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뿔 들었네

지난 주엔,
낮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찐득한 더위가 계속되고
밤엔 늦가을 마냥 기온이 떨어져 일교차가 무려 15도가 넘었었다.
멀쩡히잠들었던 둘째 녀석이 신나게 자고 있는 난 흔들며 깨우면서,
"아빠, 나 더워."

"그래, 아빠가 창문 열어주마."
아이들 침대방 창문을 열어줄까 하다가,
'저거 또 열어놓고 자면 내일 아침에 감기들 걸릴텐데......"
차라리 내 곁에 있는 베란다 창을 열어주었다.
거 참, 밤공기가 아주 시원하더만... ^^

잠도 깬 김에, 즐거운 마음으로 컴퓨터 스위치 올리고 영화를 보았다.
우리 어머니가 거짓말 안보태고 침 다섯방울은 튀기시면서 이야기하시던,
차승원의 '광복절 특사' 는 찾을 수가 없었고, 대신
다니엘 오떼이유(Daniel Auteuil) 주연의프랑스영화 '겨울여행(Le Prix du Desir)' 을 보았다.
생각을 요하지 않는, 줄거리만 쫓아가면서 보는데......

"어...엇츄!"
어라, 재채기가 나오더니 별안간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밤 3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지라......
부리나케 뜨끈한 커피 한 잔 끓이고, 약장을 뒤져 사용가능한 약을 찾기 시작한다.

집사람이 다행스럽게도 차근차근 지퍼백 마다 약이름과 증상, 복용방법을 자글자글 써놓았다.
보자....
이마를 짚어보니 벌써 열이 좀 나고, ^^
콧물이 째- 흐르기 시작하면서... --;
앞머리도 좀 지끈거리는 듯 하면서... --;;;
... 종합선물셋트. ^^

신종(新種) 플루인지 구종(舊種) 플루인지 알 길은 없으나, 확실한건....
오메~, 고뿔 들었네. --;
또 내일 아침부터 몇 일 고생할 걸 생각하니 어서 잠이라도 더 자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커피를 쭈-욱 원 샷! 하니 콧잔등에 땀이 송글 솟는다.
장에서 좀더 두꺼운 이불을 꺼내 잠자리를 만든 후 이곳 저곳 열린 창이 없는 지 살핀다.
... 없다. ^^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잠에서 깨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길 바래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겠지만... --;;
지금은 분명 칠월이니, 이건 개도 안걸린다는 오뉴월 감기는 아니겠지?
어, 음력으로 따지는 거던가? --;
에고고...
앗츄!
감기들 조심하세요~
(200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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