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검은 눈동자의 수잔



검은 눈동자의 수잔










이보게, 밤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하네.
으응..., 근데 내가 어디에다 이야기할 데도 없구 말야...
자네, 내 답답한 이야기 좀 들어봐 주겠나?
잠자는데 깨워서 정말 미안하네. 그럼 시작하네.

한여름의 태양은 오늘도 높이 솟아올라 나의 정수리에 불칼 마냥 내리꼿더군.
땀이야 이미 코 끝에서 송글거리다 못해 큰 방울이 되어 떨어질 만큼 난 상태였고 걸음도 현기증으로 휘척휘척 했지만 아무려면 어떻겠나.
뜨거운 여름을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 곁으로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다면그 정돈 얼마든지 참아낼 수도 있잖겠나?
그녀는 그 언덕에서 사과나무 그늘 아래에서가냘픈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듯 서서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나라고 믿으면서 말이네.

그녀의 이름은 Susan.
매혹적인 검은 눈동자를 가진 수잔이었네.
숨길 수 없는 화사한 얼굴에 가녀린자태는 영락없는 서양판 황진이의 모습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웠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
스치는 바람 끝에 가볍게 들려오는 신비로운 목소리...
오! 내가 어찌하다 이 여인과 사랑에 빠진 것일까?

내 자네니까 하는 소리지만 정말 아름답다고...
응? 와이프 깨니까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라구?
미안, 미안. 그녀를 생각하니 저절로 흥분이 되어 나도 모르게 그만...
알았어, 알았어. 내 계속함세.

사람들이 나에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네.
그녀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다고...

All in the downs, the fleet  was moored,부두에 배들이 계류되고
Banners waving in the wind,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을때,
When Black-Eyed Susan came abroad,검은 눈의 수잔은 배로 뛰어 올라와
and eyed the burly men,건장한 뱃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지
"Tell me ye sailors, tell me true"말해주세요, 선원님들. 꼭 좀 말해주세요
Does my Sweet William sail with you?"나의 사랑스런 윌리엄이이 배를 타고있나요?"

아... 이런....
그녀가 사랑하고 기다리는 윌리엄은 누구란 말인가?
알 수 없는 긴장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나의 몸은 불덩이 마냥 뜨거워지기 시작했네.
그것이 질투였을까?
햇빛 아래 둘도 없을 그 화사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 말인가?
아... 나는 절망하고 말았네.

그 배엔 진짜 그녀가 사랑하는 윌리엄이 타고 있었네.
그는 총알처럼 (진짜 총알처럼 말일세) 갑판을 달려내려가 그녀를 끌어안았지.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네.

Though battle call me from thy arms 비록 전쟁이 당신의 품에서 날 끄집어 내곤 있지만
Let not my pretty Susan mourn; 나의 아름다운 수잔을 슬프게 하진 못하리.
Though cannons roar, yet safe from harms 대포소리 암만 요란해도, 상처입지 않고 무사히
William shall to his Dear return. 윌리엄은 사랑하는 그대에게 돌아오리라.
Love turns aside the balls that round me fly 왜냐하면 사랑은 날아오는 총알도 비껴가게 만들고
Lest precious tears should drop from Susan's eye. 수잔의 눈에서보석같은 눈물방울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이기에.

(John Gay, 'Black-Eyed Susan' 中)

아...다음은 안봐도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포스터 씬 아니겠나?
물론 그 영화 같으면야.
What should I do? 
하고 수잔이 물으면,
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하고 윌리엄이 말하고 장도에 오르겠지만, 실제의 이 둘은 그저 오! 그대여 변치마오 란 말씨.

그러니 내가 밤마다 잠이 오겠는가?
사랑은 하지,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 전쟁에 가서 죽어달라고 빌 수도 없지...
수잔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난 매일처럼 방황하고 있는거지.
또 그녀를 하루도 안보고는 못배길 만큼 마음은 깊어졌지...
눈 앞에 아른거리는 그녀의 모습으로 다른 아무 것에도 집중할 수도 없다네.
내 어찌하면 좋겠나?

그녀가 누구냐고?
그녀의 원래 이름은 루드베키아(Rudbeckia) 라고 부르지.
검은 눈동자의 수잔 (Black-eyed Susan) 은 애칭이라고나 할까?
꽃 이름 아니냐고?
......

그래, 내가 이야기하는 수잔이 그 꽃 루드베키아야.

뭐? 이야기 그만하지 않으면 한 대 맞는다고?
아니, 왜? 내가 수잔을 사랑한다니깐?

아니, 글쎄, 내 이야기 좀 더 들어보라니깐?

딸깍.

야, 야!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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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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