더 캡이 없으니 배터리를 끼울 방법이 없고, 배터리가 없으니 meter 는 작동하지 않고...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짓이 모두 어리석다. --;;;
미련한 무길도 한량은 그래도 좋다고, 룰루랄라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재조립을 시작한다.^^
윗 사진의 shutter-cocked indicator.
무른 금속을 쓴 탓에 기둥이 약간 휘어져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약간의 힘을 가해 바로 펴주고, top cover 를 씌웠다 벗겼다 하면서 필름어드밴스레버 장전시에는 주황색이 보이고, 셧터 개방 후엔 검은색이 보이도록 조정해준다. (easy)^^
이렇게 보이도록 말이지요~^^
필름 카운터 다이얼은 먼저도 이야기했듯이 두 번 장전한 위치에 0 이 오도록 영점조준.
참고로 저 위의 렌즈에 보이는 연두색 볼록이.^^
명칭은 lens alignment dome 로서, 어두워서 렌즈에 새겨진 alignment dot 를 볼 수 없을 때 손의 감각만으로 저 볼록한 lens alignment dome 을 오른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lens latch 와 정렬시킨 후 렌즈를 돌려주면 렌즈가 마운트에 정상적으로 장착되도록 한 아이디어.
(그나마 야광인줄 알고 손을 모아 홈을 만들고 들여다 보았더니, 야광은 아니었다.^^)
그럭저럭 깨끗해진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관록의 중후함이 느껴진다.
싸게 한 친구를 구해냈다.^^
난 저 greyish black 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 친구는 그냥 좋은 모양이다.
소리없는 커다란 함박웃음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잘 살게나, 친구.
황진이의 시조와 함께 Pentax K1000 을 마무리하자.
동짓달 기나긴 바믈 한허리 둘헤 내여
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혔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200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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