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바람처럼 달려봐

바람처럼 달려봐









































"아효! 399.7 kcal." 
러닝머신 계기판의 붉은 숫자가 멈춰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오늘도 씩씩대며 뛰었건만, 연이틀째 0.3 kcal 가 부족해서 400 kcal 고지에 오르지 못한다. 
오, 징한 것... 거친 숨을 몰아쉬랴, 정신없이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랴, 서둘러 답답한 gym 의 문을 열고 나오며 신선한 바람을 만끽해본다. 

순간, 등 뒤로 닫히는 문의 소리, 철컥. 
철컥!!!!? 
지금 철컥이라고 했나? ...... (마음 속에서 울려나오는 베에토벤의 운명교향곡, 빰빰바 밤~) 
황급히 양쪽 바지주머니를 훑어내리고, 바람잠바 등뒤로 붙은 주머니를 만져보고, 바지주머니들을 다시 체크해본다. 없다! 
OH, Noooooooooooooh! 
Oh, no! Acb, acb, acb..... (이럼 안되지, 이성을 되찾자) 
acb, bcb, ccb, dcb, ecb.... 
신분증과 핸드폰과 열쇠꾸러미를 두고 나왔당! 
acb, bcb, ccb, ccb, ecb.... 
욕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신상에 좋다카더만... ^^;;




아침마다 30분씩 달리기 시작한 지 꼭 한달이 되었다.
그 땐, 30분 동안 빠르게 걷는 것과 거의 비슷한 시속 3.5 mile (5.6 km) 로 뛰어서 약 200kcal 를 소모시켰다.
그러다가 날이 가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서 지금은 5 mile/hr (8 km/hr) 로 절반, 4.2 mile/hr (6.7 km/h) 로 절반 정도 뛰는데 그 칼로리 소모가 거의 400 kcal 에 육박하고 있다.
언젠가는 30분에 500 kcal 씩 하루에 2회 하여, 도합 하루 1000 kcal 소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달리기를 아침 저녁 2회로 늘리면 그 목표도 가시권내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선, 그 전에 먼저 한 회당 500 kcal 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 400 kcal 고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왜 뛰냐고? ^^
에... 런닝머신이 있으니까 뛴다... 는 건 아니고~ ^^
뜀뛰기를 좋아해서...? (농담이 좀 진하시넹~)
The truth is... 몸무게가 닥상 몬다이 데시까라.... 설라무네... ^^ (아무도 못알아들었겠지? *^_^*)
여하간 뛴다.
오늘도 뛰고, 어제도 뛰고, 또 내일도 뛴다.




지겹지 않을까?
와 안 지겹겠습니꺼?
아침이면 아침마다 차리고 현관문을 나서는 그 5분이 싫어서, 몸을 베베 꼬아보기도 하고, 무릎이 좀 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따라 아이들이 지각하여 버스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하고...
근데 오늘 따라 왜 허리도 하나도 안아프고, 종아리 근육도 상쾌하며, 아이들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일어나고 학교갈 준비도 잘 하는 것인지... 나 원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제...
하여, 할 수 없이 나도 쭈빗쭈빗 일어나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수건 하나 질끈 목에 동여 매고 (이거 잘못하면 죽는다!), 만에 하나 반백의 용사 쓰러질 날 생각해서 신분증이며 핸드폰이며 다 챙겨 주머니에 넣고 매일 gym 으로 가지 않겠남?

뛰는 그 순간 순간의 지루함 또 말하면 무엇할까마는, 그래도 혹시 들을 사람 있을까봐 이야기는 해본다.
우리 중학교 들어갈 무렵 ASIA 자동차에서 P9AMC 라는 버스를 새로 내놨는데, 이 버스의 특징은 버스로서는 처음으로 바디를 각지게 만들어서 마치 두부 반모 달려가는 희얀한 형상에, 달리면서 자꾸 물방구 뀌듯이 간간히 췩! 췩! 하는 소리를 추임새처럼 내는 것이었다.
뭐 벌써 눈치 빠른 사람들이야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무길도한량의 저의를 200 뽀센또 알겠지만서도...
여하간 나도 달리면서 췩! 이다.
그리고 췩!
그리고 한 번 더 췩!
이렇게 삼세번은 해야 고관절도 잘 돌아가고 무릎팍도 당겨 올라가고 속도도 덩달아 올라간다.
가만있자... 왜 이야기가 이쪽으로 빠졌는지가 불분명한데... ^^




