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계절 내내 고개를 갸웃이 하며 바라보던
담장 너머 단풍이 하나 둘 차가운 바람에 날려가고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아무것도 내놓을 것 없이 앙상해지면
우리 마음은 그만 둘데 없는 겨울나그네가 되고 만다.
방황과 어두움의 시기가 시작되는 것인가?

"Winterreise is perhaps the greatest song cycle ever written. Franz Schubert set to music the evocative poetry of his contemporary, German lyricist Wilhelm Müller. It is a heart-rending portrayal of a winter journey full of misery and woe."
(by Susan Yoouens)

뜨거운 태양 아래 이 땅 위에 가득했던 8월의 위대함과 장렬함도
그 가을의 화려함과 아름다움도
발 밑을 휩쓸며 지나가는 차디찬 겨울 바람에
이리저리 쫓겨가는, 한 장의 실연의 편지일 뿐이다.

겨울빛은 연이틀 나뭇가지 사이를 시리도록 파고들었다.
냉랭해진 하늘빛에 나뭇가지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하고 버석거리기도 했다.
난 너의 모든 것을 원해...

최후까지 버티려 했던 나무들은 숱한 사상자를 남긴 채 결국 굴복하고 만다.
두고 보자, 나의 날은 다시 돌아온다.
나무는 전신을 두터운 회색 껍데기로감싸버린다.

호숫가에는 언제부터인가 청동오리들이 모여들었다.
동장군의 부하들인양 새로운 점령지에 대한작전회의라도 하는것일까?
아니면 먼 길 오느라 땀으로 더럽혀진 몸을 깨끗이하는 것일까?

서쪽하늘을 보니 벌써 눈구름이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도달해있다.
자, 이제 우리도 여정을 준비하도록 하자.
낙엽을 툭툭 털며 일어나는 겨울나그네는 길을 재촉한다.
첫눈이 오기 전까지는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을게야...
(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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