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白雪이 자자딘 골의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梅花는 어늬 곳의 피였는고
夕陽의 홀노 셔이셔 갈곳 몰라 하노라
(이 색)
흰눈이 녹아가는 골짜기에 구름이 피어나는구나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을꼬
석양에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홀로 서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목은 이색의 고시조도 좋지만 한시(漢詩) 또한 빼어난 것이 많다.
민음사에서 펴낸 '한국漢詩' 를 보면 김달진선생의 멋드러진 역해(譯解)와 더불어 그의 한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함께 나누고자 약간을 소개한다.
첫번째 것은 아침 나절의 한가로움을 노래한 서정적인 시다.
湯沸風爐鵲噪簷(탕비풍로작조첨)
老妻盥櫛試梅鹽(노처관즐시매염)
日高三丈紬衾煖(일고삼장주금난)
一片乾坤屬黑甛(일편건곤속흑첨)
물은 풍로에서 끓고 까치는 처마에서 울고
늙은 아내는 세수하고 음식을 간 맞추네
해가 높이 오르도록 명주 이불이 따뜻하나니
한 조각 하늘과 땅을 낮잠에 맡기었네
흐르는 강물에 낚시 드리워 세월을 낚는 강태공 같은 느낌을 준다.
태평성대가 따로 없어 보인다.
지금 읽어도 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또 다른 하나를 보면,
碧桃花下月黃昏(벽도화하월황혼)
爭挽長條雪灑罇(쟁만장조설쇄준)
當日同遊幾人在(당일동유기인재)
自憐携影更敲門(자련휴영갱고문)
복사꽃 밑의 은은한 달빛인데
다투어 긴 가지를 당겨 눈을 술통에 뿌렸었네
그 때에 함께 놀던 이 몇 사람이나 남았는가
쓸쓸히 내 그림자를 이끌고 다시 문을 두드리네
캬~.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하는 느낌이 오질 않는가?
세월이 흐르고 사람은 바뀌어도 그 시, 그 느낌은 같은 거 아니던가.
백설이 자자딘 곳에 구름은 피어오르고...
이제 봄은 오는 것인가.
(2011.02.10)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