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생식은 즐거워



생식(生食)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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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生食)...
을 말함은 불에 익혀먹지 아니하고 날것으로 먹는다는 이야기 이니, 혹 종족유지를 위한 개체의복제 또는 증식(reproduction) 을 말할 때의 생식(生殖)과는 혼동하지 마시길... ^^
물론이야기 주제로선 후자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전자의 경우로 이야기를 국한하고자 한다.

사실 우리는 '생식' 이란 단어가 생기기 전에서 부터 알게 모르게 생식을많이 하며 살아왔다.
한겨울에 건넌방 냉골에 던져놓은 자루에서 꺼내오는 고구마도 날로 먹었고,
뜨거운 여름 밭에서쑥 뽑아올린 무우를 이빨로 긁어내고 시원하게 깨물어 먹기도 하고,
가을녘 논길을 걸으며 손을 펼치면 손가락 사이사이에 걸려 올라오는 쌀알도 그렇고,
꽁보리밥에 된장이나 한숟갈 얹어주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상추쌈도 그것이리라.
군대에서 생존훈련의 일환으로 뱀이든 개미든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잡아먹은 추억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군대에 있을 때의 기억이다.
대구기지에 있던 G중령이 교육자료 수령차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운전병에게 자기집 뒷마당에서 가져왔다는 사과 한 광주리를 들린 채로...
사과들은 그의 말마따나 농약을 치지 않아서 그런지 좀 썩은 놈들도 있었고, 벌레 먹은 자국이 있는 놈도 있었고, 모양도 찌그러진 바가지 마냥 흉측한 것들도 다소 있었으나,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하든지 사무실 안은 삽시간에 달콤한 사과향으로 가득했다.

과장님도 방위병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며 하나씩 집어들고 신나게 와삭와삭거리며 사과파티는 시작되었다.
회의 때문에 한발늦게 도착한 장비담당 L기좌가 눈을 흘기며 들어온다.
"우와~ 섭섭하게 나만 빼고... --;;"
"걱정마세요. 여기 L기좌님꺼 제일 예쁜걸로 하나 챙겨놨습니다."
눈치 빠른 K대위가 재빨리 광주리에서 하나를 꺼내준다.

싱글벙글 빨간 사과를 받아들더니, 한 입을 크게 베어물고 와삭와삭 씹곤 꿀꺽 삼키더만, 그의 전매특허 같은 썰렁한 넉살을 늘어놓는다.
"멀리서 사과를 직접 챙겨오신 G중령님의 사랑에, 제일 예쁜 사과를챙겨주신 K대위님 사랑까지 얹히니, 정말 꿀맛이 따로 없네요."
다들 입안에 사과들이 가득한지라 별 대꾸 없이 웃음으로 썰렁함을 받아준다.

그는 다시 또 한 입 베어먹으려고 입을 쩍 벌리다가, 별안간 동그란 눈을 하며 사과를 유심히 바라본다.
"애개개... 이게 뭐지?"
사과의 한입 베어먹힌 그 자리에 뭔가가 박힌 채로 꾸물대고 있었던 것이다.
"사과벌레로구먼 그랴. 농약 안친 거 맞네...^^"
R사무관이 위로차 끼어든다.
물끄러미 벌레를 바라보던 L기좌, 반웃음 반울음의 애매한 표정으로 R사무관에게 물어본다.
"근데 왜 벌레가 반쪽만 있는거죠?"
"생식 하셨네요.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K대위가 빙긋이 웃으며 L기좌의 배를 향해 넌지시 합장을 해보인다.

요즈음엔 곡식들을 갈아 만들어 인스턴트화한 생식들이 또 인기인 모양이다.
면역력을 길러주네, 기초체력을 길러주네 하며 공장에서 만들어진 생식류 말이다.
이런 종류들이 나오기 전에 방앗간에서 직접 갈아 만든 가루스타일이 있었다.

결혼한 후 첫번째 여름을 나던 무길도한량은, 장가가기 전 집에서 여름이면 항상 입에 달고 살았던,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미숫가룻물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구수한 미숫가루 좀 사서 시원하게 좀 마실까?"
물었더니, 살림 초년병인 우리 집사람은 또로로롱 친정엄니에게 자문을 구하는 전화를 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금이야 금이야 사위를 사랑하시던 장모님,
"그럴게 아니고... 음, 내게 맡겨라. 내가 준비하마."

몇 일 후, 장모님께선 무언가를 한보따리 싸들고 우리집으로 올라오셨다.
무길도한량이 퇴근을 하자, 지프락 봉지에 채워진 그것들 중 하나를 꺼내 내보이며 집사람은 기쁜 얼굴로 브리핑에 들어갔다.
"엄마가 그러시는데, 이건 열다섯가지 곡물과 머시기와 머시기와 거시기와 거시기...... 그리고 또 솔잎가루까지 갈아서 넣고 만든 미숫가루래. 그리고 어쩌구 저쩌구......"

듣는둥 마는둥 손가락으로 천천히 비닐봉지를 헤집어 보던 무길도한량,
"근데 왜 미숫가루가 녹색이야?"
"아니, 이게 미숫가루에 이러저러한 것들을 더 넣어 만든, 더 비싸고 더 좋은 미숫가루라니깐? 다 자기를 위해서 이렇게 준비하신건데..."
슬그머니 자리를 일어나 담배 피러 나가던 무길도한량의 뒤로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길래, 그냥 누런 미숫가루면 되는데 왜 일을 크게 만드냐고요...? --;;
냉장고에 가득가득 하던, 그 많던 생식가루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보아하니 우리 집사람도 먹지는 않았던 것 같고... 
무길도한량도 참 엥카죠? ^^

인제 진짜 어디 가서 들을 수 없는 생식 이야기를 해야겠다.
젊었을 적 무길도한량이 바다 건너 먼 곳으로 도 닦으러 갔을 때였다.
그곳엔 공부 밖엔 할 일이 없는 한국인들이 다소간 살고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방황하는 무길도한량을 불쌍타 여겼는지 곧잘 저녁식사에 초대하곤 하였다.
고맙게 생각한 무길도한량은 빈손이 쑥스러워 항상 디저트용 아이스크림을 한 통씩 사들고 가곤 했고...

어느날 B의 집에서의 일이다.
저녁식사 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유난히 무엇인가를 빠득 빠득 씹어가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무길도한량을 본 B, 웃는 얼굴로 와이프에게 불평을 한다.
"여보, 총각은 피너츠 아이스크림 주고 난 바닐라 아이스크림 주네? 나도 총각처럼 피너츠 아이스크림 줘."
"무슨 말씀이에요? 똑같이 바닐라 아이스크림 드렸는데..."
B의 부인이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하며 되묻는다.

"정말이야, 저 총각껀 피너츠 아이스크림이라니까...?"
순간 무길도한량이 한번 더 바드득 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어리둥절한 B의 부인은 부엌으로 가 무길도한량이 사온 아이스크림통을 가지고 나오며 B에게 보여준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모든 사람의 시선이 아이스크림통에서 무길도한량에게로 옮겨온다.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무길도한량, 천천히 자신의 아이스크림 접시를 내려다 본다.
아!
무길도한량의 플라스틱 포크의 다리 다섯개 중 3개가 반토막이 된상태로 아이스크림 위에 얹혀 있었다.

플라스틱도 생식 가능하지요? ^^;;
씁쓰레한 얼굴로 무길도한량이 묻는다.
"총각, 먹을게 없으면 전화해. 아무거나 먹지 말고..."
안쓰러운표정으로 B가 말한다.
"이런거 먹고 사는거 부모님께서 아셔?"
... 아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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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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