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창외삼경우



창외삼경우 (窓外三更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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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에 잠이 깼다.
두어 시간이나 잤을까...?
불씨 없는 벽난로 속에선 지붕으로 낸 양철연통이 빗방울에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차가워진바깥 공기가 스며들었는지 어깨가 눅눅하니 굳어있다.
전기난로 스위치를 넣고 한 반 시간이 지나니 그나마 몸이 좀 풀리는 듯 하다.
베란다 앞 소나무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방안이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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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웹캠을 통해 아버님 어머님을 같이 뵈었다.
선뜻 검은 터럭 하나도 찾아보기 힘든, 백발의 모습.
그래도 걱정은 타향살이 아들내미 식구의 건강과 안위가 먼저이시다.
"야, 뭐 좀 부쳐줄라고 해도 눈이 많이 와서 좀 지둘리고 있다."
"급한 거 뭐 있다고 그러세요. 안부쳐주셔도 괜찮은데..."
그래도 당신들 마음엔 걱정 뿐이다.
더워도 걱정, 추워도 걱정, 잘 먹어도 걱정, 못먹어도 걱정...
길 미끄러운데 나가시지 않는게 아들내미 걱정 덜어주는 것인 줄 아셔야 할텐데...
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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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캠의 한 구석엔 또 다른 만리타향에 떨어져 있는 아내가 있다.
좋은 직장에 안착했다 싶었는데, 주정부의 거덜난 재무사정으로 문 닫을지 모르는 위기에 봉착했다.
괜찮아, 어차피 평생직장은 아니었잖아?
위로는 해보지만, 그녀가혼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하는 모든 것이 그녀의 어깨에, 그리고 머리에 극심한 무게로 짓누르게 됨을 나는 안다.
이번에 옮길 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가서 같이 해줄 것을 약속한다.
웹캠 속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녀에게 손바닥이 떨어져 나가라 격려의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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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장이 완고한 아빠와 같이 하는 두 녀석들은 씩씩하다.
한과목에서 목표치 성적이 안나와 약속대로 Zune을 압수당한 첫째는, 섭섭해 하면서도 곧 온라인에 성적이 업데이트 되면 틀림없이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아빠 보다도 더 유들유들한 녀석이 때론 얄밉기도 하다.
한편 성적 만큼은 걱정 없는 둘째는, 불만족스런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 큰 대오각성을 하고 개과천선 하여 약 90% 정도 스윗한 자세로 요즘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무길도한량이 혈압 올리는 일도 좀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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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길도한량의 사업장은 작년 여름 바닥을 친 후 완만한모습으로 회복세를 보이고있다.
맘 같아서야 3년 전의 최고점까지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돌멩이 하나 하나 다시 놓으며 우보천리(牛步千里)로 가기로 한다.
할마이 L은 자신이 쓰던 바이올린을 나에게 물려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레슨까지 해주고 있다.
지금 반짝 반짝 작은 별을 연주하고 있으니, 옆사람들에겐 듣기 괴로운 소음 수준이지만 내년쯤엔 바라건대 Hotel California, 후년쯤엔 G선상의 아리아 정도는 연주할 수 있길 바라며 매일 두턱진 턱 밑에 바이올린을 끼어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제 연미복에 빨간 나비넥타이 매고 모자 돌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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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비바람 부는 바다가그리워져, 결국은 새벽같이 빗속을 나섰다.
안개가 멀리 섬 주변을감싸고 바다가 파도소리와 함께 다가서면, 
모든 번민과 고뇌는 바다 속에 감추어버리고 내 가슴엔 청량한 바다 내음만 깃든다.
비 내리는 바닷가에퍼져나가는 짙은 커피향...
이 모든 것으로 인해 난 오늘도 살아가겠다.
모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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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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