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2일 화요일

Makah의 좋은 바다

Makah의 좋은 바다




가기 싫어하는 두 녀석의 고집을 꺾어가며 그 바다를 간다.
세상엔 말이다,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거든...
하고 시작된 내 일장연설을 이겨내지 못한 두 녀석은 두 손을 반짝 들고 따라왔다.
자기네들은 이미 한 번 가 본 적이 있고 나는 없으니 공평해지기 위해선 같이 한 번 가야지?
하여간 요즘 십대들은 자기 주관이 너무 강한 것 같다.
또 이렇게 말하면 세대차니 네대차니 말하겠지? @@@





물론 급작스런 결정이라 캠핑장비 준비도 없이, 그냥 부루스타와 사발면 그리고 침낭이 전부.
이 나이에 언제 호텔 이외의 곳에서 잘 경우를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일 년의 2/3는 비가 오는 무길도 주변에 일주일 내내 맑음이라는 행운도 있다.
단지 직선도로가 다리공사관계로 불통이라 멀리 돌아 7시간은 달려가야 한다네...
아무렴 어떨까, 신나는 아내의 입에선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그저 먹는 거엔 자존심 다 버리는 십대들에겐 그들이 좋아하는 고기덩이 끼운 두툼한 빵과 시원한 음료수 한 병씩 안겨주니, 가는 동안 내내 운전길이 평안하였다. ^^
아, 거기다 한 사람에 하나씩 카메라까지 지급하였으니, 자기들도 기분이 안좋을 수 없겠지.
우리의 van도 새 타이어 4개 장착한 이후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체 하고...
오고가는 기름값은 또 회사에서 지불하니 이 또한 아내의 낙(樂)이었더라.





해질녁에 도착한 우리는 컵라면 하나씩 후딱 끓여먹고 석양을 구경하러 바다로!
거기 Makah Nation이 사랑하는 바다가 있었다.
거기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석양이 있었다.
숨 막히는 절정이었다.
환상적인 하늘과 땅과 바다의 색깔...
난 한참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카메라 셧터도 몇 번 누르지 못했는데, 벌써 많이 어둑해졌다.
먼저 와있던 몇몇 프로사진사들은 벌써 장비를 챙겨 둘러메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십대들을 위해 잠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들은 멋진 석양이 좋았던지 기분이 많이 좋아진 모습이다.





아침바다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 커피를 끓여 들고 아내와 함께 해변으로 나갔다.
운전석을 비스듬히 눕히고 잤더니 온몸이 뻑적지근 했지만 바다와 커피가 그것을 잊게 해준다.
뒷좌석을 몽땅 들어내고 평평한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잔 두 십대는 아직도 꿈나라에서 미복귀.
아내와 아침바다를 걸어본 거이... 신혼여행 이후 처음인가?
아니, 그 이후 어딘가 갔을 때 함께 걷지 않았을까?
가물가물한 기억을 찾아보려다 포기하고 만다.





우리, 여기 다시 돌아올거지?
그럼.
아내의 손을 잡고 해변을 걸어 차로 돌아오는 동안 초여름의 태양이 벌써 쨍- 하니 중천이다.
커피 담았던 컵엔 Makah Nation의 좋은 바다 내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행복한 표정의 아내에게 커피잔을 건네주며 부루스타에 불을 지핀다.
두 십대들에게 모이 줄 시간이다... ^^

(20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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