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애마, 병들다




애마(愛馬), 병(病)들다








애마(愛馬) 라는 단어는 항상 사람을 솔깃하게 만든다.
삼국지나 수호지 또는 위인전에서 주워들어서인가, 아니면 안소영, 오수비, 김부선 등등으로 이어지던 영화 '애마부인'의 덕분인가?
답은 굳이 밝히지 않고 넘어가기로 하자.
각자 생각하는 바가 있을테니... ^^

여하간 나의 애마가 병이 났다.
2001년도생이니 나이도 제법 있으려니와, 그동안 서(西)에 번쩍, 동(東)에 번쩍, 또 서(西)에 번쩍 날라다니는 무길도한량의 방랑벽에 따라 주행거리도 물경 158,000km 를 넘어섰다.
그동안 해준거라고는 오일체인지 5번, 네짝 타이어한 번갈아준 것이 고작이다.
아, 미션오일 한 번과브레이크 패드 교체도한 번 있었네...
충성스럽게, 미련한 주인의 명에 따라 죽어라 달리던 나의 애마가 결국 병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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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애마가 수술대에 오른 동안, 좀 한가한 모습으로 모처럼 책을 들었다.
자동차 고치길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장장 4시간 30분에 걸쳐 갈고,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카메라나 똑같네?)
그리고 주행테스트... 돌아와서 다시 또 풀고, 갈아끼고, 조이고...
수리하는 사람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대기실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깊은 문학의 세계로... (에헴) ^^

그리하여 오늘, 수 백개의 우리 한시(漢詩) 중에서 오늘의 정서에 맞는 것 멋진 것으로 몇수 건져 올렸다.
하나씩 같이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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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송강 정철의 '우추(雨秋)', 또는 '추일작(秋日作)' 등으로 불리우는 한시.

寒雨夜鳴竹 (한우야명죽)
草蟲秋近床 (초충추근상)
流年那可住 (유년나가주)
白髮不禁長 (백발불금장)

차가운 밤비가 대를 두드리고
가을 풀벌레는 평상 가까이에서 운다.
흐르는 세월을 어찌 멈출 수 있으리오
자라나는 흰머리를 막을 길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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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한시는 율곡 이이의 것으로 '산중(山中)에서'.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林末茶烟起 (임말다연기)

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다.
봉우리마다 가을잎새들이 가득하다.
산에 사는 스님이 물길어 돌아오니
숲 가장자리로 차 달이는 연기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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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것은 일봉 조현기의 '잎이 떨어진 나무(落木)'.

落木蕭蕭下 (낙목소소하)
秋江一夜寒 (추강일야한)
孤舟風露滿 (고주풍로만)
移棹入前灘 (이도입전탄)

떨어지는 나뭇잎은 소소히 내리고
가을 강물은 한밤중에 차가웁다.
바람과 이슬만 가득한 외로운 배는
노를 들어 앞 여울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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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로, 노란 햇살 속을 걸어가는 사람들...
반짝이는 차들의 행렬이 커피김 속에서 모락모락 아른거린다.
무길도한량, 참 한량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한량스러움을 즐긴다.

애마는 배터리와 얼터네이터와 팬벨트를 교체하고 영어(囹圄)에서 풀려나왔다.
예전처럼 씽씽하진 않고 약간은 풀 죽은 느낌으로, 그리고 소리로...
애마도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거다.
오랫동안 신세졌는데... 
그래도 아직 한 3,4년 정도 더 타고싶은데...
애마도 가을을 타고있는 모양이다.

Please 장수, man~.








(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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