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0일 수요일

피리부는 소년



피리부는 소년









기여코 봄이 오긴 왔나부다.
우기(雨期)도 벌써 끝난 듯 비 본 지도 일주일은 족히 된 듯 하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한 조각이 두둥실 떠가는데, 싯구 마냥 미친 흥이 절로 난다. ^^
아, 이러면 안되는데...

숲은 여기저기 구석구석에 피어난 여러 종류의 Rhododendron(철쭉류)들로 밝게 빛이 난다.
아름드리 나무들은새로이 돋은 여린 가지 연두색 새 잎들의 눈부심을 자랑하고...
흙 사이엔 벌써 공기가 충분히 들어간 듯 오솔길 마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쿠션감이 제법이다.
아--, 틀림없는 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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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피리부는 소년.
그 때 그는 다짜고짜 나를 이렇게 불렀다.
???
당시 동아일보에 연재되던 '겨울나그네' (최인호作)에 등장하는 연약한 영혼 민우의 별명이다.
나는 말이지, 널 보면 민우 같단 말이지.
본인의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그는 한동안 아무데서나 날 피리부는 소년이라고 불렀다.
그 때 나의 모습이 그만큼 나약했던가? 순수했던가?

왜 산길을 가다가 불현듯이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동명의 영화에서 구현된 피리부는 소년의 모습은 나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





그게 벌써 근 25년 전의 일이니... --;;
그동안 말이다,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단다.
지금의 나는 말이지... 
그 당시 피리부는 소년 몸의 두 배는 충분히 될만큼 자리를 차지하고, 솜털 가득하던 뽀얀 얼굴엔 굵은 주름도 한 두개 눈가에 잡히고, 지워지지 않는 검버섯(?) 비스므레 한 것도 두엇 자리하고, 탱탱하던 피부는 늘어져서 없던 쌍거풀도 생길 만큼 모습이 변하였단 말이지.
순수?
그것의 정의부터 좀 알고 싶으이...
세상이란 것이 다 그런거고, 세월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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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옛말을 말하던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도 같았나니...

<겨울나그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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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는 새로운 곳으로의 산책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곳엔 더글라스 퍼 (Douglas Fir) 라는 미송 종류의 전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가장 나이 든 더글라스 퍼는 약 250살 정도의 수령으로 추정이 된다고 한다.
약 250개 정도의 나이테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올봄에도 그는 자신의 몸에 또 하나의 나이테를 더했으리라.

우리의 나이테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젊어서부터 쭈그렁한 사람을 보면, 주름살이 그것을 이야기 해주는 것도 아니고... ^^
혹시 눈이 아닐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의 눈이 탁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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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눈빛 희미해질수록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그 눈빛이 빛나길 멈추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 시간이 되돌아 오지 않는다 해도
결코 서러워말지어다
차라리 그눈빛 깊이 간직한
오묘한 추억을 찾으소서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에 눈빛을 대입하고 적당히 주물러 보니 잘 맞는다.
과연 눈이 맞긴 맞나보다.
??
근데 항상 조는 눈빛을 가진 사람은 어떻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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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버들잎 지는 앞개울에서 소쩍새 울기만을 기다리는 낭랑 십팔세에겐 미친 흥이 절로 나도록 신나는 것이지만, 나이들어 가는 우린 또 그게 아닌 모양이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세월은 쏜 살 같이 흘러만 가고...
재 너머 사래기-인 밭을 언제 갈려 하냐고...

삼년 고개가 어디 없나?
가서 더도 말고 한 백 번만 고꾸라져 볼텐데...
구글 맵으로 한 번 찾아봐야겠다. ^^

(201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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