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4일 목요일

바빠야 하는데...


바빠야 하는데...









자, 심심한 차에 여기 돌발퀴즈 하나 나갑니다요~
잘 들어주세요.
다음은 무엇을 만드는 과정일까요?

일단, 엿기름 가루를 따뜻한 물에 1시간 정도 담가 우려낸 뒤 체에 받친 다음 앙금을 가라앉히고 윗물만 따라낸다.
이단, 멥쌀로된밥을 지어 뜨거울 때 그릇에 퍼담은 후,엿기름물을 붓고 50~60 도로 유지하면서 4~5 시간 동안 삭힌다.
삼단, 4시간 정도 지나 밥알이 동동 떠오르면 건져서 찬물에 헹구어 받쳐놓는다.
사단, 남은 물은 한소끔 끓이는데, 거품이생기면 걷어낸다. (거품이 없어야 나중에 물이 맑다)
오단, 설탕을 알맞게 탄다. (from 야후백과)

눈치 빠른 주부님들은 벌써 일단에서 삐- 하고 벨을 눌렀겠지만... ^^
떠다바치면, 아~ 그거 먹는거여? 하는 우리 남정네들은 끝까지 잘 들어도 아실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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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이것은 감주를 만드는 다섯 단계를 풀어쓴 것이다.
우리 동네 깡통음료엔 '식혜' 라고 써있는디? 
에헴, 그건 말이지...
어떤 사람이 이럴 때 꼭, 번개처럼 끼어들며 소리지르기를,
밥풀이 동동 뜨면 식혜, 맹맹한 물만 나오면 감주!
그건 아닌거 같다. ^^
그건 코흘리는 어린애들에게 할머니가 쉽게 풀어주는 말이고, 정확히는...

식혜와 감주는 둘 다 같은 음료를 말하지만, 감주는 단술이라 하여 엿기름을 우려낸 물에 밥을 넣어 삭힌 것이고, 식혜는 감주에 설탕과 생강을 넣고 끓여 식힌 다음 건져내어 냉수에 식힌 밥알을 띄운 것이다. --; (from 엔싸이버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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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한 후3년만에 마침내 자의반 타의반 휴가를 내어 부산에 있는 처가를 가게 되었다.
고작 4-5 시간의 운전이면 갈 수 있던 거리였지만, 여러가지의 요인들로자꾸만 차일피일 미뤄왔던 터라, 찾아뵙겠다는 기별에 장인어른께서도 장모님께서도 무척이나 반겨주셨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장모님께선 굴을 비롯한 신선한 해물들이 마구마구 아낌없이 들어간 여러가지 김치(?) 종류에, 채소무침에, 생선국에... 
상다리가 휘어졌던가 안휘어졌던가를 확인안했네. ^^

어이구, 근데 이걸 어쩌나?
미련한 서울사위는 그 아까운 부산식 신선메뉴에 오히려 질려버렸던 것이었다.
그냥 생선회에서 느끼는 맛들과는 좀 다른, 풍부한 해물들의 맛이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깨작깨작... 찔끔찔끔... 다시 깨작깨작...
우리 사우, 피곤한가? 잘 먹질 못하네?
보시다 못한 장인어른의 한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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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시간 짜리 프랑스요리 풀코스보다도 그 식사는 길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식사종료 시간이 결국엔왔다.
그리고 해물맛과 냄새에 혼미해져 있던 내 영혼을 벼락치듯 깨우던 장인어른의 한 말씀.
"거, 왜, 사우 온다고담아놓은 단술 있잖나...단술 좀 가져오지."

단술!
"술" 이라꼬예?.....^^
사위가 온다고 술까지담아놓으시다니.... (흐엉^^ 이게 웬 감동의 도가니란 말인가?)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에 찾아뵐걸.... --;;;
그 때만 해도 양주 두어 병은 스트레이트로 불어주시던 때라, 술이라는 말에 창피하게도 거의 소리내서 입맛까지 다실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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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장모님께서 하얀 단지와 도자기 사발들을 쟁반에 받쳐 들고나오셨다.
이것이 두견주인가, 인삼주인가, 아니면 동동주인가......
단지 뚜껑을 열고, 국자로 떠서 사발마다 가득 채우시는데...
어라? 술 냄새가 없다?
"아부지예, 나도 한 그릇 주이소."
허어, 게다가 맥주 냄새만 맡아도 10시간 동안 인사불성되는 우리 집사람까지도 술을 달랜다?

"자, 시원하게 어여 들게나."
하모요... ^^
벌커-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내 입안에 퍼져오던 그 달디 단 설탕의 맛!
이게 뭐야? 단술이라고 해서 술인줄 알았더니... 감주네... --;;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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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하니 떠오르니 시조가 있다.
조선시대 실학파의 선구 중의 하나로 효종때 영의정을 지낸 김육이란 분이 지은 시조인데,

자내 집의 술 익거든 부듸 날을 부르시소
초당(草堂)에 곳 피거든 나도 자내를 청(請)하옴쇠
백년(百年)덧 시름업슬 일을 의논(議論)코져 하노라


꽃 피는 초가집에서 맛난 술을 나누며 평안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하자네...
참 멋진, 한량같은, 생각이 나타난 시조이다.
좋은 시에 취하다보니 마시지 않아도 절로 흥이 나는 듯...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샌것 같다.
단술에서 이야기는 시작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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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워지는 겨울날엔, 
노오란 콩가루 잔뜩 묻은 야들야들한 인절미에 살얼음 얹은 식혜나 감주 한 사발도 좋고, 
지글지글 주물로 만든 팬에서 막 부쳐낸 파전이나 빈대떡에 막걸리 한사발도 좋고, 
포얗게 김 솟는 삼계탕 앞에 두고 인삼주 한 잔도 좋을시고... 얼쑤! ^^

에이~ 바빠야 하는데... --;;
바쁘질 않으니 쓸데없는 먹을 거 생각이나 하고... ^^
짙푸른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겨울밤만또 한 번 지나가고...


(20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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