오, 그렇지, 지루함!
달리는 동안의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방법은 ... (근데 진짜 달리는 동안이 정말 지루하다) 좀 고상한 걸로 이야기해야지...
블로그에 쓸 글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 ^^
여러가지 소재들이 구름처럼 솟아났다 안개처럼 스러지고, 그 다음날이면 다시 또 나팔꽃 마냥 피어났다 또 사그러들고...
많은 구슬들이 맹글어졌구만서도 꿰어야 보배라고, 막상 꿰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분명 언젠가는 이 떠오른 생각들이 또 블로그에 오르기는 하겠지만, 뛰면서 마무리 짓는 것은 아직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
아, 그래 어젠 여기까지 생각했지... 그래서 어찌 어찌 하다가 저찌 저찌 하다가 이렇게 풀어나가자... 근데 여긴 좀 논리적으로 안맞네...
하는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땀은 뚝뚝 떨어지고,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는데 계기판 위의 빨간 숫자들은 번쩍이며 바뀌고 있다.
이제 10분 밖에 안지났어? 헉헉...

예전에 지방간이 있었을 땐 하루에 녹차를 여덟잔씩을 쓰도록 진하게 마시고, 4시간씩을 무작정 걸었었다.
그래도 그 땐 길가에 돋은 풀꽃도 좀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보고, 때론 라디오도 듣고 해서 좀 덜 지루했는데...
뛰는 건 좀 상황이 다르네용~ ^^
그래도 여하간 절반까지 오면, 이제부터 진짜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군대훈련 받을 때 옆사람의 총과 군장까지 어깨에 더 얹고 뛰던 생각도 하고, 다들 지쳐 힘들어 할 때 큰 소리로 구령 붙여주며 뛰던 생각도 해보고, 해병대의 '해'자와도 상관 없으면서 악이다! 깡이다! 하도 구령붙여 보기도 하고......
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괜히 혈압 펌프질하는 소리가 겁나게 울려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래도 막상 20분 고비가 지나가고 나면, 이제부턴 희망과의 싸움이다. (?)
야~ 벌써 300 kcal 넘었네...
오, 1.5 mile 지점 통과야...
......
인제 오늘은 그만 뛰어도 되지 않을까?
한달 전 처음 뛰기 시작할 땐 30분 동안 이만큼도 못했잖아?
멀리 보이는 아이스커피숖을 상상하는 이때쯤엔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당신과 나아 사이에 저 바다가 읍썼다며언~"
왜 하필 그 노래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여하간 그런 뽕작이 뛰어나오고 노래가 숨이 가빠 더이상 지속되지 않을 때가 되면, 이제 레이스는 홈 스트레치로 들어섰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5분 동안의 마지막 피치!
머릿속으로 그리는 우리 동네 좌표로 따지면, 커피숍에서부터의 마지막 1.5블럭에 해당되는 거리이다.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건널목을 건너고 향나무 펜스를 끼고 쭈욱 내달리다가 오른쪽으로 잔디밭이 펼쳐지는 지점에 서있는 키 높은 벚나무까지의 일직선 구간이다.
숨은 하악하악 대고 땀은 도저히 닦을 수 없을 만큼 흘러내리고 있지만 다리가 내는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는 듯 하다.
이제 거의 다 온거야...헉헉헉.
350 kcal, 360 kcal, 370 kcal...




그리고 시간이 남은 마지막 1분을 가르키면, 속도계를 4.2 mile/hr 로 내려놓는다.
현재 375 kcal.
30초가 남았을 때, 3.7 mile/hr 로 재조정.
현재 388 kcal.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며 드디어 목표점에 도달한다.
399.7 kcal.
아까비...
오늘은 400 을 넘기려고 했는데...
acb, bcb, ccb...

내일은 중간에 5mile/hr 로 뛰기 시작하는 포인트를 좀 더 앞으로 당겨봐야겠다.
후... 여하간 수고했네. 또 하루 넘어섰지?
답답한 gym을 벗어나 바깥의 싱그러운 바람을 빨리 맞고파...
빨리 바람을....
끼이익... 철컥!




이제야 처음 벌어진 상황으로 돌아왔다.
무길도 동네 주민여러부운...
하고 방송을 때릴 수도 없고, 너무 아침 일찍이라 옆집 문 두드리기도 뭐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시간이 되면 방법을 강구하기로 한다.
오늘따라 쓸쓸한 날씨 때문인지 풀장에 오는 사람들도 하나도 없네.
매일 나하고 런닝머신을 두고 시간싸움 하던 노인네는 왜 오늘따라 보이질 않는건지... 쩝.
그래도 흠뻑 땀을 흘리고 열어가는 또 하루가 상쾌하기만 하다.
내일도 또 뛰능겨.
바람처럼 말이징~




(2011.06.0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