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우기의 시작


우기(雨期)의 시작






요 며칠회색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 빗살과 햇살이번갈아 들이치고,
하루에도 열 두번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이더니,
기여코 오늘은 새벽녁부터 내내 비가 오고 있다.
우기(雨期)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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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용 방수잠바 안에 카메라를 품고 길을 나선다.

아직 제대로 단풍이 들지도 못했는데, 벌써 비가 오나...ㅉ
길 위에 떨어져 구르는낙엽이 부지기수다.
전 바빠서 이만 먼저... ^^

떨어지는 낙엽에도 성격이 있다.
플라터너스처럼 좀 더 큰 낙엽들은 휘영청 달빛처럼 흔들리며 내리고,
일본단풍처럼 작은 낙엽들은 신나게 뺑뺑이를 돌며 떨어지고,
지긋한 은행나무 낙엽들은 아무 말없이 그냥 툭! 뛰어내린다.
갓 떨어진 낙엽들을 밟기 미안해서 
콩콩(??), 아니 쿵쿵거리며 이러저리 건너 뛰며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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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나라에 Rain 이란 가수가 유명해?
그럴껄...?
그럼, 아빠도 그 가수 노래 알아?
아니.
정말?
모른다니까.
아빠도 모르는데어떻게Time 100 most influential people 에 뽑힐 수 있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국은 인터넷강국이다?
한국엔 die-hard 극성팬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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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더 이해하기 좋게 이야기를 해주기로 한다. ^^
미국이나 유럽에선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사람이 아시아에선 꽤 유명하대거든?
근데,아시아엔 인구가 엄청 밀집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투표수도 많을 수 있지 않겠어?
아니면 주로 아시아쪽에영향력이 컸을지도 모르고...

아이의 얼굴에 뭔가 석연치않아 하는표정이 나타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건 나도 마찬가지.
나도조용필, 나훈아는 알지만Rain 은 모른단다. --;;
아이를 위해, 이 나이에 Rain 이 춤추며 부르는 노래 하나쯤 배우랴?
그러다가 아빠 심장마비라도 오면 어쩌겠냐? ^^
아빠가 10년 전, 20년 전에 모아두었던 CD들을 요즘 하나씩 꺼내 들어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Rain 은 너무최신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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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면서 잠바후드의 끝에서도 물방울들이 맺혔다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Raindrops falling on my head...
노래에 맞춰 발 밑으로 밟히는 종석알들이 자갈자갈 소리내며 물러앉는다.
비가 온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지...
급기야 잠바 위로 후둑후둑 소리를 내면서비는 내리고, 품에서카메라를 꺼내는 횟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예정한 코스가 끝날 무렵엔 양말 속으로파고든 습기도 느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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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바를 벗어 물기를 한두번 후드득 턴 후 뒷좌석에 펼쳐놓았다.
시동을 걸고 히터를 올리자아직 덥혀지지 않은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이럴 땐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준비해 올걸...
따뜻한 실내에서뽀송뽀송한옷을 걸치고 푹신한 소파에 앉은 내 몸으로 환한햇빛이 쏟아지는 상상을 해본다.

여섯 달에 걸친 우기(雨期)는 이제 시작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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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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