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1일 월요일

Andante

Andante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몸 이곳 저곳에서 불편한 마찰음을 내지른다.
운동을 좀 해서 묵은 땀을 쭈욱 빼주면 한결 느낌이 좋을텐데, 새벽마다 포도를 적시는 이슬비에 두 손 다 들었다.
그래도 난 흐린 날씨와 추적거리는 비가 좋아서 이곳에 있다.
요즘 한창 작동방법을 배우고 있는 카메라를 둘러메고 아내와 함께 아침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요 며칠 따뜻한 날씨를 참지 못하고 벌써 나무들은 새싹들을 틔어내고 있다.
봄이 온겨?
봄이 왔디야?
여기저기 두런거리는 소리 사이로 아내와 나의 발걸음이 가볍다.



서둘러 꽃을 피워내는 나무들도 보인다.
오, 저 나무 좀 봐!
가볍게 흥분된 아내의 손가락 끝엔 벌써 봄나비가 앉을 듯 하다.
저 연약해 보이는 녀석들이 꽃샘 추위를 견디어낼 수 있을까?



응달에서 부러진 채로 늙어가는 고목.
자신에게 기대어 사는 친구들 보는 낙으로 오늘도 버티고 있다 .
고사리, 이끼, 담쟁이, 그리고 또 고사리, 이끼......
할아버지, 무겁지 않으세요?
응, 너희 정도는 아직까진 끄떡없이 받쳐줄 수 있으니 걱정마라.
미안하니까 그러죠...
고사리가 살살 손을 흔들며 고목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잠시 햇빛이 구름 사이로 쨍 하고 내리쬐자 숲 속의 생명들은 제각기 황홀한 색깔을 내뿜는다.
그래, 조금만 더 키우면 올 봄에는 잘 키운 포자들을 온 동네에 좌악 뿌려볼 수 있겠네~
고사리는 햇빛의 방향으로 잎사귀를 하나씩 둘씩 내밀어본다.

아름다운 것들에 취하여 계절을 잊는다.
숲에서 세상을 잊는다.
숲에서 세월을 잊는다.



우리 조그만 거실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톱깎기를 들고 나의 발톱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아내의 머릿결에서 흰머리가 제법 눈에 띈다.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사십이 넘어버린 아내.
아무 말 없이 따라와준 고마움 반,
생활에 부대끼며 살아온 측은함 반,
흰머리를 고르려고 손을 뻗치자, 발톱 깎는데 움직인다고 야단이다.



똑.

골짝에 핀 백합을 보라.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뿌리지 않아도 거두어 먹이지 않아도... (성경 中)

똑.
움직이지 말라니까...
네에... ^^



자연은 때를 알아,
스스로 싹 틔우고, 스스로 꽃 피우고, 스스로 스러질 줄 안다.
사람도 그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알고 미리 대비하며 순응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거실의 창으로부터 햇살이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아직도 그 여린 꽃잎을 생각하고 있다.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정말 괜찮을까?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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