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Yashica FX3 (1)

Yashica FX3 (1)








그 잔칫날, 대청에서는 풍악이 울려퍼지는데, 무희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기생들과 연신 수작하는 소리가 왁자했다.
이런 와중에 찌그러진 갓에 때에 절은 두루마기 걸쳐입은 걸인 행색의 젊은이 하나가 마당을 가로질러서 잔칫상이 마련된 대청 한쪽에 떡하니 자리해 앉는다.

이몽룡!

거지 모습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한 아전이 내쫓으려고 할 때,
그래도 조금 아량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한 나으리가 잔치 분위기 깰까 두려워 좋은 말로 시 한 수에 술 한 상을 제의한다.
이에 이몽룡, 주저하지 않고 일필휘지(一筆揮之) 하길,

金樽美酒 千人血 금준미주 천인혈
玉盤佳肴 萬姓膏 옥반가효 만성고

燭淚落時 民淚落 촉루낙시 민루락
歌聲高處 怨聲高 
가성고처 원성고

금술통에 담긴 좋은 술은 일 천 백성의 피요
옥소반에 담긴 맛있는 고기는 일 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농이 흘러내릴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의 소리도 드높구나


그 때의 이몽룡의 행색이 이 친구와 같았으리라.

Yashica FX-3.
이 친구는 1979년 Cosina 에서 생산된 35mm SLR 카메라로 수동식 카메라이다.
무게 450g 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가벼웠고 저렴한 가격으로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또,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이유 중의 첫번째는 야시카와 콘탁스의 수동식 모든 렌즈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입문용 뿐만 아니라 백업 바디 (backup body) 로서도 신뢰할 만 했다.



겉모습이야 어쩐지 몰라도 (?) 속은 깨끗하다.

어쨌든, 몇 가지 기능을 더해서 1984년 FX-3 Super 가 나오는데, 1983년 Kyocera (도기전문 교토세라믹)가 Yashica 를 인수했기 때문에 바디 한 귀퉁이에 Kyocera 로고를 달게 된다.
이 때까지 나온 FX series 는 모두 검은색 바디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1985년에는 똑같은 카메라가 겉모습만 크롬으로 바꾸며 FX-7 Super 라는 이름으로 등장.

또 1986년에는 기존의 셧터 스피드 1/1000 을 1/2000 로 늘린 (사실은 줄인^^) FX-3 Super 2000 카메라가 나오게 된다.

이 싼 카메라는 튼튼한 금속 프레임에 매끈한 플라스틱 외장을 갖춘, 매우 간단한 구조에서 내구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명성을 얻었지만, 위 사진처럼 볼 수 있듯이 외장 껍데기의 품질은 최악의 수준이었다.
2002년 까지 롱런한 Yashica 의 저가형 SLR 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오른쪽 밑으로 과거 삼성전자 로고와 많이 비슷한 Kyocera 마크가 보이고, 전면부는 껍데기가 완전히 한 꺼풀 벗겨져서 사진으로 보면 오히려 말끔해 보인다.^^
가만보니 mirror 가 앉은 모양이 약간 뒤틀린 것처럼 보이네?

top 에서는 필름 리와인드 뭉치 전체가 사라졌고, 필름 어드밴스 레버는 매달려는 있으나 깨져서 혼자서 360도 휘리릭 돌아간다. (아, 셧터 버튼 있는 곳을 빼면 약 300도)



일단, 껍데기들을 떼어내고 하나씩 뜯어보면서 회생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피도록 하자.



self-timer 위에 옛 leatherette 의 흔적이 남아있다.

(200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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