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3일 수요일

그리운 이에게





그리운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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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보내시겠습니까?
A시, 소포 위에 써놓았잖아...
머리가 허연 할머니는 심통스런 표정으로 내뱉는다.
그는 카운터로부터 소포를 들어 저울 위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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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전화번호는요?
그건 왜 물어?
컴퓨터시스템이 전화번호에 의해 움직이거든요.
왼쪽 천장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할머니는 그쪽을 향하여한 번 힐끗 눈을 흘기고 전화번호를 대기 시작한다.
425-XXX-XXXX

전화번호가 입력되자, 요술상자처럼 컴퓨터는 그동안 이 할머니가 보냈던 소포들의 도착지들이 주르르르 화면에 띄워준다.
아항, 할머니, 예전에도 A시에 보내신 적이 있네요.
우리 아들 주소가 거기 있어?
그럼요,37번가 45번지.
그렇지. 이름도 똑같구?
그럼요, 지난 달 13일에 소포를 보내셨네요.





할머니는 빠진 어금니자리를 두어번 혀 끝으로 문지른 뒤 씩 웃음을 지어보인다.
우리 손주 생일이었구먼, 지난 달 20일이...
근데 오늘 또 보내세요?
크크크... 이번엔 그 미티 지지바... 크크크
갑자기 할머니의 주름투성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번져나간다.

손주들이 전화는 자주 드리세요?
그럼, 엊그제도 전화에다 대고 울매나 보고싶다고 하는지...
손주들이 할머니 무척 사랑하는 모양이네요.
힝~, 그래도 지들이 내 맘 가틍가?
손주들, 보고싶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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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눈가에 피어오르는 습기를 외면하며, 그는 재빨리선택사항들을나열한다.
보통은 5일날 도착하구요,속달은 3일날 도착하구요, 특급은 모레 도착합니다.
비스듬히 돌아서며 할머니의 얼굴에 편치 않은 표정이 역력하다.
뭐가 안맞으세요?
이잉... 손녀 생일은 4일인데, 보통은 5일날이나 도착하네. 쯧.
그럼, 속달로 할까요? 하고 물으려다, 그는 입을 다물고 말을 삼켜버렸다.
행색으로 보아 할머니에게속달비용은 무리라고판단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요금은 어떻고?
조금 맥빠지는 음성으로 할머니가 그를 향해 묻는다.
보통은팔천원, 속달은만 이천원이네요.
할머니가 다시 카운터에 기대며 비스듬히 돌아선다.
세계 각국의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들을 주욱 바라보며 할머니는 어금니가 없는 쪽 볼을 앙다물어 쯥- 하는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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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할머니를 지켜보던 그가제안을 한다.
할머니, 그냥 보통으로 보내고 운에 맡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 알아요? 기차가 하루 빨리 도착하면 하루 정도 일찍배달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할머니의 얼굴에 금새 화색이 돌면서, 당장 다 떨어진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렇겠지?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럼요,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죠.
오늘 가서 당장 전화 넣어야겠구먼, 생일선물 부쳤다고...
예, 그러시죠. 저도 같이 미리 축하드립니다.





밝은 표정으로 여유있게 바이바이 손을흔들곤, 할머니는힘찬 걸음으로 탁송센터 문을 나섰다.
할머니의 뒷모습이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빙긋한 웃음으로 지켜보던 그는 할머니의 소포를 저울에서 내렸다.
그리곤스크린에서 속달을 선택하고 발송버튼을 눌렀다.

떨어지는낙엽마다 우표를 붙여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던 가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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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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