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

얼마나 되었을까?
산문 밖으로 난 숲길을 따라 걷다 길을 잃은 모양이다.
뭐, 하지만 어떠하리.
먼 인생길,
때로는 딴 길로 접어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지쳐 쉬기도 하고 그런거 아닌가.

그간 많은 분들이 남기신, 안부를 궁금해 하시는 인사와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버린 무길도한량을 자극하시는 격려글들에도 성큼 컴퓨터 앞에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면서 핑계들을 생각한다.
...집사람이 있는 먼 곳을 다녀왔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오지로 휴가를 다녀왔다?
...자판에 손가락 하나 올리기 힘들 정도로무지무지 아팠다?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혹은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등등.
사실은 그 아무 것도 아니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아무 이유없이 어느날 달리기를 시작한다.
동네 끝까지... 카운티 경계 끝까지... 주 경계를 벗어나고...
달리고 또 달려서결국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큰 바다에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180도 U턴을 하여 다시 또 달리기 시작한다.
미국대륙의 또 다른 반대쪽 대양에 이르러서 다시 U턴.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돌연 멈춰선다.
"I wanna go home. I am tired."
한국말로 하면,
많이 묵었다 아이가...

살아가는 것에 그닥 바쁜 것 없다 하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권태.
즐겁던 일들이 심드렁해지는 그런 때가 있는 법이다.

하여, 난
마치 우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개구리의 모습으로 있었다.
가끔 못견디게 답답하면 볼따귀 부풀리며 한 번 개굴 거리면서...
소나기가 다가오면,
처마 밑에서 가만히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소년의 모습으로.
그건 스쳐 지나가는 비바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 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도 안하고...
때 맞춰 옛친구 좌골신경통이 반갑게 찾아주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도 안하고...
여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저 멀리 바닷가 마을 위로 석양이붉다.
내일은 그동안 켜켜히 쌓였던 살비듬을 털어내러 나들이나 해볼까?
카메라 위에도 먼지가 뿌옇다. ^^
(2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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