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따라서
숲 속을 간다.
완연한 초록으로 덮인 숲 속을 간다.
멀리 제멋대로, 흥에 겨운 새소리.
자갈자갈 부지런히 발끝을 좇는 시냇물.
손 흔드는 나무들이 토해내는생명의 환희가 즐겁다.

아득하게 자란 캐나디언 단풍 사이로 하늘이 파란 등처럼 걸려있다.
그리고그 하늘 빛은 내 발길 옆으로 자리한 이끼에도 쏟아져 내린다.
고고하게 피어오른 나리의 꽃술에도 생명의 빛은 어김없다.
이 치열함...
이 넉넉함...

그 빛을 따라 숲 속을 걷다가 그 빛 속에서 나를 잊는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감탄 속에 불현 듯 떠오른 워즈워드의 싯귀.
그래, 그가 이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u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하지만...
워즈워드에겐 미안하게도, 우리는 차라리 누군가에 의해 완벽한 제2의 창작으로 승화된 작품을 선택한다.
우리는 그의 싯귀보다 더 아름다운 엘리아 카잔의 그 영화, '초원의 빛 (Splendour in the Grass)'을 사랑한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 시를 읽던 나탈리 우드의 슬픈 눈을 기억하게 된다.
초원의 빛
여기에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을 향한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 시절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by William Wordsworth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영광의 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빛나는 청춘...

빛을 따라서 숲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나무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려 한다.
파아란 하늘 빛 사이로 까치발 짚고고개를 내밀어본다.
여지껏 내가 알 지 못했던, 또는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다.

그 빛 속에서 존재를 느껴본다.
그 빛 속에서 생명을 깨닫는다.
그 빛 속에서 새로운 눈을 뜬다.
그들이 그 빛 속에 있었다.
(200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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