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폭풍우 속에 잎은 지고

폭풍우 속에 잎은 지고






밤 사이 창문을 그리도 흔들어대며 으르렁거리던 야수(野獣)는
하늘 끝까지 닿아있던 높다란 전나무도 두엇 쓰러뜨리고
젖은 포도(鋪道) 위로 플라너터스잎들을 사정없이 휘몰고 다녔다.
도로 건너편가게 입간판은 우리 가게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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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렸을 적엔
스카이콩콩 마냥 종종걸음 치며 산 너머로 달려가던 조각구름들이나
커다란 방패연 마냥 부풀어오르던 빨랫줄의 하얀 이불홋청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이 그 바람에 둥실 떠오르곤 했다.
바람이 가는 그 끝까지 날아가고 싶어했다.

창공을 가로질러 내리꼿는 송골매처럼
저 먼 대양을 포말로 가로지르는 한 척의 요트처럼
그리고 광야를 질주하던 흰깃털부족 인디언의 아팔루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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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엔
거칠어진 열 손톱 끝에, 그리고 이마의 주름골 사이사이 마다
세월은 천착(穿鑿) 되어지고 고집스러운 더께로 남아
그 바람은 날 가벼이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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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에 싸늘히 감지되는 동장군의서릿발 속에
이 공원길에도 떨어진 잎들만 가득하다.
이들은 아직 단풍물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잎들을 빼앗긴 채 앙상한 가지들을 부비며 떨고 선 나무들.
계절을 독촉하는 폭풍우 속에 비스듬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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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곳 없는 나그네는 나무들 사이로 갈 길을 재촉하는데
순간, 
하늘을 가로찢는 섬광!
천산을 뒤흔드는 우뢰가 뒤를 따른다.
안경알 만큼이나 굵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그는 생각한다.

그러길래... 잔소리 그만하고 빨리 집에나 갈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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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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