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4일 목요일

슬픈 노래 두 곡


슬픈 노래 두 곡 







버스가 정류장 사이가 조금 긴 구간으로 들어서면, 카라 세운 까만 교복을 입고 하얀 장갑을 낀 학생 하나가비척한 몸을 버스 한중간에 자리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시끄러운 버스 소음 사이로 그의 목소리는 끊어질듯 끊어질듯 애절하게 이어지며,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손잡이를 붙잡은 그의 손에 힘이 꽈악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날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 내죄아닌 내죄로 태어나
들풀처럼 버려진 이 한 목숨 가시밭길 헤치며 살았다
상처뿐인 내 청춘 피눈물 장마
아~ 누구의 잘못입니까 누구의 잘못인가요

배고플땐 주먹을 깨물었고 서러울땐 눈물을 삼켰다
의리로서 맺어진 우리 사이 목숨까지 바치며 살았다
상처뿐인 내 청춘 피눈물 장마
아~ 누구의 잘못입니까 누구의 잘못인가요



추웅성!
차내에 계신 신사 숙녀 누나 형님, 
저는 편모슬하의 고학생으로편찮으신 어머니와 배고파 울부짖는 세 동생들을 위하여 책상을 박차고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도와주십시요!
집에 가시면 저 같은 아들, 딸, 동생들이 있으실겁니다.
부디 그들을 생각하시고, 그들의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신다생각하시고, 이 볼펜 한 자루 팔아주시면 이 고학생 장래를 위하여 큰 보탬이 되겠습니다.
이 고학생, 여러분의 은혜 잊지 않고,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국가와 사회에 큰 일꾼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추웅성!"

하얀 장갑으로 칼같이 올려붙여진 경례를 끝으로 그는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모나미 153볼펜 하나씩을 디민다.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있지만, 고학생의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하나씩 둘씩 볼펜을 받아들고 뒤적뒤적 지갑을 꺼내주고 어떤 사람들은 볼펜 마저도 돌려준다.
한바퀴 주욱 버스 안을 돌고나면 그는 중앙에 서서 다시 한번 거수경례를 하고, 앞으로 가서 운전기사에게 마찬가지로 거수경례로 감사함을 표하고 다음 정류장에서 총총히 사라진다.

고학생들이 버스에서 주로 불렀던 이 구전노래는 '고아' 라는 곡으로 나중에 몇몇 가수들이 자신의 앨범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역시 대중적으로 히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봉천동에 자리잡고 있던 우리 학교 빌보드 챠트에서는 항상 1위.
그도 그럴 것이 고아원에서 온 아이들이 약 20여명이나 되었는데, 이 친구들이 장기자랑에서 주로 들고나오는 것이 이 노래였고, 누군가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대부분이 따라 부르던 '봉천동의 제일 가요' 였던 것이었다.
힘들어 했지만 결코 어둡지 않았던 그 친구들의 환한 얼굴들이 가끔 생각이 난다.

두번째 노래는 너무도 유명한 미국의 작곡가 포스터가 지은 곡인데(^^), 한국에 들어와서 가사가 바뀌어 분위기마저 완전히 변해버린 노래이다.
다시 말해서, 클레멘타인 원곡에다 이 변형된 가사를 붙인 노래인데, 혹시 저작권 침해......는 아니겠고, 그냥 포스터가 들으면 섭섭해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60년대 말경서부터 불리운것 같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 때쯤 줏어 들었으니까......^^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다 묻지마
뒷산에도 묻지말고 양지쪽에 묻어줘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쓸어줘
내 친구가 찾아와도 엄마 엄마 울지마
 

가사가 얼마나 슬픈지, 초등학생도 안된 나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은 곡이 이 곡이었다.
슬프면 부르고, 혼나면 부르고, 비오면 부르고, 눈이 와도 부르고......
청승 맞다고 부르지 말라는데, 또 부르다가 혼나고......
혼나서 눈물나면 또 부르고......

그 때에 얻어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어떤 어린 소녀가 백혈병으로 죽으면서 노랫말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지금도 조용한 방구석에서 가만히 가사를 되뇌이며 불러보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어리고 마음 한가운데가 뻥- 하니 뚫리는 듯한 느낌이 온다.
잘 지었다는 이야기.

흩뿌리는 빗물 사이로 내리놓인 바다에는 안개가 피었다.
충충한 하늘과 또 그같은 바다의 사이에서 괜히 센티멘탈해지면서 떠오른노래 두 곡.
그냥 잊지 않기 위해 적어본다.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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