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딸들에게 경고하노니,
부디 그 숲 속에 들어가지 말지라.
거기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빨아들이는
미지의 블랙홀이 존재한다.

곳곳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생명체들이 꿈틀거리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들은 숨을 쉬고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태초의 하나님이 제3일에 창조하신, 다른 종의 것들이라.
우리의 생각을 마법과도 같이 흡수할지니 경계할지라.

그들은 해와 달과 별보다도 더 먼저부터 존재하여,
해 뜨는 아침을 즐거워하며 별 내리는 밤을 기뻐하느니
아침과 함께 꽃을 피워내고 그 향기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밤과 함께 팔을 드리워 온갖 짐승을 그 밑의 보금자리로 꾀어든다.

아름다운 꽃과 신선한 나뭇잎의 향기는 최면제와 같으니
너로 하여금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먼 옛날 네가 울던 첫사랑의 아픔과
아무도 가보지 못한 먼 바다에로의 끝 없는 동경과
다다를 수 없는 유리의 성을 향한 꿈 속에 빠지게 한다.

하늘 끝까지 그침없이솟아오르는 저들의 가지는
너에게 알 수 없는 경외심을불러일으키고 시간을 망각케 한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숲으로 가 그들에 빠져 나오지 않은 이부지기수이고,
마수를 벗어나 숲을 나왔을 때, 머리가 하얗게세어버린 사람들도 많으니
부디 그 숲속으로 들어가지 말지라.

심지어는 늘 우리와 함께 하여 우리가 잘 아는 꽃들도
그곳에선 야성이 깨어나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가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매력에 우리를 빠뜨리게 된다.
또 언제나 잔잔한 느낌을 던져주던
나뭇잎들도 때론 형형색색의 빛깔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킬 것이니
이 또한 경계할지라.

그곳에선
우리는 우리가 아니게 되고
우리가 우리를 우리로서 느끼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자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의 손이 있나니
우리의 딸들이여,
부디 그 숲 속엔 들어가지 말지어다.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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