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까맣게 잊었을 때



까맣게 잊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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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를 까맣게 잊는 경우가 있다.
번번히... --;;

길을 걷다가도, 가만, 내가 방금 오른쪽발을 내밀었던가?
하고 리듬을 잊어서 같은 쪽의 팔과 다리가 같이 나가기도 하고, 혹은 
어라? 매일하던 넥타이 매는 법이 생각나질 않네?
하다가 짜증이 나면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하기도 하고, 혹은
한가득 퍼올린 밥숟갈 위에 김을 얹어 먹었었던가?
한참 고민하다 김 한장을 손바닥에 턱 얹어놓고 밥숟갈을 벌컥 뒤집어 김을 돌돌 싸다가,
아이처럼 와 그리 먹소?
한 소리 들으면, 아- 내가 먹던 방법이 이 방법이 아니었나보구나... 하고 깨닫게 되고...
치매는 아닐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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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일상적인 습관이 아니더라도...
감동(感動)하길 까맣게 잊었다든지 (마지막으로 감동했던 것이 언제였지?),
아름다움을 나만의 화폭으로, 사진으로 옮기고 싶은 욕심이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컴퓨터를 보면서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번쩍 떠오르지 않는다든지... (에헴 --;;)
......

암만해도 늙어가면서 나타나는 증세가 아닐까 싶다.(치매는 아닐지라도) ^^
뇌의 한귀퉁이에서 세포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단순히 계절 탓, 분위기 탓일까?
미래의 컴퓨터는 이런부분들을 스캔해 줄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날 다음과 같은 보고서가 내 이메일로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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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체: 무길도한량(남)
스캔시작: 09:14 am스캔종료: 09:17 am
생존세포수: 89조개
생성세포수:5억개/일
폐기세포수: 8억개/일
조각난 세포수: 17조개
정상활동세포수: 72조개 (80.9%)
중대 바이러스감염: 없음
권고사항: 조각모음 (defragmentation)- 수행시 연산속도 10% 빨라질 수 있음

병원에 가서 조각모음 받고 오면 머리도 팽글팽글 빨리 돌아가고, 데이터 찾는 것도 버벅거리지 않고 챠르륵 이며, 걸을 때 같은쪽 팔과 같은쪽 다리가 함께 나가는 단순동작들도 나아질 것이다.
그러다가도 어느 것에 있어서는 까맣게 잊고지나가는 것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의사선생님, 이래저래 해서 이러저러 합니다."
"무길도한량님, 조각모음 한다고 해서 CPU 가 업그레이드 되는 건 아니잖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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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자체가 386 만큼이나 낡은건 어찌해야 하나...? ㅋㅋ
그런 거 말고, 차라리 아날로그식으로 가보기로 하자.

내 뒤통수 저 안쪽으로, 햇빛도 잘 안드는 구석진 다락방에는 먼지 뽀얗게 앉은 선반들이 가지런히 놓였는데, 그 위엔 또르라니 족자처럼 말린 기억의 편린들이 가득하다.
노오란 겨울 햇빛 마냥 빛나는, 어릴적의 아스라한 추억들,
이제는 흐릿해져 얼굴도 가물가물한 보고싶은 사람들,
가고싶던 어느 도시의 꼬불꼬불 이어진 뒷골목들,
은빛으로 빛나는 자작나무숲 사이로 소리내며 달리던 바람들,
보이지않는 굵은 동아줄로 서로 묶어 떠내려가지 않고 서있는섬들.
또 무엇이 있을까...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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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찬 바람벽에 부대끼는 칼바람처럼 매몰차게 날 몰아대고,
사위는 내가 무엇을 잊었는지 조차 분간할 수없을 만큼 어둑어둑하다.
눈보라를 보았던가?
자욱한 안개였던가?
다락방의 높다란 창으로 들어서는 뿌연 햇살을 그리워한다.
까맣게 잊어버린, 내 무의식 속의 뭔가를 밝혀 찾아줄, 그 햇살을 고대하고 있다.

까맣게 잊는 것이 많아진 요즘이다.
무엇을 잊고 사는 건지도 조차 모르겠다.
이러다 까마귀가 되는 건지나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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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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