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3일 수요일

그리운 고사리





그리운고사리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은 명나라에 간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수양산 근처에 자리한 '백이 숙제의 묘'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읊은다.

題夷齊廟 (제이제묘)

當年叩馬敢言非 (당년고마감언비)
그 때 말고삐를 두드리며 감히 말리던 이 누구였든가
忠義堂堂日月輝 (충의당당일월휘)
충의는 당당하여 해 달 인양 찬란한데,
草木亦霑周雨露 (초목역점주우로)
초목도 주나라의 비와 이슬을 먹거늘
愧君猶食首陽薇 (괴군유식수양미)
수양산 고사리 캐먹은 당신들이 부끄럽지 않을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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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시조는 조금 다르다.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거신들 긔 뉘 따헤 낫다니

(성삼문)

어찌되었건, 성삼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가 알다시피,
굶어 죽을려면 깨끗이 굶어 죽지, 치사하게왜 고사리로 연명하다 죽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진짜 왜 그랬을까?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의 첫째와 셋째 왕자들이었으나, 왕위를 마다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둘째 왕자가고죽국의 왕이 되고 백이와 숙제는 숲 속의 은자로 남았다.
그러다가 황제국인 은나라를 신생 주나라가 치려하자, 주나라 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그 일이 옳지 않음을 간언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천하는 주나라의 것이 되고, 이에 분개한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녹을 먹지 않으려 수양산 속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며 살다가 결국은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





근데 고사리도 주나라 땅에 난 것인데,왜 캐었느냐고?
이런 시조도 있다.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에 들었거니
현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
물성이 굽은 줄 미워 펴보려고 캠이라

(주의식)

설마 고사리를 먹으려고 캤겠는가? 
그게 아니고, 고사리의 꼬부라진 것이 미워서 펴보려고 그랬다고...... ^^(이건 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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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우리가 먹는 고사리는 주로 어린 잎이나 순을 데쳐서 먹는다.
여름이 지나면서 고사리잎에는 여러 독성들이 진하게 나타나게 되어 소나 말이 이것을 많이 먹으면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더더군다나 고사리잎에는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성분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곤충을 막기 위해 스스로 독극의 일종인 청산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결국 고사리를 많이 먹다보면, 비타민 B1 부족으로 각기병이 올 수 있고, 미량이라도청산이라는독극물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출에 의해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추측된다.

그러면 백이와 숙제는 왜 고사리를 캐먹었을까?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의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수양산이 위치한 지역이 유난히 고사리가 번성하는 지역이어서, 산에 먹을것이라곤 고사리 밖에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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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좌골신경통이 정상적인 활동을 막아주는 덕분에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 하기가무척 어려워졌다. --;
자주 가던, 고사리 무성한 산책길도 가기 힘들어지고... --;;

사실 그들이 왜 고사리를 캐었는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단지, 읽던 책에서 성삼문의 한시를 대하며, 백이 숙제의 고사리가 떠오르고, 고사리들이 뿜어내는 짙은 낼숨 속에 발걸음 가볍게 산책하던 그 길도 생각나고...
하여 이 글 저 글 두서없이 적어본다.

그리운 고사리...

(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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