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츄강의 밤이 드니 믈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오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믈빗만 싣고 뷘 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
가을 강에 밤이 오니 강물도 차가와지는구나
낚시줄을 드리워보나 물고기는 물지 않네
빈 배에 무심한 물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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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오랜만에 외어보는 정겨운 소리.
마치 옛날 서당에 둘러앉아 공자왈 맹자왈 외어대던 학동들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무릎에 얹고 큰 소리로 다같이 외우기 시작하면, 자신없어도 옆 친구들 목소리에 어영부영 덩달아 다 왼듯 느껴지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인명선' 까지 했으니 15대까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거기까지만도 충분하니까...
7대 임금 세조가 죽자, 장자인 의경세자가 왕이 될 순서였지만 이미 그는 세조보다도 먼저 이름모를 병으로 죽은 까닭에 둘째 아들인예종이 19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그도 병으로 1년 2개월만에 돌아가고,그의 아들(제안대군)은 적통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리다는 점에서 점수를 잃자, 시선은 죽은 의경세자의 아들들에게로 돌아간다.
의경세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가 월산대군이고 둘째가 자을산군이었는데, 돌아간 예종의 적통인 제안대군과 서열상 앞인 형 월산대군을 제치고 동생 자을산군이 9대 임금 성종이 된것은 당시세력을 잡고 있던 성종의 장인 한명회의 공작이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아버지 의경세자가 죽은 후, 뛰어난 문장으로 할아버지 세조로부터 사랑을 담뿍 받던 월산대군.
천하를 얻을 절호의 챤스에서 빈 낚싯줄만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월산대군의 허전한 마음만 배에 가득 싣고 있다.
더더군다나 그가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 자을산군이 왕이 되는데...
막말로 모르는 사람과의 경쟁이라면 한 번 차고 일어날 수도 있을텐데...
그는 물고기 대신 물빛을 선택하도록 한다.
어떤 곳엔 무심한 달빛을 실었다고 표현된 곳도 있다.
물빛이건 달빛이건 억울하고 섭섭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요즘 사극을 보면, 지나친 작가의 창조성이 가미되어 족보도 바꾸는 일도 일어나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사극에 보여지는 것이 모두 진실인 줄 아는 경우도 많은데...
작가들이 욕심을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생선의 등뼈와 가시는 남겨야 하는 것 아닐까?
???
얘기가 옆으로 흘렀다. ^^;;;
월산대군은 사극에서 처럼, 동생의 왕위를 호시탐탐 넘보지 않고, 현실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 조용한 곳에서 정자 하나 개수하여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술을 즐기며 살았다.
그리고 어머니 인수왕비(소혜왕후)의 신병을 간호하다 마침내 자신도 병을 얻어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또다른젊은 날의 초상(肖像).
(201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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