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츤 므슨 일로 픠여서 수이 지고
풀은 어이 하야 프르는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윤선도)
꽃은 무슨 일로 피었다간 쉽게 져버리고
풀은 또 왜 푸르는 듯 하다가 누렇게 변할까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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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길도의 요즘은 포도마다 하얗게 떨어져 뒹구는 벚꽃들의 세상이다.
한참을 나무에 달려 봄하늘을 즐겁게 하더니, 이젠 대지의 사랑으로 흐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란 소리가 무색하게도 제법 오래 견디었다.
그래도 봄소식을 전해주고 떠나는 꽃잎들이다.
그에게는,
한 번 지는 꽃에 비하면...
또 한 번 누래지는 풀에 비하면,
바위는 오랫동안 뚱- 하니 앉아 있기는 해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마치 선비의 지조처럼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가 벗 삼은 다섯이 있어서 이들을 노래한 것이 오우가(五友歌).
그가 설명한대로 들어보기로 하자.
내 버디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수석(水石)과 송죽(松竹)과 달이라...
멋진 건 다 언급이 되었다. ^^
무길도한량의 친구들은 더 멋진데...
하늘과 바다, 달과 별, 꽃과 나무, 책과 커피, 그리고 컴퓨터와 카메라.
(뭐 빠진거 없나? ^^)
수 일간 그 중의 하나인 컴퓨터가 속 썩여서 마음은 상했지만 아직도 친구는 친구이다.
(친구 안하면 어쩔거냐구? --;;)
고산 윤선도의 친구들은 속 썩이는 눔은 없어 보이니부러운 점도 있긴 하다.
보길도에 지은 정자에 올라, 멀리 바닷가를 바라보며석양을 등지고지국총 지국총 노 저어 돌아오는 어부들을 노래하는 풍류객 고산은 최소한 메모리니, CPU 쿨링팬이니, 하는 것들로 신경쓰진 않았을테니까...
근데 이눔의 컴퓨터는 왜 이렇게 자꾸만 왱왱거리는 건지... --;
모처럼 찾아와 옆에서 잠든 집사람의 단잠을 깨웠다. --;;
...???
...응, 얘가 원래 좀 그래. 어서 더 자. --;;;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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