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章을 하쟈 하니 人生識字 憂患始오
孔孟을 배호려 하니 道若登天 不可及이로다
이 내 몸 쓸 대 업스니 聖代農圃 되오리다
(안서우)
글을 배우자니 인생에서 글을 안다는 것은 걱정과 근심의 시작이요
공자와 맹자를 배우려 하니 도라는 것은 하늘에 오르는 것처럼 어려워 해낼 수가 없구나
이 내 몸은 아무 쓸모가 없으므로 태평성대에 농사나 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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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쩐줄 모르겠으나, 무길도한량이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강남의 지하철역 요소요소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얼쩡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개량한복을 주로 많이 입었다...
머리를 길게 길러 뒤로 가지런히 넘겨 질끈 동여맸다...
흰고무신을 신은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의 옷소매를 다급하게 잡으며 묻길,
"도(道)에 관심 있으세요?"
......
(이미 닦고 있소이다.)
매일 매일 마주치다 보니, 은근 귀찮아져 단칼에 떨어뜨리는 모범답안까지 강구하게 되었다.
"도에 관심 있으세요?"
"없습니다!"
여기서 어눌하게 '없는데요...' 하는 식으로 대답했다간 자꾸만 더 친한 양 들러붙으면서,
"우리 도에 대해 잠시만 이야기를 나눌까요?"
하며 2단계로 넘어가니, 초장에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이 키(key) 라고나 할까?
여하간 그래서 이젠 떨어뜨리는 방법에 자신감을 키워갔는데...
다 시들어버린 플라터너스잎들이 바람에 정신없이 헤매이던 가을 저녁무렵, 바바리자락을 휘날리며 폼 잡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던 무길도한량의 발길을 가로막는 여인네가 있었다.
이 여인의 차림새도 마치 청학동에나 민속촌에서 막 상경한 듯한...
찬 바람에 눈물이 핑 돌아 글썽이는 무길도한량의 두 눈을 쏘아보며 그녀는 말했다.
"선생님,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
......
캬~, 사람 넘어가게 만드는 소리구만. ^^
옛날 어렸을 적에 겨울 아침이면 우리 고모는 놋쇠 세수대야에 뜨끈한 물 받아 무길도한량을 세수 시켰다.
비누질을 하고 뜨끈한 물로 닦아내고, 고모 손에 코 한 번 크흥- 세게 풀고나면 뿌연 김 솟아오르는 세숫물에 고모는 자신의 손을 휘적휘적 흔들어 닦아냈다.
그리곤 조카의 턱 밑에 둘러쳐 두었던 빠삭빠삭한 수건을 들어무길도한량의 얼굴에서 물기를 닦아내면서,
'와-, 예쁘다.우리 애기 얼굴에서 빛이 나네'
하고 칭찬해주던 고모.
그 때 이후로 처음 듣는 말 아닌가?
"왜요, 제자라도 될랍니까?"
내 말에 피식 웃곤 그녀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니, 선생님의 운을 틔울..."
여기까지 이야기 하던 그녀가 깜짝 놀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뒤로 돌아 다시 찬 바람이 씽씽 불어대는 지하철역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길도한량도 가만히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10여년 전 낙엽지던 대성리 가을MT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얼굴'을 부르던 그녀였다.
동그라미 그리려다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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