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불시착

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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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오늘 아침,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날던 비행기가 불시착을 했다.
우리집 근처의 건물 지붕에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얹히고 말았다.
코 끝이 조금 우그러진 노란 종이비행기의 조종사는 겸연쩍은 얼굴로 뒷통수를 긁어댔다.
"당최 앞을 볼 수가 없어서 그만..."
뿜어내는 입김이 더해져 안개는 더 짙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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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종이비행기엔 물감들이 실렸었던 모양이다.
비행기가 불시착한 부근의 몇몇 나무들이 노란 물감을 뒤집어썼다.
오, 그렇다면 저 비행기는 노란 단풍물감을 배달하는 비행기란 말일까?

메이데이! 메이데이! (Mayday!)... 시계 제로!
안개마을로 다가서는 가을의 느낌이 긴박하다.





The fog comes                       안개는
on little cat feet.                      작은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온다.

It sits looking                          소리없이
over harbor and city               항구와 도시를
on silent haunches                바라보며 앉았다가
and then moves on.              조용히 가버린다.

(Fog, by Carl Sand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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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고양이 마냥 안개는 왔다가 스러지고,
안개가 스러질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가을도 살금살금 다가오고...
무궁화 꽃이 피었읍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가을의 전령은 불시착을 하고 말았다.
이제 난 어떻게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지 비밀을 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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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 때가 된 모양이다.
우리가 안개에만 정신 팔린 사이에 가을은 모른 척 안그런 척 하며 성큼 다가섰으니...
술래는 그의 다가서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꾀를 부려본다.
무-궁-화- 꽃이폈심다!
무궈화꼬치폈씸아!
다급해지는 술래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가을은 막무가내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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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노란비행기를 잡아둘까 하려다 단념하고 만다.
빨간비행기도 올것이고, 갈색비행기도 올것이고, 또 다른 노란비행기도 올터인데,
이 코끝이 살짝 뭉개진 노란비행기 하나 붙잡고 있는다고 하여 가을이 못올리 없잖은가?

안개마을에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가을이 날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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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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