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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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3일 수요일

계절의 여왕

계절의 여왕










파란 하늘가로 종달새 날아오르고,
이름 모르는 옆집 고양이가 햇살 좋은 곳에 드러누어 하품을 하는 오후.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맞이하러 나간다.
오랜만에 유리창을연 채로달리는 자동차 엔진소리도 가볍다.
길가로 늘어선 싱그런 연초록들이 젊음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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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일설에 의하면 여류시인 노천명의 '푸른 오월' 이라는 시에 처음으로 그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하여...
난, 모가지가 유달리 길어서 슬픈 짐승을 좋아했던 그 시인의 시를 찾아본다.



푸른 오월(五月)
                       

                                   노천명(盧天命)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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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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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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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
그녀가 세상에서 한 일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돌을 들어 그녀를 쳐라!
36년을 버텨온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 뿐이다.
그녀가 노래한 오월의 밝은 하늘이 아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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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에 이글거리는 아지랭이는
내가 떠나온, 먼 하늘 밑 어느 도시의 환영을 보여준다.

그 곳 어디메 담장마다 붉은 장미꽃이 피어나고,
행복한 생존자들의 아이들이 가로 세로로 뛰어놀며,
어른들 가슴마다 수줍은 카네이션이 장식되는
아름다운 오월은
......

계절의 여왕로다.


(20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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