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내 집이 백학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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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白鶴山中 날 차즐이 뉘 이슬이
入我室者 淸風이오 對我飮者 明月이라
庭畔에鶴 徘徊한이 긔 벗인가 하노라

                                                      (윤 순)



내 집이 백학산 중에 있으니 찾을 이 누가 있을련가
방안으로 들어오는 이는 맑은 바람이고 같이 한 잔 해주는 이는 밝은 달이라
뜰에 학이 노닐고 있으니 그들이 내 벗인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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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이 있고 명월이 있고 뜰에 학 배회하니... 한량이 따로 없다.
그의책 백하집(白下集)엔 이런 대목이 있다.

"부귀함은 절로 되는 것이다. 부귀하고자 하는 자 마다 모두 부귀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가함은 절로 얻게 되는 것이다. 한가하고자 하는 자 마다 다 한가해지는 것 또한 아니다.
부귀함이나 한가함이나 똑같이 절로 얻어지는 것이지 욕심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중략)
고금을 통하여 부귀한 자는 항상 많았고 한가한 자는 항상 적었다.
그렇다면 저절로 한가해지는 것이 저절로 부귀해지는 것 보다 어렵다는 이야기 아닌가?
... (후략)"

쉬고자 하여도 쉬지 못하고 종내에는 쓰러지고 마는 우리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쉬며 한가롭다고 답답해 하시는 분들께,
윤순은 지금의 한가로움이 큰 축복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내 집의 베란다에도 잔잔한 청풍이 전나무 가지를 흔들고,
어두운밤이 와도 먼 하늘에 명월이 휘영청 한데다,
백학까지는 아닐지라도 다리 짧은 파랑새가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니,
무길도의 한량은 오늘도 감사하며 한가로운 삶을 즐긴다.

때때로 바이올린도 켜고 (반짝 반짝 작은 별~),
일필휘지로 블로그에 글도 쓰며,
사업장에도 기웃거려 직원들로 하여금 주인 얼굴을 잊지 않게도 하며,
허리의 통증을 감하기 위한 백 스트레칭도 빼먹지 않고,
두 딸내미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점심 샌드위치를 싸고,
건전한 문화생활을 위하여 매일 최신 영화도 한 편 땡기고....

쓰다보니 생각보단 바쁜 일과네...^^;;
아, 천리 떨어진 아내와 만리 떨어져 계신 어머니와 하는 Skype 도 넣어야 하네.
아침 6시 기상에 새벽 1-2시 취침...

도대체 한가한건지 바쁜건지 종 잡을 수가 없다.
분명 허리 다친 한량은 상당히 한가로워야 할텐데...
문지방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청풍이야 매일 만나지만, 도대체 야밤에 명월이를 만난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도 없다.
한량생활이 이럴찐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찌할꼬?

힘 내시고, 숨 한 번 크게 쉬고,
계속 달리도록 합시다잉~ ^^

(20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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