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햇빛 속에

산다는 게 이런 것인 모양이다.
회색 하늘의 침울함과 스산한 바람의 집요함이뼛속까지 파고들더니,
어제 오늘 오후엔 햇살이 화창했다.
오늘은 뜨끈한 국물을 그리워 하지 않아도 될 모양이다.

노오란 햇살이 창살 사이로 넉살좋게 발을 디밀 때 쯤이면,
침대 위의 이불보가 벌써 빠삭한 상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창문가에 매달린 커텐마다 창문 꼭대기까지 말려 올라가있다.
이런때 담장 앞에나란히 쪼그려 앉아 햇빛받기를하던 때도 있었다.

숲 속에서도 난리가 났다.
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수 많은 새들의 빠른 지저귐.
나무 마다 가득 번져나던 이끼들이 싹을 틔우며 하품을 해댄다.

아가야, 이쪽으로 오려므나.
할아버지 잎새가 첫 겨울을 맞는 듯한 어린 잎새에게 양지바른 자리를 내어준다.
어서, 겨울엔 해가 짧단다.
그제서야 어린 잎은 할아버지가 내어준 자리 쪽으로 슬쩍 몸을 부쳐온다.

햇살 비치는 숲 길을 가는 우리 아이들도 괜히 신이 났다.
두 뺨을 발갛게 물들이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저만치 앞서 간다.
무거운 코트와 가방들은 아빠에게 엄마에게 맡긴 채,
오랫만에 만나보는 따뜻한 햇살 속의 겨울을 즐기고 있다.

오늘만은 '춥고 긴' 이란 수식어를 겨울로 부터 떼어주도록 하자.
오늘만은 삶의 무거운 멍에를 어깨로 부터 내려주도록 하자.
오늘만은 모든 부정적인 것으로 부터 헤어나도록 하자.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그 겨울을 조롱하면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오늘을 즐기도록 하자.이 겨울의 따뜻한 햇살을 주심에 감사하면서......
(200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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