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이로 지다

그 언덕에 그가 서있다.
학교로 가는 나즈막한 언덕 길가로 그는 그곳에 서있다.
지난 겨울내내 꼬옥 그러쥔 어린아이의 주먹마냥 야물게 꽃봉우리를 말고 있더니,
춘삼월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듯 꽃들을 함빡 피워냈다.
참으로 고운지고... ^^
어디, 님을 그려 북쪽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까나...
??
아, 그러기에 목련에 얽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옛날 옛날에 하늘나라에는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다고 한다.
이 어여쁜 무남독녀를 시집보낼 때가 이르자, 하늘님은 여기저기 수많은 신랑감들의 추천도 받고, 이력서도 보고, 뒷조사도 해보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이 공주님은 멀리 소문으로만 들리던 한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으니...
그 사나이가 누구냐?
바로 바로, 겨울나라에 사는 북쪽바다 라는 싸나이 중 싸나이였다 이거지.
성이 북쪽이고 이름이 바다이었지, 아마...?
엥이? 이름이 바다라는 여자가수가 있다고? @@
그럼, 성이 북이요 이름은 쪽바다 라고 합시다.
차겁고 매몰차지만 위풍당당한 그의 기상은 하늘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여하간, 그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숨이 가빠오르고 현기증이 어찔어찔한게... 병이 들어도 약도 없는 상사병으로 공주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단다.
자식을 가진 게 뭔 죄라고...
영문을 알지 못하는 하늘님은 어쩔 줄 모르고 천하의 명의 화타도 불러보고 편작도 동원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채 하늘님의 시름은 깊어만 갔겠지.
어느날 공주가 하늘님에게 간청을 했지.
"겨울나라로 여행을 가서 차가운 바람을 한 번 쏘이면 제 병이 나을것 같아요."
부모들이여, 이같은 이야기가 나올 때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를 꼭 두 번 체크하시길... ^^
어리석은 하늘님은 딸내미의 눈물어린 간청에 오냐 하고 떡 하니 허락을 해주셨겠지?
하여튼 공주는 하늘님의 허락을 받고 겨울나라로 비공식 방문을 하게 된다.
말도 통하지 않고 길도 모르는 겨울나라에서 공주는 온갖 고생 끝에 자신의 마음 속의 사랑 북쪽바다가 사는 곳을 알아냈는데...

어즈버, 운명도 얄궂기도 하지.
북쪽바다는 이미 한 여자를 아내로 둔 가장의 몸이었던 것. --;
이를 안 공주는 더 이상의 삶의 의미를 잃고 차거운 겨울바다에 몸을 던져버린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북쪽바다는 감동을 받아 술과 비탄에 빠져 세월을 보내다가 미쳐버리고 결국 냉정히 대응하는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지만 끝까지 보자.

불쌍한 두 여인의 이야기를 들은 하늘님은 슬퍼하며 공주는 백목련으로, 북쪽바다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다시 태어나서 항상 겨울나라의 북쪽을 향해 피어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지금도 백목련은 식용으로 가능하지만 자목련은 독성이 있어 불가능 하다고 한다.
허허허... 하늘님도 참 꽁 하신데가 있으셨구먼.
웃으며 넘어갑니다. ^^

하늘은 오랫동안의 겨울 끝에 화창하게 오후의 금빛 커튼을 드리우고,
하늘가에 하얀 목련들이 크림색 그림자를 수놓으며,
따스한 봄바람에 그 꽃잎들 한 둘 빙그르르 떨어지는
그런 날이면 좋겠다.
내 죽는 날에도...
그 그늘에 앉아,
오래 묵혀둔 술을 꺼내고 개다리 소반에 안주 두엇 얹어서
편안한 사람들과 잔 마주치며 목련처럼 잔잔한 웃음 짓는,
그런 날이면좋겠다.
내 죽는 날에도...
목련꽃 사이로지는 날이면 좋겠다.

(2010.03.17)
댓글 없음:
댓글 쓰기