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냐 존재냐

아주 그럴 듯하게... 또 한편으로는 아주 사치스럽게...
심심하면 카메라를 하나 둘 뜯어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할 일 없고 심심하면, 값 비싼 카메라를 뜯는게 취미야...?^^
이름도 한량이라고 했을 때부터 벌써 알아봤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그동안 몇 대나 뜯었는지... 혹은 고쳤는지... 그 정확한 숫자를 나는 알지 못한다.
처음엔 집에서 굴러다니는 우리 아이의 카메라를 뜯기 시작했다.
"으응-, 아빠가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한 번 알아보려구..."
몇 년 전에 아이에게 주었던, 그리고 장난감통에서 다른 장난감들과 섞여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던 올림푸스 펜 카메라를 첫번째 유희의 대상으로 낙점한 후 조용히 꺼내 가려다 들켰을 때의 그 겸연쩍은 목소리.
"그거 아빠가 나한테 준건데?"
"으응-, 아는데... 혹시 요새 어디 고장난데가 있나 볼려구..."
의심스러워 하는 아이의 표정을 옆으로 흘리면서 책상으로 가 앉자, 아이도 가까이 와 나의 곁에 섰다.
"그럼, 나 사진 찍게 해줄거야?"
"그럼, 그럼... 고장이 났는지 부터 체크하고...알았지?"
아이는자신의 카메라가 산산히 그리고 처참히 분해되어 내 책상 위에 좌악 늘어서서, 이젠 단지 여러가지 기계 조각들로만 보이게 되자불안한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자꾸만 내 곁을 얼씬거렸다.
"아빠가 고칠려고 이러는거지...?"
"그럼, 그럼... 이거 인터넷에 글 좀 쓰고 아빠가 다시 원래처럼 만들어줄께."
카메라의 원리도 모르고,부품 이름도 하나도 몰랐고....
원리를 모르니 무엇부터 풀어야 하는지,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고, 그냥 나사가 있으면 풀어주고, 구멍이 있으면 찔러보고 하면서 분해를마치고나자 그만 겁이 덜컥 났다.
이거 다시 재조립할 수 있을까?
아이가 날 쳐다볼 때마다 그얼굴에서도 불안감이항상 어려 있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3일 후 다시 완벽하게 재조립을 마쳤을 때의 기쁨은... 글쎄,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자, 어떠냐? 아빠가 다음엔 예쁜 가죽으로 겉을 다시 씌워줄께."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아이는 카메라를 받아들더니 냉큼 제 방으로들어가 책꽂이 위에 떡 하니 놔버린다.
......
아직도 이 카메라는 차광폼 설치를 끝내지 못한 상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금 자신감이 붙자, eBay 에서 고장난 카메라를 구입하여 고치기시작했다.
좋은 점은 eBay 에는 너무나 탐나는 카메라들이 많다는 것이었고 나쁜 점은 비싼 가격과 충동적인 구매패턴에 자꾸만 내 의지를 잃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부품의 망실로 인해 수리 불가능하여 최저가로 되팔은 것은 2대, 나의 능력 밖이라 수리를 끝내지 못한 것이 1대로 그쳤다는 점이다.
그것은 물론 나의 솜씨가 뛰어나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eBay 의 listing 을 보고 고장난 카메라의 증상을 발견하면, 인터넷을 찾아보고, 아하, 이건 내가 고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야 구매를 했기 때문에 그 만큼 고친 확률도 높았던 것이다.
지금도 많은 시간을 eBay 카메라를 들여다 보면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수리 정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 집사람의 말, "도대체 잠은 언제 자?"^^
많은 카메라를 사들이고, 고치고, 내다팔고, 선물하고... 하다보니 암만해도 반대급부도 생기기 마련이다.
평상시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하는 카메라들, 예를 들면 Contax 니, Leica 니, 또 니콘이나 미놀타, 캐논 같은 기종 중에서도 최상위 기종들을 싼 값에 사들여서 비싼 값에 되팔기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특별히 내가 선호하는 기종이 있으면 고쳐서 한동안 사진 찍을 수 있는 것.
지금도 Olympus OM-4, Contax Aria 그리고 Nikon F100 등 3대의 카메라가 작업대 선반 위에서 출동 대기상태로 놓여있다.
보기만 하여도 뿌듯한 일이다.
물론 정든 카메라들을 떠나 보내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항상 마음에 3대 이상의 카메라를 내 소유로 하는 것은 과분하다 라고 마음 먹고 있기 때문에, 그 3대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싫어도 보내야 한다.
처음 받았을 때의 퇴색한 모습에서 수리를 거치면서 손 때가 묻고 정이 들기때문에, 나중에 보낼 때의 마음은 참 섭섭하기 그지없다.
특히 팔려가는 카메라에 대한 느낌이 더 그러하다.
요즈음은 주로 카메라상에서 인력부족, 시간부족으로 고치지 못하고 밀려나오는 고장난 카메라들을 주워 모으며 즐거움을 찾는다.
일 이만원이면 어딘가가 시원찮지만 겉보기엔 번듯한 카메라 필름카메라를 받아들 수 있다.
친절한설명을 곁들여서...
즉, 셧터 작동불능, 미터 작동불능, 셧터 늘어짐 등등...
쉽게 가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기종 하나도 안보고 캐논 카메라의 셧터 늘어짐현상만 고쳐대도 매일 하루 몇만원의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것이지만, 돈이 목적은 아니었지?^^

그냥 카메라가 좋아서,
그 작은 상자에서 만들어내는 빛의 요술이 좋아서,
그리고 쓰러진 그들에게 내 손으로 다시 생명을 넣어줄 수 있다는게 좋아서...
심심하면...카메라 뜯어보기는 시작되었다.
세상은 넓고 고장난 카메라는 많다.
잘 수리된카메라로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내는 블로그가 되고자...

(200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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