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한 사오일 동안, 이사를 핑계로 컴퓨터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였더니, 뭔가 빠뜨려도 대단히 큰 뭔가를 빠뜨린 사람처럼 어딘가 허전하고 어딘가 완결되지 못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커피잔 들고 컴퓨터 근처에 왔다가, 아, 인터넷이 안되지... 하고 비실비실 물러가 소파에 앉았다가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컴퓨터를 노려보았다가 다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벌떡 일어나 컴퓨터 위에 도열한 카메라 중 한친구를 집어들고 공셧터만 이삼십번 날려주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아,아, 정서불안이야.
아니지, 이건 인터넷 중독인게야...--;;
중독(中毒).
Addiction...
Answers.com 의 정의에 의하면 중독(addiction) 이란, '본인의 의지로 그만둘 수 없는 행위 또는물질에의 예속됨' 을 말한다.
'본인의 의지로 그만둘 수 없는 (powerless to stop)...'이 부분이매우 중요한 부분으로,중독과 단순한 기호와의 사이에 명확한 구분을 하는 키워드이다.
중독의 예를 슬쩍몇 가지만들어봐도, 알콜 중독, 쵸코릿 중독, 약물 중독, 노름, 폭식, 쇼핑, 섹스 (^^), 게임, 그리고 요즘 들어 많이 언급되는 인터넷 중독......
아, 참 많다.
웬만한 건 모두, 조금 도가 지나치다 보면 전부 중독이 되는건가?
대학 다닐 무렵부터 피우기 시작했던 담배는 내게 중독이었을까?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성분이 중독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 좀 보태서 수 천 번은 들었다.
대략 한 20년을 피웠으니, 중독이라고 할 만 하겠지.
하지만, 그 중독이란 말이 싫어서, 뭔가 하잘 것 없는 이물질에 굴복하는 그 패배감이 싫어서 나는 집사람에게 선언을 한다.
"내가 중독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금부터 딱 한 달 간 담배를 끊기로 한다."
그리고 딱 끊었다, 한 달 동안...
피우고 싶은 유혹이 없었다면 그것은 거짓말일테고, 금단현상이 없었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일 것이다.
간접흡연을 위해 담배 피면서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 있기를 고대하기도 하고,담배가게 앞을 몇 번이고 서성거리기도 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다 담배를 사놓을 것을 그랬나 보다.
그냥 한 대 꺼내 피우고계면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 있을텐데...
두통으로 인하여 두통약을 항상 옆에 끼고 살았는데 어떤 때는 집중력이 뚜욱 떨어져 하루의 일이 쉽지 않았던 때도있었다.
집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담배 끊었다고 이야기 하면 난 쫓아가서 그 말을 정정해주었다.
"끊은 것이 아니고, 한 달 동안 테스트라니깐...!"
어찌되었든 우리집 마루 시계는 돌고 또 돌아 한 달이 지나갔다.
"자, 이제 한 달 동안 담배에 중독되지 않았음을 증명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 피운다."
"완전히 끊은 것이 아니고...?"
"테스트는 한 달 만이라고 했잖아."
어이없어 하는 집사람의 얼굴을 뒤로 하고 베란다에 나가 신선한 바람을 마주하며 담배 두 개피를 내리 피웠다.
캬~ 바로 이거야.^^ (하지만 핑 돌았다.@@;;)
요즈음 카메라 블로그를 하면서또 다른 중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얼핏 생각하면, 카메라 자체에 중독이 되어 무한 수집하는 걸 떠올릴 수도 있지만, 중독의 위험은 그에 따른부수적인 활동에 의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아직 그 심각성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서도 가능성있는 후보들을 보자면,
쇼핑 중독.
매일 매일 이베이를 통해서 카메라를 구경하다 보면 자꾸 하나씩 둘씩 불필요한 것까지도 손을 뻗게 되고, 한동안 구매가 없으면 몸이 근질근질 해지는 것이......조금 수상하다.
인터넷 중독.
재미있고 유익한 블로그들에 들어가서 읽고 즐기다 보면 한 두시간은 그냥 쓰윽 지나가기 마련.
그리고 매일매일 즐겨찾기 마크한 싸이트들을 하나하나 안찾아보면 뭔가 하루의 일과를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것도 조금 수상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 중독.
아주 오래 전부터카페인 중독은 항상 내 주위를 맴돌던 친구로, 기존의 중독되어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더 심화되었다고나 할까? ^^
나의 행동, 나의 사고, 나의 심리가 전적으로 나의 의지로 인하지 않고 뭔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 언짢은 일임이 틀림없다.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또는 더 지나쳐서 영혼까지 내주지 않고 그저 조금만, 내가 콘트롤 할 수 있는 만큼만 즐길 수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워낙 미련하다 보니 자꾸만 자꾸만 더 빠져드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인 것 같다.
자기의 그릇을 알고 담을 만큼만 담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 스스로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게 주의하는 수 밖에 없겠다.
니코틴 중독인지 아닌지 한 달 동안 테스트를 했던 나는 그로부터 일 년 후 담배를 끊게 된다.
그리고 약 삼 년이 지난지금도 때론 담배의 향이 참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 또 때로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번 쭈욱 빨아들였다가 후- 내뿜고 싶은 때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서너번은 그렇게 한 적도 있다.
......
참 무서운 것이다, 중독이란것은.

(200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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