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오빠란



오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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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와 J는 두눈에 힘을 바락 주고 주먹을 꼭 말아쥔 채 한쪽 코너에 기대어 서있었다.
뿌연 조명 아래로 멀리 반대편 코너에서 몸을 풀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꿈인 듯 아득하게 멀리서 들려올 때, 땡! 땡! 땡! 하고 다급하게 세번의 종이 울리면서 찌렁찌렁한 소리로 아나운스멘트가 흘러나왔다.
"청코나~, 세계레슬링 태그매치 도전자, 케이이 앤 줴이이!"
그들은 만세 부르듯 두 팔을 번쩍 들어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홍코나~, 세계레슬링챔피언, 반칙왕 무길도한량~~~~!!!"
그는 타이거마스크의 망토처럼 목주변에 두른 퍼런 보자기를 등 뒤로 펄럭이며 달려나와 링 중앙에 허리춤에 두손을 올리고 폼을 잡고 섰다.
게츰츠레 눈을 내려뜬 그는 가소로운듯 K와 J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하하.... 덤벼라!, 이날을 기다렸다.
그리곤 천천히 그의 퍼런 망토를 풀어 자신의 코너쪽으로 던졌고 그 순간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렸다.

K가 링 중앙으로 달려나오며 무길도한량과 맞섰다.
서로 어떻게 공격을 할 것인가 눈치를 보다가 무길도한량이 K의 왼손을 덥석 붙들었다.
그는 K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는가 싶더니 링사이드로 밀면서 소리질렀다.
로프 반동!
그가 외친 이상, K는 실제 로프 반동하듯이 벽쪽까지 달려갔다가 튕기나오는 모습으로 다시 링 중앙으로 나와야만 했다.

드롭킥!
그는 마치 천규덕선수처럼 멋진 드롭킥을 날려보려 했으나 링매트로 깔아놓은 담요가 꾸겨지면서 제풀에 먼저 넘어지고 말았다.
K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무길도한량에게 달려들어 짧은 팔을 이용하여 헤드락을 걸려 했지만 그는 재빨리 피하며 오히려 두 다리로 K의 허리를 감쌌다.

아-, 악어입!
레슬링을 할 때마다 J를 기권케 만드는 무길도한량의 필살의 조이기 기술.
여기에 말려들면 그날의 게임은 끝나는 거나 마찬가지...
J가 울면서 항복했었던 것이 몇 번이었던가.
자신이 악어입에 걸려든 걸 깨달은 순간, K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코너쪽으로 손을 뻗쳤다.
J가 K를 구하기 위해 손을 쭉 내밀며 태그하려는 것이 멀리 보였다.
타치! 타치!

J의 개입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J는 무길도한량의 로프 반동에 이은 당수춒을 연달아 허용하며 공격다운 공격은 꿈꾸지도 못하며 계속 당하고만 있었다.
한순간, J가 또 한번의 당수춒을 머리를 숙여 피하더니 반대편 로프까지 달려갔다 나오는 반동으로 무길도한량을 어깨치기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너 차례의 팔꿈치로 내려치기.

거기서 끝냈어야만 했다.
무길도한량이 링 중앙에서 뒹굴자, J는 여유있게 돌아서면서 K에게 손을 내밀었다.
언니, 타치!
K는 재빨리 달려나가 무길도한량의 팔을 잡아당기며 꺾기를 시도했다.
꺾으려는 K와 안꺾기려는 무길도한량의 대치가 한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무길도한량의 두 다리가 슬금슬금 K의 허리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자, 악어입이닷!
K가 깜짝 놀라며 빠져나가려 했을 땐, 이미 무길도한량의 두 다리는 심하게 조여들고 있었다.
더더군다나 그는 아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하여 J가 대기하고 있는 코너로부터 K를 멀리 끌어내고 있었다.
이 무지막지한 오빠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기브 업! 기브 업!
싫어!
육중한 다리 틈에 끼어 조임을 당하는 K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벌개지기 시작한다.
멀찌감치 서 있던 J가 먼저 울음을 터뜨린다.
항복해, 언니!
싫어!
하여간 고집은...

결국 레슬링은 두 여자아이들의 울음과 함께 끝이 나고 말았다.
다 큰 녀석이 국민학교 1,2학년 동생들이나 울리고, 참...ㅉㅉㅉ
같이 놀아준건데...
에라~ 이눔아!
허공에 주먹을 한바퀴 돌리며 어머니께서 무길도한량을 혼내는 시늉을 하셨다.
그러길래 빨리 항복하라니까...
시끄럽다!

한 30분이나 지났을까?
노크소리와 함께 아직도 두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K와 J가 쭈삣쭈삣 방으로 들어왔다.
뒤에서는 어머니가 두 아이의 등을 슬슬 미시고...
얘들이 오빠하고 다시 놀고 싶댄다. 
어... 그래?
순간 두 아이들의 뒷짐진 손에 하나씩 들린 과자봉지가 무길도한량의 눈에 확 들어온다.
나온지 얼마 안된 캬라멜 땅콩과 콘쵸코!
그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그래, 오빠랑 소꼽장난 하자!

K와 J는 오빠와 즐겁게 소꼽장난을 했다.
엄마, 나 배고파.
오오, 그래 우리 아기가 배가 고프구나?
두 어린 꼬마는 번갈아가며 엄마가 되어 그릇마다 과자를 채워 아기인 무길도한량을 먹이기 바빴다.
어머, 우리 아기는 너무 잘 먹어요.
어머머, 우리 아기도 그런데... 호호호.
엄마, 나 더 줘
응, 그래 그래...

세상에 이렇게 동생과 잘 놀아주는 오빠가 어디 있어...?
그나저나 이젠 과자도 거의 다 먹어가니 슬슬 소꼽장난도 접어야지?
자, 엄마들, 아기는 인제 코- 잔다.
두 녀석의 싸늘한 눈초리가 그의 두툼한 얼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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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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