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우린 괜찮여



우린 괜찮여










"잘 봐라."
녀석은 하나, 둘에 두 손을 바짝 가슴팍까지 끌어 당겼다가 셋에 뛰어나가듯 솟구치며 팔을 쭈욱 뻗어 돌팔매를 한다.
채 20여 미터도 제대로 날지 못하였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동생에겐 그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기만 하다.
"엉아, 어떻게 하면 그렇게 멀리 던져?"
"그러니까 내가 던질 때 잘 봐... 리듬을 타란 말야."
답답해하는 엉아의 표정을 보면서 동생은 눈을 동그랗게 하며 되묻는다.
"리듬?"
"그래, 하나 둘 셋 하는 리듬 말이야."
엉아는 다시 똑같은 자세로 작은 조약돌을 바다 멀리 날려보낸다.





바로 옆에선 좀더 고난도의 기술 전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봐라, 마. 이리 이리 이리 하마 되잖나?"
갓 초등학교나 들어갔을까 싶은 쌍동이는 아빠의 폼을 눈여겨 보았다가 그대로 따라 해보지만, 그게 그리 쉽지는 않은가 보다.
"이리 이리 이리 했는데 와 안 튀나?"
"좀더 팔을 눕히고 수면과 평행으로 깔아주는게 중요하다고 안카나."
하지만 두번째에도 아이들의 돌들은 퐁! 하는 외마디와 함께 입수- 튀어나오질 않는다.
"안되는데?"
"마, 내도 물제비 성공하는데 쫌 걸렸다 아이가..."
머리 벗겨진 아버지는 어험, 어험 하는 표정을 하며 다시 아이들에게 돌을 잡는 법을 보여준다.





내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진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셨을까?
솔직히 대부분의 한국가정들이 그렇듯이 나의 기초교육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글씨 쓰기, 이불 개기, 책상 정리 등등 가정의 일원으로서 자리잡기에 꼭 필요한 초등공민교육은 말이다.
무길도한량이 점점 자라면서 아버지께서는 사회생활에 대한 것들을 가르치지 않으셨나 싶다.
특히 식사예절은 좀 엄격한 편이셨다.
소리내며 먹지않기, 입 안에 무엇을 넣고 말하지 않기, 밥 먹을 때 다른 거 안하기 (예를 들면 TV나 신문) 등등.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걸 기억한다.
물론 그 당시엔 에이, 또 그 잔소리.... 하는 마음이 90% 였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것이 오히려 그립기만 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여러번 듣고 또 들었던 콩쥐팥쥐이야기를 또 해달라고 매일 밤 조르듯이...
그 잔소리가 더 듣고 싶다.




세월은 점점 흘러 이젠 그 잔소리 마저도 들을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처음 야구글러브를 사주셨을 때 공을 같이 주고 받고 (어린 나는 아버지 볼이 생각보다 강해서 손이 아파 곧 그만 두었지만),
테니스를 같이 치고 (내가 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렀을 땐 아버진 테니스 공 쫓아다니시기에 너무 연로해지셨다),
세상사를 이야기 하고 (주로 듣는 것이 내 몫이겠지만), 
가족 대소사를 의논하고 (주로 난 비서역할이었지만)...

그리고 많이 반복하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 (아주 많이...)...
이젠 그 이야기들이 들으면 들을수록 더 고소해지고 더 흥미로워져서 매일 매일 더 듣고 싶은 마음이다.
나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치시던 이야기, 같이 무엇인가 하던 그 시간들을 통해 당신의 역사는 내게로 흘러왔다.
그 목소리가, 그 눈길이 그립기만 하다.




예전에 TV에서 한 때 즐겨보던 '고향에서 온 편지' 라는 것이 생각난다.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란히 서서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잉~ 첫째야, 두째야, 시째야. 우릴랑 걱정말고 몸 건강히 잘 있거라~"
할머니 한 말씀 마치실 때 쯤 옆에 계신 할아버진 할머니 몸 주위로 달라붙는 모기를 향하여 에프킬라, 취이익!
"길동이 길순이도 잘 있으니 너희도 잘 지내거라~."
이도 절반은 성치 않은 듯 하신 할머니 한 말씀 끝나면, 할아버진 또 에프킬라, 취이익!
기운이 딸리고 서있는 것 조차도 힘들어 보이던 모든 노인네들이지만 자식들에겐 다 당신들은 걱정 말란다. ^^
우린 괜찮여...
너희만 괜찮으면 우린 괜찮여...



이 바다 건너 보이지 않는 그곳에 계셔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시옵고...
이 아들내미도 잘 지내고 있응게 두 분도 건강하시고 큰 근심 없이 잘 지내시길...

벚꽃이 하염없이 날리는 바닷가에서 즐거운 사람들을 보며 하릴없는 감상에 젖어본다.
나도 돌 하나 집어들고 있는 힘을 다하여 저 바다를 향해 던져본다.
아부지...
어무이...
건강하이소~




(201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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