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스톨라의 여인



스톨라의 여인








더위도 식힐 겸 아픈 허리 운동도 할겸 아이들과 목장으로 산책을 나섰다.
따땃한 8월 아침 햇살이 눈을 제법 자극하지만, 푸른 숲에 둘러싸인 목장을 보면서 마음이 이내 가벼워졌다.
멀리서 말들이 코파람 부는 소리, 나보다 더 큰 송아지가 엄마 찾는 소리...
학창시절 배웠던 '목장길 따라'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스톨라 스톨라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
스톨라 스톨라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 품! 품! 품!

내친 김에 2절도 한다.

숲 근처 올 때 두견새 울어 내 사람 고백하기 좋았네
숲 근처 올 때 두견새 울어 내 사랑 고백하기 좋았네
스톨라 스톨라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
스톨라 스톨라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 품! 품! 품!


아, 더 멋진 3절도 있는데...
아이들의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더 이상 진도를 못나가게 한다.

아빠, 아빠, 스톨라 품파 스톨라 품파가 무슨 뜻이야? 
???

아- 아이들은 왜 어른들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걸까?
두런 두런 궁시렁 궁시렁 거리며 대답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야아~, 저기 양들 좀 봐라~
화제를 얼른 바꾸어 일단 긴급위기상황을 모면해낸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부랴부랴 컴퓨터부터 켜고 스톨라 품파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한다.
아빠로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않는가...
그러나 정확한 답은 찾을 길이 없고, 비스므레한 조각자료들만 찾아낼 수 있다. --;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은 자료를 잘 찾는다는데, 아무래도 난 아닌가 보다.

일단 슬로바키아 북쪽에 있는 지명에서 Stola 를 찾아냈다. (OK, 요건 쓸만하다)
이 노래가 보헤미아 민요이고 보헤미안 지방이 그 근처에 있으니 일단 stola 는 보헤미안 지방의 한 고장이라고 하자.
이 지방엔 집시들이 많이 살았는데, 이들은 기존 사회의 관습과 질서에 구애되지 않는, 좋은 말로는 자유분방하게, 나쁜 말로는 방랑천리 떠돌아 다니는 습성이 있어 이것이 보헤미안의 뜻처럼 쓰이기도 한다.

다음, poompa 는 정말 찾기가 어려웠는데...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떠돌아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어떤 음악해설 중 poompa 를 여성성기를 가르키는 비속어로 쓰인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은 여자를 지칭하는 대(代)명사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stola poompa 는 "스톨라에 사는 여인" 이란 뜻일 수도 있겠고 (마치 '아를르의 여인' 에서 보듯), 끝에 짧게 poom 한 것은 poompa의 애칭으로 poom! 
...안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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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에, 어불성설에, 얼토당토 하지 않지만 쪼가리 지식으로 뭔가 그럴싸 하게 만들어냈다.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몰라 하는 것보단, 그래도 뭔가 끄나풀이라도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인 효과가 더 좋은지 나쁜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단 3절을 읊어보자.

무수한 별이 반짝였으나 내 님의 사랑 더욱더 빛나
무수한 별이 반짝였으나 내 님의 사랑 더욱더 빛나
스톨라 스톨라 스톨라 여인 스톨라 여인 스톨라 여인
스톨라 스톨라 스톨라 여인 스톨라 여인 응 응 응

마지막 여인을 한글로 더 짧게 줄이니 별로 아름답지 못한 말이 되는 관계로 좀 더 애교스런 다른 말로 바꿨다. 

수 많은 외국 민요들을 채보하고 번역하여 우리들의 즐거운 캠프송 포크송으로 만들어 보급하신, 싱어롱 프로그램의 대가 전석환님께여쭤보아야 할 문제인듯 하다.
'조개껍질 묶어', '목장길 따라', '석별의 정', '사모하는 마음', '그리운 고향', '꼬부랑할머니가' 등등건전가요집에 수록된 수 많은 노래들이 그 분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니...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곳에 통기타 하나 둘러매고 척 나타나셔서 모든 사람을 건전한 노래를 통해 하나로 만들어주시던 전석환님이야말로 통기타의 절대원조라 할 수 있는 분이다.

목장길 따라 산책한 후, 아이들은 가벼운 샤워를 하고 몸을 식히려 냉장고를 열고 아이스크림을 꺼내 그릇에 담고있다.
적당히 끼어들어가 스톨라 품파 이야기를 해주어야 되겠는데... 생각하고 틈을 엿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벌써 그런 것이 있었는지... 하는 눈치다.
그들은 스톨라의 여인을 목장길에 두고 왔나보다.

에이, 나도 더운데...
먼저 퍼놓은 아이스크림을 슬그머니 내 쪽으로 당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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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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