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0일 일요일

그 할머닌...

그 할머닌...









그 할머니는 외로웠던 모양이다...

틈만 나면 이곳에 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한 일년쯤 되어가나 보다.
카메라 뜯어보지 않은 것도 얼추 그정도의 시간은 된것 같다.
카메라 테스트용 사진을 찍어보느라, 또 그 후 심심풀이 사진도 찍느라...
이곳엔 올 때마다 카메라 한 두어대 둘러매고 (남들이 보면 프로인 줄 알겠다 ^^) 사방팔방으로 빛을 보고, 각도 보고... 하며 연신 셧터를 눌러대는 것이, 이곳에 오는 나의 목적이었다.





한 번은 나뭇가지 끝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자꾸 내 앞에서 왔다갔다 한다.
자꾸만 나의 얼굴을 쳐다보고 괜스레 벙긋 웃음 한 번 띄고... 하길 반복한다.
나의 얼굴이 할머니의 굴곡진 얼굴에 미소가 번지도록 만들 만큼 잘 생겼던가?
아니면 무길도한량이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있더니 종래는 공원에서 헌팅 당하는건가...? --;;
오른쪽 눈을 카메라에 갖다 붙인 상태로 왼쪽 눈으로 슬쩍 할머니를 보았다.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이다.





굿 모닝...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나의 말에 할머니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배시시 웃으면서 나의 카메라를 가르킨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나랑 똑같은 카메라 가지고 있어서...
아-, 사진을 찍으시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전문가들은 무슨 카메라 쓰나 궁금했는데... 똑같아서...
사실은, 전 전문가는 아니고 사진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초봅니다.

그러길래 렌즈백은 차에 놔두고 왔어야 했다.
남들이 보면 프로인 줄 알거라고 했지? --;;





그거 얼마 주었수?
렌즈 두 개 낑겨서 450요.
와-, 싸게 샀네. 난 2년 전에 바디만 800 주었는데...
아, 새거 사신 모양이네요? 전 이거 이베이에서 중고 산거예요.
그래도 좋은 가격에 잘 샀네... 이거 사진 잘 나오잖아...
그럼요. 아마츄어 입문자에겐 딱 이죠.

할머니는 자신의 카메라로 손주들도 찍고, 강아지도 찍고, 지난 가을의 단풍도 찍었다고 한다.
자신이 찍은 앨범먼 수십권 이란다.





늙어서 그런지... 이젠 뭘 들고 다니는게 자꾸 귀찮아져.
왜요? 아직은 그런 말씀하실 때가 안된 것 같은데요...

할머니는 피식 웃으면서 눈을 한 번 흘겼다.

무슨... 내년이면 나도 칠십이야.
와-, 아무도 안믿을 것 같은데요...?
사진 찍는 사람이 거짓말을 다하누...

하얀 백발을 만지며 웃는 할머니의 눈가로 깊은 주름이 잡혔다.





사진 찍는데 방해해서 미안하구먼. 힘 좋을 때 많이 찍으시요.
아, 예-. 살펴 가십시요.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과 같은 카메라를 쓰고 있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였던가?
이야기 상대가 그리웠던가?
화제거리를 같이 이야기하고, 때론 자랑하고 사랑하며, 때론 질투도 내고 미워도 하며, 때론 슬퍼하거나 화를 내면서도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상호 에너지 교감으로 인하여 덜 늙겠지.
독방에 갇혀있다 나온 빠삐용처럼 팍삭 늙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지.

그 할머닌 외로웠던거다.






(2010.02.1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