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책 덥고 창을 여니







冊 덥고 窓을 여니 江湖에 배 떠있다
往來白鷗는 무슴 뜻 머것는고
앗구려 功名도 말고 너를 조차 놀리라

                                                      (정온)

책을 읽다 창문을 여니 호수에 배가 떠있다
이리저리 나는 갈매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서라, 공부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 보다 차라리 갈매기와 노닐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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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싫을 때는 무엇이든 놀잇감이 될 수 있다. ^^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그 무슨 제한이 있으랴.
내 방 책상머리 맡 창문을 휙 가로지르는 새 한마리도,
먼 하늘 두둥실 떠가는 하얀 거룻배 한 척도,
문지방을 꼬물락거리며 기어넘어오는 작은 일개미 한마리도,
짝꿍과의 책상 위에 길게 세로로 가로지른 삼팔선도, (너, 넘어오면 죽어^^)
심지어는 예쁘게 그려진 교과서의 삽화들도...

내가 항상 글쟁이나 그림쟁이들을 동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들이 언젠가 뿜어내는 담배연기는 도우넛이 되고,
몽실몽실 한마리 양이 되고,
램프 속에서 뛰쳐오르는 지니가 되고,
희망봉을 도는 바스코 다 가마의 하얀 돛이 되고,
석양 속에 기도하는 밀레의 만종이 된다.

순간, 내 두눈 앞으로 번개처럼날아드는 하얀 회전물체.
딱!
아얏!
실력 좋은 우리 선생님이 날린 백묵이 정확히 내 이마를 가격하는 순간이다.
"딴 생각 그만하고 집중!"
선생님의 희뜩버뜩한 눈초리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날라왔다.

"그래서... 작자 정온은 남한산성에서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다.
결국 인조가 삼전도에서 굴욕의 항복을 하게 되자, 그는 방에 들어가 곡기를 끊고 한 없이 울다가 굶어죽었다는 이야기..."

30년 전, 신군부에 의해 해직 당하시는 그 날까지도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열심히 강의 하시던, 꼿꼿하시던 그 분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이마에 불 같은 추억을 남겨주심, 감사드립니다. ^^
책을 읽다가 딴 생각을 하는 것도 아무 때나 해서는 안되는 거, 맞죠?--;;

(20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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