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추우서정


추우서정(秋雨抒情)






이 때쯤 되면 TV뉴스 말미에 김동완통보관께서 나타나실 타이밍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우리나라를 덮고 있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화되면서 남쪽으로 물러가고, 중국 북동부쪽에 머물고 있던 대륙성고기압이 이동해 들어오면서 그 영향권에 놓이게 되겠습니다.
따라서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한때 가을장마 현상을 보여, 오늘은 전국적으로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소리에 맞춰 TV 카메라는 서울시청 앞에 도열한 노오란 국화꽃들을 보여주다가 분무기처럼 물방울구름을 만들며 달려가는 택시를 주여준다.
그리고 밤비사이로 덩실 솟아오른 달그림자가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에 맺히고, 그 밑으로 난 커다란 팔각창문에 어리는 책 읽는 소년의 그림자.
가을비 사이로 흐르는 쓸쓸한 대금소리.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秋風惟苦吟 (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구나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창 밖엔 밤 늦도록 비가 내리고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등불 앞 마음은 만리 밖을 헤매네

(秋夜雨中 -최치원) 

미완의 시절을 보내는 괴로움...
만리타향에 혼자 떨어진 외로움...

등불 앞 책 위에 있어야할 마음은,
만리 밖의 고향마을에 가있는지, 아니면 책과의 거리가 만리일 만큼 마음이 떠나있는지...
그렇지 않아도 가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만 한데, 잠 못이루는 밤 창밖에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남의 애를 끊나니...
요즘 같아서는 엄마가 설설 끓는 사발면이라도 한 그릇 가져오시겠건만...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우리가 함께 걷던 숲길에도 비는 추적추적 내렸다.
오솔길에 깔아놓은 종석알들도 가을비가짙게 물들었다.
여름잎들을 떨어버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캐나디언 단풍, 플라터너스, 포플러... 심지어는 고사리까지 제각기 계절의 변화에 따르고자 바쁘기 그지없다.
아침나절 체감기온도 제법 뚝 떨어져, 산책하는 사람들마다 긴소매 겉옷을 걸쳤다.
나도 이제 옷가지 한 겹을 더 걸쳐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뒤집어쓴 우산이 비 뿌리는 회색 하늘을 가로막기에 차라리 접어버린다.
벌써 가을은 빗방울 깊숙히 파고들었는지 내리는 빗방울이 싸늘하기만 하다.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쳐가던 여자가 우산 속으로 손을 내밀어 아직도 비가 오는지를 체크한다.
후후... 나에게 속으셨네.

김광석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우수 가득한 이 노래를 불렀다.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멀리 계신 부모님이 생각난다.
아직도 틈만 나면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보내신다.
"이얘, 뭐 부족한 것 없냐? 뭐 필요한 것 없냐?"
전화통이 떠나가도록 소리질러 내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신다.
불쌍한 아들은 오마니 덕분에 가는 귀가 먹었습니당~ ^^
신경통이 좀 웬만 해지면, 나도 이것저것 좀 챙겨 보내드려야겠다.
흐린 가을하늘엔 쓴 편지 대신 차디찬 가을비 냄새를 함께 동봉하여...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하지만 중순경부터는 대기가 안정됨에 따라 점차 맑은 날이 많아지겠습니다.
한낮은 아직 30도 가까이 오르내리겠으나,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함을 보이면서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겠습니다.
아무쪼록 각 가정마다 감기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그의 담담한 목소리.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2009.09.09)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