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인사유명



인사유명(人死留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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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감기에 골골거리며 심심풀이 인터넷 써핑을 하다가 야후에서 나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인터넷에 나의 이름도수록되어 있을까?
똑같은 이름의 다른 '나'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이름을 적고 엔터키를 누르자, 별로 흔하지 않은 내 이름으로도 검색 결과가 무려139,000건이나 나타났다.
성악가, 목사, 사진가, 기업체 사장, 저널리스트...
ㅎㅎ... 진짜의 '나'는 없네...?

386세대로 태어나 486으로 진급한,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해 태생, 대학 본고사 폐지 후 첫 입학년생, 그럭저럭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찌어찌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한량스런 삶을 살아가는 40대 후반의 내 얼굴은 정보의 바다 인터넷엔 존재하지 않았다.
호사유피(虎死留皮) 하고, 인사유명(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세상, 부질 없이 이름 석 자 남긴들 또 뭐하겠는가?
... 하고 생각하다가도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럼 부진부진 사는 이유는 또 뭔데?
아-,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심심풀이 땅콩으로 시작한 생각의 실타래 풀기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마침내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걸 보면 무길도한량이 죽을 때가 가까웠나?
하는 곳으로 의문은 귀착되더라...
'킬리만자로의 표범' 에서의 조용필도 노래했다.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라고.

허나, 이제까지 세상에 이름 석자 떡 하니 새겨둘 짓을 한 적이 없는 무길도한량으로서는,지금에 와서 무엇을 해서 그 자랑스러운 이름을 남길 수 있나 생각하니 앞이 또 캄캄해지기 시작하더라... ^^
그럼, 억지로 이름을 남기는 걸 생각해볼까나?
아, 뭐 그렇다고 해서 어디어디에 폭탄 숨겨놨음메... 하고 경찰서에 전화하고 신문과 TV에 나오고 하는, 그런 식은 피하고 싶다.
그래도 무길도한량의 체면과 위신과 명예와 가오다시가 있질 않겠는가? ^^

위대하시고 영명하신 김 아무개는 솔잎을 취하여 이팝을 만드시고...
또 그 아무개는 가랑잎을 타고 비와 천둥을 몰고 오고... ^^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위와 같은 거짓말을 책에다 담을 필요도 없이 그저 웹에 올리기만 하면 되니, 거짓말로 유명해지기가 훨씬 쉬어진 듯 하다.
옳다구나!
인터넷을 이용하면 이름 석자 남기기란 식은 죽 먹기인 듯 하다.
그저 아무도 기록한 적이 없는 것들을 인터넷에 올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

18세기 샌드위치의 백작 (Earl of Sandwich) John Montagu 는 카드놀이를 워낙 좋아하여서, 해질 무렵카드를 시작하면 저녁식사를 건너뛰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정 배가 고파지면, 하인에게
"이보게, 두 빵조각 사이에 고기 좀 넣어서 가져오게나."
그러면 출출함을 느끼는 옆에 사람들도,
"The same as Sandwich." (나도 샌드위치백작 것처럼 해줘)...
이렇게 해서 샌드위치 라는 이름이 음식의 이름으로 자리잡았다는 예를 우리는 안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가 처음 시작한지 모르는 수 많은 것들이 "저작권" 밖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자, 그러한 것들을 몇몇개만 찾아서 무길도한량의 거짓된 발자취로 인터넷에 기록으로 남겨보도록 하자.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들은 여러분도 알고 나도 아는 바, 절대 무길도한량이 최초의 인물은 아니나, 혹 누가 알겠는가?
백 년이 지나서 남은 기록이 이것 밖에 없다면, 무길도한량이 기록으로 고증될 유일한 역사적 흔적이 되는 것이다. ^^

자, 그럼 시작해보자.

무길도한량이 점점 자라매 다섯살이 되었을 때 이미 천문과 수학에 통달하였더라. ^^
그의 고향에선 토굴 속에서 새우젓을 숙성시키는 관계로 그에 필요한 빈 드럼통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루는 대폿집 아주머니가 가게 안에 놓을 테이블 비용 때문에 걱정하는 것을 보고 무길도한량이 말하길,
"아주머니, 드럼통을 세우고 그 위에 쟁반을 얹어서 쓰세요."
하고 말하니, 그것이 대폿집들의 드럼통 테이블의 효시가 되었더라. ^^

마침 옆에 군고구마 장수가 대폿잔을 기울이다가 감탄하며 묻되,
"날 위한 아이디어는 뭐 없겠니?"
하자 무길도한량이 씨익 웃으며 가로되,
"아저씨는 드럼통을 옆으로 눕혀서 가운데 장작불을 넣고 서랍들을 여러개 만들어 고구마를 구우면 번번히 이것 저것 다 꺼내보지 않아도 되겠지요?"
하니 옳커니 하고 박수치며 좋아하더라. ^^

그럴 듯 하지 않은가? ^^
더 기가 막힌 아이디어들을 두어개만 더 무길도한량 몫으로 돌려보자.

무길도한량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 새로 나와 전국민의 사랑을 받던 것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N 육개장 사발면' 이라.
야유회에 간 사람들이 스치로폼 용기 위에 붙은 은박뚜껑을 제쳐내고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가 먹었는데, 때론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쩍 벌어져 용기 속의 면이 익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것을 목격한 무길도한량.
"같이 제공된 소독저를 미리 가르지 말고 집게처럼 이용하면 용기와 뚜껑의 밀착성이 좋아져서 맛있는 사발면을 먹을 수 있지 않겠소?"
하고 시범을 보이니 모든 이가 한결 같이 따라 하더라. ^^

또 그의 고향에선 기름에 재서 구운 김을 상품화하여 은박 봉투에 밀봉하여 팔기 시작했는데, 무길도한량이 보니 잰 김을 봉투에서 꺼내 가위로 자를 때에 많은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자르기에도 좋지않고 식탁 위도 지저분해지는 것이었다.
"차라리 은박 봉투를 먼저 원하는 크기로 접어 꼭꼭 눌러준 후 꺼내면 김이 먹기 좋게 잘라져 있을텐데요..."
김장수가 눈여겨 보았다가 상품판촉회에서 시연을 보이니 사람들이 좋아하고 매출도 급증하였더라. ^^

재미있는데 하나만 더 해볼까?

몹시도 추운 한겨울날이었다.
무길도한량은 요기를 하고자 단골중국집을 찾아들었다.
"짜장 드릴까요?"
항상 짜장만 죽어라 먹어대는 무길도한량을 보며 주인이 물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뜨끈한 짬뽕이 먹고 싶은데... 아, 짜장도 먹고 싶고..."
"짜장과 짬뽕 둘 다 드시지요, 뭐..."
웃으며 대답하는 중국집 주인을 보며 무길도한량이 말하길,
"그릇 한가운데에 벽을 만들어 한쪽엔 짜장을, 한쪽엔 짬뽕을 담으면 어떻겠습니까?"
이에 중국집 주인이 좋아하며 이름을 짬짜면으로 지었다 카더라. ^^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분명 세월이 가면 무길도한량도 청사에 빛나는 이름이 되어 있으리라.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따라, 오늘 하루도 이름을 남길 궁리를 하며 무길도한량은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서 이름을 남기느냐 하는 것이겠지?

어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가르쳐주이소.
내 후사 할팅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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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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