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8일 월요일

눈의 품격



눈의 품격(品格)







서울에 눈이 무지무지 무지하게 많이 왔다카네...
즐겁지 아니한가? ^^

지지난해 십이월엔 무길도에 열흘이 넘게 눈보라가 퍼부어 고생 좀 했는데...
예년처럼 크리스마스 대목을 예상했던 사업장은 소목은 고사하고 본전도 못건졌고, --;;
눈보라를 뚫고 왕복 100여 km거리를 출퇴근하면서 긴장도 많이 했는데...

헤-, 그래도 지나보니 운치도 있었네.
눈꽃들이 차창을 스치며 길을 열어주면 마음은 저만치 훨씬 더 앞으로 달려나가고...
교교히 흐르는 파란 달빛 아래 바스락거리며 속삭이던 발자욱들...
치운 눈에 막혀 차를 빼내지 못하고, 그 옆에 앉아 눈사람을 만들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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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山村)에 눈이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예전엔 각종 매스콤의 기자들이 문장력으로는 그래도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헤드라인이, 박목월 선생이 지은'이별의 노래' 의 가사만큼 서정적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어제 오늘 경쟁적으로 사용한 '눈폭탄' 이란 단어의 선택은 좀 심했다.
폭력적이고 극한적인 단어들을 안쓰고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우리의 언어습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매스콤의 역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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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치우자, 마.
내가 뭐라 해도 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데, 웬 쓸데없는 잔소리람? ^^
어차피 지금의 젊은 세대들과 의사소통은 포기한 지 오래다. 
......

(아, 그래도 이건 뭔가 방향이 잘못된 방향은 틀림없잖우...?)
좋은 글을 자꾸 읽으면 언어습관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시 한 편 읽고 넘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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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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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잖아~? ^^
내일자 조간신문 1면 톱으로 이런 시를 싣는다면, 얼마나 멋질까?
눈 천지에서 아침 커피와 함께 아름다운 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한때 떠났던 시 읽는, 아름답던, 솜털 보송보송한 십대의 마음으로 모두 돌아가는 것이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눈을 보며 시를 읽어주는 것이다.
내용이 19금 이라고? --;;
그건 읽는 사람의 자유로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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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짙은 향내를 풍겨오는 커피잔을 들어올린다.
마주 앉아 미소로 듣던 딸내미도 커피잔을 들어올린다.
가만.
네 새끼손가락 끝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네?
발그레 뺨을 물들이며 부끄러워 하는 녀석에게 축하를 해주고...
눈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둘러보고 두눈을 지그시 감는다.

눈의 품격(品格)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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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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